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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화 교수의 유아 교육 이야기

아이들의 흔적욕구, 그 치열한 몸부림

  • 입력 2016.11.16 00:00
  • 수정 2016.11.28 15:37
  • 기자명 대구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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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화 수성대학교 유아교육학과 교수

며칠 전에 제가 컨설팅하는 한 어린이집에서는 가족과 함께하는 미술체험행사를 가졌습니다. 아이들이 엄마와 아빠와 함께 손잡고 와서 각 교실마다 준비되어 있는 다양한 미술체험을 하였습니다. 자연물로 액자 만들기, 한지로 만든 등에 색칠하기, 한지로 머그잔 받침 만들기, 우리 아가 방 문패 만들기, 티셔츠에 꽃물들이기, 가면 만들기, 종이모자 만들어 꾸미기 등을 하였는데, 참여한 아이와 가족들은 제 시간에 마치지 못하고 해가 저물도록 미술놀이에 푹 빠졌습니다.
그림과 사진은 ‘흔적욕구’ 때문
인간은 본능적으로 흔적을 남기기를 좋아합니다. 쏟아져 나온 말은 주워 담을 수가 없고, 아름다운 노래도 흘러가버리고 나면 간직할 수가 없고, 멋있는 춤도 그대로 지켜볼 수 없다는 시간적 아쉬움이 있습니다. 이처럼 말이나 음악이나 춤이나 스포츠는 보존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흔적을 남기고자하는 인간의 욕구를 충분히 채워줄 수가 없습니다. 인간은 이 흔적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서 가장 위대한 흔적을 남기는데, 그것이 바로 ‘자식’이라고 합니다. 부부가 최고의 사랑을 하면서 사랑의 징표로 최고의 흔적을 남기는데 그것이 바로 자식이라는 거지요. 자신의 눈앞에 오랫동안 두고서 보고 또 보고 싶어 하는 욕구를 충족하고자 자식을 낳는다는 겁니다.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는 것, 사진을 남기는 것도 흔적욕구 때문이라고 합니다. 아이들도 자기 수준에 걸맞은 흔적남기기를 하는데, 가장 자주 하는 흔적남기기 활동은 바로 ‘그림그리기’입니다. 처음에는 마구 긁적이다가 점점 형태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점차 의미를 알아볼 수 있는 그림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아이가 그린 모든 그림은 나름대로의 스토리가 담겨있어서 아이들의 그림을 감상하기가 매우 재미있습니다. 아이들은 자신의 마음이나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그림으로 표현하기를 좋아합니다. 종이에 그리기도 하지만 흙바닥이나 모래에 그리기도 하고 찰흙을 주물거려 자신의 내면을 드러냅니다. 어떤 아이는 그림을 그려놓고는 그 그림을 들고서 한참동안 자신의 이야기를 읊조리기도 합니다.
아이들에게 표현의 자유를!
아이들은 누군가가 보고 싶을 때도 그림을 그리면서 자신의 심정을 달래기도 하고, 자신의 욕구를 그림으로 대리만족하기도 합니다. 할머니가 보고 싶으면 할머니를 계속 그리고, 로봇을 가지고 싶은 아이는 그림을 그릴 때마다 로봇을 그리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강한 이미지를 그림으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한 아이가 아버지를 그릴 때마다 아버지의 얼굴에 아주 큰 동그라미를 그리고 새까맣게 칠하기에 아버지 얼굴에 큰 점이 있나보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 아이의 아버지를 만나보니 아주 작은 사마귀가 볼에 하나 있더라는군요. 그리고, 아이 자신이 그린 그림에 엄마, 아빠, 오빠, 자신이 있는데, 그중에 자기 자신을 가장 키가 크고도 멋있게 그렸다면 그만큼 자의식이 매우 강하여 자신을 돋보이게 하고자하는 의욕을 나타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림을 통하여 아이의 욕구와 심정과 자신의 스토리를 엮어내면서 자신의 세계를 더욱 확고히 펼쳐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겠습니다.
그림을 그릴 종이의 크기나 색깔이 다양하면 좋겠고, 그리는 도구나 재료도 연필, 붓, 크레파스, 볼펜, 색연필, 물감, 파스텔 등 여러 가지를 제공하면 아이들이 자신의 세계를 밖으로 드러내기가 훨씬 쉬울 것입니다. 그리기뿐만 아니라 꾸미기 만들기 등도 미술활동을 더욱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요소이므로 적극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미술의 기법이 중요하지 않고 아이가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자유를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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