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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칼럼 유명상(대구한국일보 대표이사)

진심(眞心)과 진심(盡心)

  • 입력 2016.12.06 00:00
  • 기자명 대구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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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眞心)과 진심(盡心)

 

국어사전에서 ‘진심’을 찾아보면 ‘거짓 없이 참된 마음’이란 뜻의 ‘眞心’과 ‘마음을 다한다’는 뜻의 ‘盡心’이 나옵니다. ‘진심으로’라는 말이 참된 마음으로, 라는 뜻도 있지만 그저 진심이든 아니든 온 마음을 다한다는 의미로도 쓰입니다.
2016년 11월 현재 대한민국은 두 가지 진심이 부딪치고 있습니다.
 

2.28의 진심, 역사와 통하다


우선 거리로 쏟아져 나온 진심입니다. 거리에 머리가 하얗게 쇤 노인부터 부모님의 손을 잡고 나온 어린아이까지 다양한 계층과 연령층이 몰렸습니다. 이들의 진심은 각자 구체적인 부분에서는 조금씩 다르지만 모두 일치하는 부분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 그리고 나라가 잘되길 바란다는 점입니다.
대구는 이와 동일한 진심을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1960년 2월 28일, 고등학생들이 부당한 정치 억압에 항거해 거리로 쏟아져 나왔을 때, 시민들은 같이 행진을 하거나 학생들에게 박수를 보냈습니다. 순수한 그 마음들은 진심이었습니다. 그 진심은 결국 3.15와 4.19라는 거대한 역사적 물결을 만들었습니다. 민주주의의 가치를 믿고 이를 실천한 학생들에 대해 세상이 진심으로 호응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그 민주적 성과는 민주주의 역사가 지속하는 한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진심의 가치는 불변합니다. 진심은 진심 그 자체로 가치가 있습니다. 그저 목소리를 내고 노래를 부르고 촛불을 켜는데 그친다 할지라도 진심을 밖으로 드러낸 사람은 적어도 역사 앞에서 부끄럽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이 성과를 내고 못 내고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그러나 길게 보면 진심은 결국 열매를 맺습니다. 바위에 스몄던 물이 새벽의 혹한과 만나 바위를 쪼개는 얼음이 되듯이 맑은 마음들이 결국엔 무겁고 거대한 바위를 부순 사건을 우리는 몇 번이나 듣고 보았습니다. 우리가 변하지 않는다면 결국 진심이 이깁니다. 바위를 뿌리까지 박살내지 못하더라도, 진심이 스민 사회는 조금이라도 더 공정하고, 조금이라도 더 깨끗한 공동체로 나아갈 것입니다.
그것이 역사가 증거하는 진심의 힘입니다.
 

역사가 기억하는 가장 빛나는 순간

순수한 마음과 함께 또 다른 의미의 진심 하나가 유령처럼 떠돌았습니다. 바로 ‘마음을 다한다’ 혹은 ‘진력한다’는 의미의 ‘盡心’입니다. 이 진심은 문제가 있습니다. 그 마음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는 점입니다. 마음은 순수할 수도 있지만 혼탁할 수도 있습니다. 선할수도 있지만 악할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선악에 상관없이 ‘우리’가 아닌 ‘나’만을 생각하는 마음일 수도 있습니다.
긴 시간, 두 번째 의미의 진심이 활개를 치는 바람에 국민들이 느낀 답답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진력을 다하는지 빤히 보이는데도 ‘안 그런 척’, ‘모르는 척’ 뒤로 빼면서 머릿속 계산을 따라 행동한 이들이 ‘순수한 마음’들을 지치게 했습니다.
우리는 진심(眞心)어린 눈으로 크고 작은 진심(盡心)을 노려보았습니다. 우리는 결코 그들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정치든 사회든 문화든, 비뚤어진 마음으로 진력을 다한 이들에게 우리 사회는 더 이상 호의를 베풀 생각이 없습니다. 그들이 잠깐은 힘을 쓰는 듯하지만 결국 진정한 마음이 이길 것입니다.
 

역사가 기억하는 가장 빛나는 순간

역사적으로 봤을 때 순수한 마음도 실수할 수 있고 그릇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결국은 제 길을 찾았습니다. 그것이 진심의 속성입니다. 그러나 다른 생각과 계산으로 진력을 다하는 사람은 결국 제 꾀에 빠지기 마련이었습니다. 이 역시 역사가 전하는 진실입니다.
우리 대부분은 진심의 편에 섰습니다. 그저 자기 생각에만 골몰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이것이 우리의 희망입니다. 당장은 곤혹스럽고, 슬프기 짝이 없지만 우리는 결국 진실한 마음이 모이고 모여서 만들어내는 기적을 보게 될 것입니다. 우리 사회가 조금 더 공정하고 투명해지는 것, 청년들이 기를 펴고 노인들이 안심하는 사회가 한 발짝 더 우리 앞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우리가 진심을 확인했다는 것, 그 진심으로 곤혹스런 상황을 극복하려고 노력했고 또 노력하고 있다는 것, 그것이 역사가 기억할 이 시대의 가치일 것입니다.
거리를 가득 메울 만큼의 진심을 확인한 2016년 11월, ‘우리’가 바르고 행복한 길로 나아가기를 진정으로 소망한 이 시간들은 2.28과 4.19처럼 역사가 기억하는 가장 빛나는 순간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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