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박진환의 미식에찬

음식의 심리

  • 입력 2016.10.01 00:00
  • 수정 2016.10.13 18:29
  • 기자명 대구한국일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경북대학교 겸임교수, 음식 칼럼니스트

고기를 씹으면서 대화가 이루어지면 엔도르핀이 다른 음식을 같이 먹을 때보다 훨씬 더많이 분비되어 친밀감이 빨리 높아진다. 또한 치아와 뇌에는 말초신경과 중추신경을 연결하는 긴밀한 신경네트워크가 존재하기 때문에 씹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기분을 좋게 할 수 있다 스테이크를 먹고 커피 한잔은 카페인에 뇌를 자극하는 성분이 있어 단기 기억력과 집중력을 높여 주므로 상대를 대화에 더욱 집중 시킬 수가 있다. 일설에 의하면 소개팅자리에서 카페에서 마시는 음료 한잔은 서먹한 분위기를 더욱 서먹하게 만들어 스테이크를 먹었을 때 보다 결혼성사 여부가 낮다고 한다.
와인 한잔을 곁들이면 긴장한 두뇌 신경세포를 이완 하여 중추신경을 적당히 자극해 사랑의 감정을 고조시키는 효과가 있다.
특히 와인은 일반 증류주와는 달리 비타민C와 비타민E가 풍부해 감정을 고조 시키는 효과 훨씬 크다. 초콜릿을 먹으면 초콜릿속의 독특한 쓴맛과 향을 내는 '테오브로민(theobromine)'이란 성분이 심장박동을 증가 시켜 약한 흥분성 물질을 만들어낸다. 테오브로민은 대뇌 피질을 부드럽게 자극해서 사고력을 올려줄뿐만 아니라 강심작용, 이뇨작용, 근육완화작용등의 효과까지 있다.
잉카문명시대 남녀가 만나면 남자는 꼭 초콜릿과 비슷한 성분의 잎을 준비해 씹게 했다고 한다. 그러면 기분이 몽롱해져 쉽게 결혼에 골인했다고 한다. 여기서 유래해 밸런타인데이에는 연인끼리 초콜릿을 주고받게 되었다. 사소한 일로 불안 할 때는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 수치를 높이면 효과가 있다. 우리 몸은 유제품과 생선, 바나나, 말린 대추, 콩, 아몬드, 땅콩 등 식품에 들어있는 트립토판에서 세로토닌을 생성한다. 세로토닌 생성에는 얼마나 많은 트립토판이 뇌에서 변화를 일으키느냐에 달려있다. 현미와 통밀 빵, 귀리 등 정제되지 않은 탄수화물을 결합하면 뇌에서 트립토판 흡수를 돕는 인슐린이 인체에서 분비되도록 돕는다.
매운 음식을 먹게 되면 우리 몸의 열을 내리면서 열기를 밖으로 방출 함으로서 체온이 떨어지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효과가 있다. 우리 뇌는 쾌락을 담당하는 영역과 고통을 담당하는 영역이 상당히 많이 겹친다고 한다. 매운맛의 고통이 쾌락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미국 코넬 대학 식품브랜드 연구소(Food and Brand Lab)의 브라이언 원싱크(Brian Wansink) 박사는 음식을 그 음식이 지닌 색과 대조적인 색의 그릇에 담으면 음식의 색과 구분이 안 되는 색의 그릇에 담았을 때보다 그 음식을 20% 정도 덜 먹게 된다고 한다.
음식의 색이 그릇의 색과 너무 대조적이어서 음식이 돋보이면서 음식의 양을 "의식"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60명의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한 테이블에는 빨간색의 토마토소스 파스타를, 다른 테이블에는 흰색의 크림소스의 파스타를 올려놓았다. 실험참가자들에게는 흰 접시 또는 빨강색 접시를 주고 이 두 테이블 중 한 곳으로 안내했다. 그 결과 파스타의 색깔과 대조적인 색의 접시에 담은 사람이 같은 색의 접시에 담은 사람보다 17-22% 덜 담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접시에 담은 파스타를 약92% 먹었다. 또한 음식을 큰 그릇에 담으면 작은 그릇에 담는 것보다 약22% 덜 먹게 된다는 사실도 실험을 통해 알아냈다. 이는 눈의 착각 때문이다. 음식과 그릇의 색을 대조시키는 것이 이러한 눈의 착각을 바로 잡을 수 있는 방법으로 보인다. 아이들에게 채소를 더 먹게 하려면 채소를 녹색 접시에 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저작권자 © 대구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