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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본영 뮤지컬 삼국지

일본 뮤지컬전문가도 인정한 날

  • 입력 2016.12.06 00:00
  • 수정 2016.12.08 14:55
  • 기자명 대구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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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배우 홍본영

지난 달 일본 뮤지컬 ‘나루토’ 투어 공연팀이 상해에 왔다. 이번 뮤지컬은 ‘쿨 재팬(Cool Japan·멋진 일본) 전략’ 중의 하나였다. 이 프로젝트는 한류처럼 일본의 콘텐츠를 세계에 알리고 보급하는 것이 목표다. 이번 뮤지컬은 지난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 중인 ‘2.5차원 뮤지컬’ 프로그램 중의 하나다.
‘2.5차원 뮤지컬’은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무대화 한다. 배우들이 원작 속 인물을 무대 위에 최대한 비슷하게 구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직접 가서 보니 뮤지컬 ‘나루토’는 ‘2.5차원 뮤지컬’을 대표하기에 손색이 없었다. 이 작품은 ‘다카라즈카’를 연출가였던 분이 연출을 맡았는데, 중국 관객을 사로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물론 애니메이션 팬들이 많아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애니메이션 작품을 본 적이 없는 나도 무대에 빠져 눈을 뗄 수 없었다. 눈을 뗄 틈을 주지 않았다. 연출가의 철저한 계산속에 배우들이 등장과 퇴장을 했고, 무대 전환, 조명의 변화, 그 모든 것이 음악의 타이밍과 일치했다.
무대는 관객의 호흡을 읽고 한발 앞서 움직이고 있었다. 그래서 무대에 빠져 따라 갈 수밖에 없었던 거였다. 조금 지루해 질 것 같은 타이밍에는 소품과 배우들을 활용해 객석을 들었다 놨다. 무대를 완벽히 사용해 어디에도 틈이 없었다. 무서울 만큼 관객의 심리를 꿰뚫고 있는 연출이었다.
뮤지컬인데 노래가 좀 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일본 문화 콘텐츠의 해외 진출을 통해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인다는 목표를 120% 달성했다 싶었다.
이전에도 애니메이션을 성공적으로 무대화 한 작품은 많았다. 대표적인 작품이 미국 디즈니사의 ‘라이온 킹’, ‘미녀와 야수’, ‘인어공주’, ‘알라딘’ 등이다. 일본 극단 사계에서 활동하던 시절 이런 작품들에 출연도 하고 수백 번 관람도 하면서 그들의 연출력, 그중에서 무대에서 타이밍을 딱딱 맞추는 철저함에 내심 놀랐다. 이번 ‘나루토’를 보면서 창착 작품보다 외국 뮤지컬을 주로 무대에 올리던 일본 뮤지컬 시장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분명한 발전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로비로 나와 나루토 애니메이션 팬들 사이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뮤지컬 나루토 제작사 직원이 나를 알아보고 다가왔다. 그는 내가 한국 뮤지컬 배우인걸 알고 ‘나루토’에 대한 감상평을 듣길 원했다. 나는 내가 받을 감동을 그대로 전했다. 특히 “연출가의 계산에 놀랐다”는 말에 방점을 찍어서 전했다. 내 말에 그 직원은 한껏 고무된 표정이었다. 그리고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한국 뮤지컬에 견줄만 하지요?”
짧게 말했지만, 그의 말은 분명 일본 뮤지컬도 한국 뮤지컬만큼 볼 만한 수준이 아니냐는 뜻이었다. 순간 머릿속에 여러 가지 생각들이 교차했다. 일본은 미국과 영국 다음으로 큰 뮤지컬 시장을 가진 나라다. 세계 4대 뮤지컬을 시작으로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들이 수십 년간 롱런을 하고 있는 나라다. 그런 뮤지컬 시장의 관계자들이 우리나라 뮤지컬을 그렇게 높게 평가하고 있다니! 그는 자기도 모르게 깊은 속마음을 나에게 토해낸 것이었다. - 물론, 일본인들이 그득한 자리였다면 여전히 포커페이스를 유지하지 않았을까.
나는 그의 말에 깜짝 놀랐다. 또한 너무 자랑스러웠다. 내 머릿속에 내가 알고 있는 한국 뮤지컬 관계자 모두에게 전화를 걸고 싶었다. 뮤지컬 시장의 발전을 위해 시간과 재능, 물질을 다 쏟아 부은 선배 제작자, 연출가, 스텝, 배우들에게 여러분들이 이토록 존경받고, 인정받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비록
시작은 늦었지만, 선배들의 노력과 희생이 헛되지 않았다. 우리나라 뮤지컬은 이렇게 빠른 속도로 성장했고, 또한 인정받고 있다. 최근 들어 한국에서 모든 준비를 마치고 대관까지 했다가 뜻밖의 난관 때문에 막을 올리지 못하는 뮤지컬이 여럿 있다는 가슴 아픈 소식을 들었다. 크게 볼 때는 심각하게 받아들일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뮤지컬 시장이 발전해가고 다져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멀지 않은 미래에 아시아를 넘어서 한국 뮤지컬이 세계 뮤지컬 팬들을 매혹시킬 날이 찾아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특히 뮤지컬 경력을 시작하는 친구들이 힘을 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 안의 에너지를 믿고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 선배들과 세계무대를 평정해갔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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