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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한기웅“경상도 어르신들의 피서법은?”

  • 입력 2016.08.08 00:00
  • 수정 2016.08.11 10:29
  • 기자명 김광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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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푹푹 찌는 한여름 오후, 방송인 한기웅 씨(왼쪽)가 공동 진행자인 단비 씨와 계곡 물에 발을 담그고 더위를 식히고 있다.

‘대한민국 최고의 효도 프로그램’. 2008년부터 전파를 타기 시작한 TBC ‘싱싱 고향별곡’의 별칭이다.

시골 마을을 찾아가 마을 어르신들의 소소한 일상을 소개하는 것이 기본 줄거리다. 시골 마을 이곳저곳을 누벼야 하는 만큼 촬영의 90%가 야외에서 이루어진다. 겨울 추위와 여름의 무더위를 온 몸으로 버티며 견뎌야 한다.

“10년 가까이 시골 마을을 댕기면서 어르신들의 다양한 피서법을 배았습니더.”

메인 MC 한기웅 씨의 고백이다. 그는 어르신들의 피서법이 “간단하지만 지혜롭다”고 밝혔다.

그가 배운 더위를 피하는 방법은 ‘시원한 그늘’ 찾기다. 포인트는 ‘그늘’이 아니라 ‘시원한’에 있다. 그늘 중에도 시원한 그늘이 있다. 바람이 잘 통하는 곳이다. 한 씨는 “한창 더울 시기에 촬영을 나가면 으레 마을에서 제일 높은 집의 마당에 놓인 평상에 모여 있기 마련”이라고 했다. 바람이 제일 시원하게 불기 때문이다.

- 어르신들이 에어컨을 틀지 않은 이유

집집마다 자녀들이 달아주고 간 에어컨이 있지만 거의 틀지 않는다. 전기세 때문도 있지만, 더위를 너무 급하게 쫓으면 탈이 나기 때문이다. 방송 스텝 중에 에어컨 때문에 감기에 걸리는 이들이 속출한다. 다음 장소로 이동하거나 읍내에 식사를 하러 나올 때 에어컨을 제일 높인 단계로 틀어놓고 더위를 식히는데, 여름과 겨울을 오가다 보니 오히려 감기에 쉽게 걸린다. 그 좋은 에어컨을 두고 굳이 바람 잘 통하는 그늘을 찾는 데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한 씨는 “어르신들처럼 조금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연바람으로 더위를 천천히 쫓는 것이 건강에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어르신들은 날씨에 따라 일하는 시간도 조절한다. 한창 더울 때는 새벽에 해 뜨기 전에 일어나 논밭을 돌보고 한낮에는 앉아서 쉬거나 낮잠을 잔다. 뜨거운 기운이 누그러지면 다시 2차 들일에 들어간다. 더위에 맞서서 끙끙대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순리를 따라 자연의 일부처럼 땅을 일구고 그 열매를 얻는 것이다.

- 치고의 피서는 친구들과 함께하는 ‘천렵’

한 씨가 시골을 다니면서 배운 가장 확실한 피서법은 천렵이다. 천렵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그물로 잡는 것은 가장 일반적이고 통발을 놓거나 물길을 막아서 고기를 ‘줍는’ 방법도 있다. 심지어 파자마를 이용한 고기잡이도 있다.

소위 ‘파자마 천렵’은 파자마를 입은 뒤 발목 부분을 끈으로 묶은 다음 파자마 안에 된장을 바르고 물에 들어간다. 파자마를 한껏 벌리고 있으면 물고기들이 된장을 먹으러 파자마 안으로 들어온다. 어느 정도 고기가 들어왔다 싶으면 허리 부분을 여민 뒤 물 밖으로 나오면 된다. 발목을 풀면 자잘한 고기들이 멸치그물에 든 잔고기처럼 와르르 쏟아진다.

천렵 피서의 백미는 삼겹살과 술과 음식을 나눌 친구들이다. 대도시 인근 마을에서 이런 피서법이 흔하다. 시내에 사는 친구가 “매운탕이나 한 그릇 하자”고 하면 친구들이 올 때를 맞춰 물고기를 잡아놓는다. 삼겹살에 시원한 맥주를 사들고 오는 시내 친구들과 어울려 매운탕에 맥주 한잔 곁들이면 더위는 어느 새 동구 밖으로 달아난다.

한 씨는 “더위든 추위든 사람과 어울려 같이 이겨내는 것이 비결인 것 같더라”면서 “푹푹 찌는 여름에 시골 분들처럼 이웃이 안부를 묻고 수박 한 조각, 오이 냉채 한 그릇이라도 나눠먹는 인심만 있다면 대프리가(대구+아프리카) 더위도 그렇게 혹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원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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