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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일현 교육칼럼

독서와 감정이입

  • 입력 2016.12.06 00:00
  • 수정 2016.12.08 15:22
  • 기자명 대구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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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성교육문화센터이사장ㆍ시인

우리 사회는 지금 빈부 갈등, 계층 갈등, 세대 갈등, 남북 갈등, 남남 갈등 등 무수한 갈등 때문에 힘을 소진하고있다. 그 다양한 갈등이 나 자신과 이웃, 우리 모두가 몸담고 있는 사회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궁극에는 삶의 터전 자체를 파괴하고 있다. 곳곳에 포진해 있는 갈등과 불평등, 온갖 종류의 격차와 편견을 해소하지 않고서는 어느 누구도 궁극적으로 행복해 질 수가 없다. 이웃이 굶고 있는데 내 배만 불러서는 오래 행복할 수 없다. 이웃이 아파하고 고통스러워하는데 나만 기분 좋다고 마냥 기뻐할 수는 없다. 내가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볼 때 많은 문제들은 보다 쉽게 해결된다.

감정이입은 다른 사람의 몸과 마음을 통해 세계를 지각하는 것이다. 루트번스타인 부부가 ‘생각의 탄생’에서 기록하고 있는 감정이입에 탁월했던 몇몇 예술가와 과학자들의 말에 귀 기울여 본다. 철학자 칼 포퍼는 새로운 이해를 얻을 수 있는 가장 유용한 방법은 ‘공감각적인 직관’,혹은 ‘감정이입’이라고 생각했다. 감정이입이란 ‘문제 속으로 들어가 문제의 일부가 되는 것’을 말한다. 배우는 극중 인물이 되어야 그 인물처럼 연기할 수 있다. 동물을 연구하는 사람은 자신이 동물처럼 생각하며 느끼려고 해야 한다. 사냥을 잘하려면 그 동물처럼 행동하고 생각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알퐁스 도데는 “작가는 묘사하고 있는 인물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의 몸속으로 들어가서 그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그의 감각으로 세상을 느껴야 한다.”고 했다. 버지니아 울프는 작업 중에 자신이 바라보고 있는 사물이 될 때까지 계속 앉아서 그것을 바라보곤 했다.

공부만을 강조하는 분위기에서는 소수의 학생을 제외하고는 학교생활이 재미없다. 학업에서 성취감을 못 느끼는 학생들 상당수가 밤에는 컴퓨터에 몰두하고 낮에는 잠을 잔다. 이들에게는 밤낮으로 전개되는 일상사가 화면 속의 게임과 같다. 화면 속 폭력이나 현실의 폭력이 별반 다르게 느껴지지 않고,현실에서 일어나는 죽음이 게임 속의 죽음과 별로 차이가 없다. 그러니까 별 생각 없이 친구를 괴롭히는 것이다. 부모는 이 긴긴 겨울 동안 아이들이 인류 공동의 양식인 고전작품을 읽게하고, 함께 바깥으로 나가 겨울강과 철새를 보게 하고, 겨울 산에 올라 소나무의 절개를 느껴보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고전이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항상 현재적인 의미와 가치를 가지는 작품을 말한다. 부모가 감동받았던 작품을 자식이 공감하며 읽을 때,깊이 있는 대화는 가능하고 세대 갈등 또한 해소될 수 있다. 작중 인물과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는 전 과정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감정이입 훈련이 된다. 윤일현 (지성교육문화센터이사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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