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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아나운서’ 김명미 TBC 앵커

  • 입력 2016.12.07 00:00
  • 수정 2016.12.15 17:40
  • 기자명 김광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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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감성에 걸그룹도 좋아해요!”

▲ 뉴스를 시작하기 전 포즈를 취했다.

- 지진 이후 가장 많이 듣는 말 “믿고 맡긴다”9월 12일 오후 8시 32분, 강도 5.8의 지진이 한반도를 뒤흔들었다. 김명미(31) TBC 앵커는 뉴스를 진행 중이었다.

세트에서 찌걱거리는 터져 나왔지만, 그는 동요 없이 뉴스 멘트를 계속 읽어 내려갔다. ‘꼿꼿 앵커’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방송 이후 SNS에서는 ‘멋있다’, ‘존경스럽다’, ‘감동 이상의 전율을 느꼈다’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김 앵커는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막 한 문장을 읽은 뒤였어요. 갑자기 스튜디오가 흔들리기 시작했죠. 순간적으로 몇 가지 생각이 스쳤죠. 지진, 미사일 공격, 대형 폭발 사고 가능성까지. 하지만 사실 확인 전이었기 때문에 일단 준비한 뉴스를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방송 후 김 앵커 혼자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나 말고도 칭찬을 받아야 할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방송 당시 바로 옆자리에 앉았던 이혁동 앵커를 비롯해 카메라, 오디오, 기술, 음향 감독은 물론이고 자막을 맡은 인턴까지 누구 하나 자리를 이탈한 사람이 없었다. 그는 “주변에 프로들이 있었기 때문에 흔들림 없이 방송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진 방송 이후 ‘꼿꼿 앵커’로 유명세를 타면서 강연이나 행사 진행 요청이 부쩍 늘었다. 방송을 시작한 지 9년이지만 지금처럼 환영받은 적이 없었다. 그는 “일을 부탁하는 분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믿고 맡긴다’는 것인데, 부담되기도 하지만 들을 때마다 뿌듯하다”고 밝혔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앵커라는 자리의 무게감을 실감했어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데 계속 믿고 맡겨주시는 회사 분들에게도 너무 감사한 마음입니다. 지진이 제 마음을 더 새롭게 한 것 같습니다!”

▲ 뉴스를 진행하고 있는 김명미 앵커.

- 걸그룹 댄스 완벽 소화하는 댄스 여신

안 좋은 점도 있다. 시청자들에게 지나치게 강한 이미지로 각인된 점이다. SNS에 ‘차갑다’, ‘중성적이다’,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오겠다’는 반응을 보이는 이들이 적지 않다. 김 앵커는 억울해 하는 표정으로 “전혀 그렇지 않아요!” 하면서 손사래를 쳤다.

“제가 얼마나 감성이 풍부하다구요. 드라마를 보면서 눈물을 훔친 적도 많아요. 최근에는 싱어송라이터 를(LeL)이 부른 ‘추억과도 이별하려해’를 들으면서 펑펑 울었어요. 가사를 음미해보면 너무 감동적이거든요.”

대학 재학 시절에는 댄스 동아리 활동도 했다. 2년 동안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걸그룹 댄스를 모두 섭렵했다. 지금도 씨스타 댄스까지는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다. 김 앵커의 걸그룹 춤은 회사 동료를 비롯해 최측근만 볼 수 있는 특급 공연이지만,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엄지를 치켜세우는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씨스타 댄스를 추는 발랄한 모습과 강진에도 흔들림 없는 앵커, 서로 어울리지 않지만 김 앵커를 이해하려면 어느 것 하나 빠트려선 안 된다.

김 앵커가 이렇게 매력적인 캐릭터가 된 데는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한의사인 아버지는 전형적인 경상도 선비다. 한번 맡은 일은 끝까지 해내고야 마는 성격에다 계획표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 원칙주의자로, 김 앵커가 가장 존경하는 정신적 멘토다.

“초중고 시절에는 학교와 도서관, 집에 전부였어요. 대학을 한양대로 진학해 대구 탈출에 성공했지만 아버지의 불호령이 무서워서 나이트 한번 못 갔어요. 그때 친오빠가 서울에 같이 있었는데, 조금이라도 곁길로 새면 당장 보고가 올라갔거든요. 댄스 동아리에 들어갈 때도 대구로 내려와 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고서 허락을 받았어요, 호호!”

한창 자유를 추구할 나이에도 엄한 아버지에 대한 불만은 없었다. 오히려 자신만의 크고 작은 삶의 원칙들을 세우고 차근차근 실천해나가는 과정에서 얻는 보람을 알게 해준 아버지에게 늘 감사한다.

▲ 대기실에서 장난스런 표정으로.

- 흔들리지 않고 제 할일 똑 부러지게!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묻는 말에도 남다른 대답을 내놓았다. 무엇보다 롤 모델이 따로 없다고 했다. 롤모델을 꼽기보다 모든 선배를 스승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선배들의 좋은 점은 흡수하고 안 좋은 점은 반면교사로 삼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저만의 스타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설사 최고의 스승 밑에서 최고의 가르침을 받는다 해도 자신만의 개성이 없다면 결국은 최고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가장 저다운 모습으로 발전해가는 것, 그것이 제 하루하루의 목표입니다.”

앵커답게 다부진 목소리로 말을 하는 까닭도 있겠지만, 방송에서 보여준 모습 덕분에 신뢰가 갔다. 인터뷰 마무리 멘트도 손석희의 앵커 멘트를 연상시킬 정도로 딱 부러졌다.

“어느덧 연말인데, 2016년은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했던 것 같아요. 전례 없는 큰 지진에, 또 지진 같은 사건들에 온 나라가 흔들린 한해였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각자 자기 자리에서 흔들리지 않아야 우리 사회가, 그리고 대한민국이 굳게 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흔들림 없이 제 할일 똑 부러지게 하는 앵커로 시청자들을 계속 만나겠습니다. 그리고 변치 않고 늘 응원해주는 남편과 아들에게도 늘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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