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건축가 최상대의 ‘공간에서 산책하는 삶과 인생’ 29

경주 솔거미술관

  • 입력 2016.12.06 00:00
  • 수정 2016.12.08 14:51
  • 기자명 대구한국일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최상대 / 한터건축 문화대로 대표 전 대구건축가협회회장전 대구예총회장

경주세계문화 엑스포공원 뒤쪽 낮은 산위에 경주 최초의 공립미술관인 ‘경주솔거미술관’이 2015년 8월 개관되었다. 小山 박대성화가 기증한 830점 작품으로 세워지고 채워지는 이 미술관은 명실상부한 ‘박대성 미술관’ 일수밖에 없다. 지역미술계의 지역성 명분성 등의 반대로 미술관명칭이 바뀌는 여우곡절을 겪은 사례로 남게 되었다.
미술관은 2008년 박대성화백의 작품 기증 의사에 따라 설립구상이 시작돼 2012년 착공, 2014년 11월에 완공되었다. 그러나 생존하고 있는 특정한 화가 이름을 붙일 수 없다는 미술계의 반대로 결국은 통일신라시대의 화가인 솔거의 이름을 딴 ‘경주솔거미술관’이 탄생했다. .
천년고도 경주에는 박물관과 유적지는 많지만 우양미술관(구, 선재미술관) 외에는 미술관은 없어 문화적 불균형 도시였다. 엑스포공원 경내의 미술관은 평상시 엑스포공원의 공백을 채우며 고전적 이미지의 경주에 문화예술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박대성화백은 특이한 이력의 예술가로 알려져 있다. 청도에서 태어나 어려서 왼팔을 잃고 중학교만 수료, 정규 미술교육을 받지 않았다. 79중앙미술대전 대상으로 세상에 알려졌고 홀로 독학하여 오로지 실력만으로 대가의 경지에 오른 화가이다. 남산 삼릉 부근에 정착하여 남산의 탑, 소나무, 불국사, 분황사 등 경주신라의 혼과 정신을 표현하는 대형작품들을 많이 남겼다. 수묵 전통의 재해석과 추사 이래 먹 작업의 전통계승에 현대적 창조성을 표현하고 있다.
경주엑스포공원 남측 아평지 연못 인근의 14,880㎡ 부지에 연면적 1,500㎡(지하1층, 지상 2층) 규모의 미술관은 건축가 승효상의 설계 작품이다.
미술관은 연못 주변의 경사지형에 순응 배치하고 있다. 건축물은 자연환경을 거스르지 않으려는 의도가 잘 보인다. 노출 콘크리트 수직 판으로 지형에 따라 전시실 단위 크기를 나누고 레벨을 세분화한다. 중앙부분의 중정공간을 둘러싸고 전시장 배치와 복도동선은 다양하게 이어지며 홀 복도에서는 외부 자연경관이 틈새로 나타난다.

박대성 작품을 전시하는 전시관은 5개의 전시실로 구성된다. 미로 같은 실들을 거쳐 제3실에 들어서면 아평지 자연풍경이 대형작품처럼 큰 벽면을 차지한다. 전시장에서 외부의 자연을 감상케 하는 것이다. 마치 제 각각의 작품에 맞게 설계를 한 듯 일률적이지 않고 다양한 공간이다. 전시실을 벗어나 외부 데크에 서면 엑스포타워 실루엣이 나타나고 아평지 연꽃 산책길로 이어진다.
엑스포공원은 일시적 행사 이벤트를 위한 과대한 스케일의 건축과 공간이다. 공원 뒤쪽 산언덕의 미술관은 비로소 문화예술의 올바른 크기를 차분하게 느끼게 한다.

저작권자 © 대구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