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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동 이슬로고사리 대표

  • 입력 2016.08.08 00:00
  • 수정 2016.08.11 10:43
  • 기자명 김민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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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더위와싸우는사람들)

▲ 김혁동 이슬로고사리 대표가 뙤약볕 아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포즈를 취했다.

“수확을 생각하면 더위쯤이야 거뜬합니다”

경북 안동시 길안면 소재지에서 차량으로 30분 가량 아스팔트길과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이동하면 길안면 대곡리 검단마을이 나온다.

민가가 여덟 가구 밖에 되지 않는다. 저 멀리 밭 한가운데 사람이 보인다. 가까이 가보니 중년의 남자가 뙤약볕 아래서 호미질을 하고 있다.

“너무 오지에서 주말농장을 하는 게 아니냐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영농조합법인을 만들고 있다고 합니다. 하하하.”

▲ 경북 안동시 길안면의 한 밭에는 김현동 이슬로고사리 대표가 지은 농작물이 풍성한 가을 수확을 기다리고 있다.

김혁동(47)씨는 이곳 검단마을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농사일을 거든 것이 익숙한 탓인지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뙤약볕이 내리쬐지만, 밭고랑 사이를 재바르게 누비면서 잡초 뽑기에 여념 없다. 그가 혼자 농사를 짓는 밭은 5,000평이 넘는다.

“‘농사는 힘보다 요령’이죠. 작물의 특성을 파악해 재배하는 것은 기본이죠. 차별화된 농작물을 만드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밭일해본 이들은 한여름에 밭일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안다. 일주일에 두 번 이상 밭일을 하는 그는 5년 넘게 귀농준비를 하고 있다.

“열심히만 하면 도시에서는 뭘 해도 먹고살 수 있죠. 여유 있게 살 수 있는 돈도 벌어봤지만 늘 ‘이게 잘하는 것인가’하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어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나이에 구애받지 않는 일을 찾아보니 농사가 적격이라는 생각에 5년 전부터 고향에 놀고 있는 밭에서 농사일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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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가 오고 난 후 잡초가 더 빨리 자라는 특성 때문에 농작물 주위의 잡초를 뽑는 작업을 하고 있다.

첫해에는 너무 힘이 들어 그만두려고 했다. 농작물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했지 못해 수확을 거의 못한 적도 있었고 무작정 무공해 작물을 고집해 벌레가 다 먹은 적도 있었다. 좋아서 시작한 일이지만 시행착오를 겪을 때마다 ‘하던 사업이나 잘 할 걸 그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특히 비가 많은 여름에 힘들었다. 한여름에 비를 맞으면 잡초는 마구잡이 솟아오른다. 빨리 제거하지 않으면 다른 작물에 피해가 가기 때문에 비를 맞으면서 잡초를 뽑아야 한다. 제초제를 사용하면 쉽게 할 수 있었지만 제대로 된 유기농 작물만이 경쟁력 있는 농산물이라는 생각에 유기농 퇴비만 사용한다.

여름이 끝나갈 무렵 그간의 고생을 보상이라도 하듯 풍성한 수확이 예상되는 조짐이 보였다. 이 더위에 일하면서 그가 싱글벙글하는 이유다.

“지금은 주말에만 농장일을 하면서 귀농을 준비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이곳의 지리적 특성과 자연환경을 이용해서 도시인들이 함께 참여해서 함께 일하고 수확의 기쁨도 누리며 이익도 나눌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 계획입니다. 그리고 저처럼 귀농을 준비하는 이들이 제가 겪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게 하고 땀흘린 만큼 풍성한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도우는 것도 제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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