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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 대통령' 산파 노릇 반성합니다

  • 입력 2016.12.06 00:00
  • 수정 2016.12.07 14:59
  • 기자명 정광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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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 정계 등 대구지역 1386명

대구가 쓰는 반성문 발표

6일 오전 대구시의회서

"한국도 부끄럽고 대구도 부끄럽고 나도 부끄럽다"

▲ 대구지역 학계 정계 법조계 등 지역 여론지도층 인사들이 6일 오전 대구시의회에서 '대구가 쓰는 반성문'을 발표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및 국기문란사태에 대해 대구지역 각계인사들이 뜻을 모아 통렬한 자기 반성문을 발표했다.

대구지역 학계, 경제계, 정계, 언론계, 의료계, 종교계 등 각계각층 1,386 명이 참여하는 '새로운 대구를 열자는 사람들'은 6일 오전 대구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가 쓰는 반성문'을 발표했다.

“한국도 부끄럽고 대구도 부끄럽고 나도 부끄럽다”로 시작하는 반성문을 통해 이들은 “이 난국에 솔직히 대구사람들은 할 말이 없다.

 

국민과 역사 앞에 오로지 부끄럽고 미안할 따름이다. 우리 대구의 자존심이 무너졌다”며 지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소용돌이 속에 놓인 대구사람들의 숨김없는 심정을 토로했다.

참석자들은 "대한민국 국민에게 견딜 수 없는 배신감과 실망감을 던져주고, 참을 수 없는 분노와 부끄러움을 안겨준 박근혜 대통령을 원망하고 나무라기에 앞서, 대구시민으로서 먼저 스스로를 반성한다”며 특히, “지난 30년 동안 무조건 특정 정당만 밀어서 지역 정치판을 일당 독무대로 만든 점, ‘못난 대통령’이 태어나도록 산파 노릇을 한 점을 깊이 반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회견에 참석한 인사들은 대구가 더 이상 낡은 정치의 온상이 되어선 안 되며, 대구를 새로운 보수와 새로운 진보가 경쟁하고 협력하는 정치적 다양성과 문화적 개방성이 있는 진취적 도시로 환골탈태시키는 데 힘을 모으겠다고 다짐했다. 또 박정희 패러다임을 넘어서는 국가 비전 제시에 지혜와 힘을 모으고, 지방분권 개헌과 강자독식의 대한민국을 만인공생의 대한민국으로 개조하는데 앞장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구가 쓰는 반성문에는 김형기(경북대교수) 지방분권개헌국민행동 상임의장과 박찬석 전 경북대총장, 소설가 우호성, 최백영 전 대구시의회 의장, 허노목 전 대구지방변호사회장, 정영애 대구자원봉사포럼 회장, 이창용 지방분권운동대구경북본부 상임대표 등 1,386명이 최종적으로 서명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앞에서

대구가 쓰는 반성문<전문>

“한국도 부끄럽고 대구도 부끄럽고 나도 부끄럽다.”

지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소용돌이 속에 놓인 대구 사람들의 숨김없는 심정입니다. 이 난국에 솔직히 대구 사람들은 할 말이 없습니다. 국민들과 역사 앞에 오로지 부끄럽고 미안할 따름입니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선도한 자랑스런 역사를 가진 우리 대구의 자존심이 무너졌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에게 견딜 수 없는 배신감과 실망감을 던져주고, 참을 수 없는 분노와 부끄러움을 안겨준 박근혜 대통령을 원망하고 나무라기에 앞서, 우리는 대구 시민으로서 먼저 스스로를 반성하고자 합니다.

우리 대구 사람들은 18대 대선 때 절대적 지지로 박근혜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었습니다. 일부에서는 ‘우리나라를 이만큼 잘 살게 해준 박정희 대통령의 딸이다’라는 감사로, ‘부모도 없는 불쌍한 사람이다’라는 정서로, ‘결혼도 안 하고 자식도 없으니 친인척 비리는 없을 것이다’ 라는 믿음으로 그에게 표를 던졌습니다. 그가 대한민국을 더욱 발전시키는 성공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 기대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오만하고 불통했으며, 경제를 살리지 못했고,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초래했고, 헌정질서를 파괴했으며, 국가의 품격을 추락시켰고, 국민의 자존심을 짓밟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역 숙원사업이었던 남부권 신공항을 정략적 고려로 무산시켜 지역의 희망을 앗아갔습니다.

이에 우리는 반성합니다.

묻지 마 투표로 그를 대통령으로 뽑은 걸 반성하고, 이러한들 저러한들 그에게 박수를 보낸 걸 반성합니다. 박정희 대통령 딸이라고 그를 지지한 걸 반성하고, 감성의 눈으로 그를 동정한 걸 반성하고, 그의 실상은 모른 채 허상을 쫓아 맹신한 걸 반성합니다. 아울러 우리는 근 30년 동안 무조건 특정 정당만 밀어서 지역 정치판을 일당 독무대로 만든 걸 반성하고, ‘못난 대통령’이 태어나도록 산파노릇을 한 걸 깊이 반성합니다.

이제 우리 대구 시민은 지난 반세기의 ‘상처뿐인 영광’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대구를 만드는데 기여하는 시민으로 거듭나고자 합니다. 대구를 정치적 다양성과 문화적 개방성이 있는 진취적 도시로 환골탈태시키기 위해 분투하고자 합니다. 아울러 박정희 패러다임을 넘어서는 새로운 대한민국 비전 실현을 위해 지혜와 힘을 모으겠습니다. 국민주권을 실현하고 대통령의 권력독점을 막는 대안인 지방분권 개헌 추진에 나서겠습니다. 강자독식의 대한민국을 만인공생의 대한민국으로 개조하는데 앞장서겠습니다.

2016년 12월 6일

‘새로운 대구를 열자’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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