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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화 교수의 유아 교육 이야기 “생일과 아이의 자존감”

  • 입력 2016.08.08 00:00
  • 수정 2016.08.11 10:29
  • 기자명 김광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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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 수성대학교 유아교육과 김정화 교수

제자들이 카카오 스토리를 하도록 가르쳐준 덕분에 여러 사람들의 근황을 두루두루 알게 될 뿐만 아니라 저의 생활역사를 글과 사진으로 저장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생일과 관련해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카카오 스토리에 저의 생일이 공개되면서 양력 생일에 생일인사를 듬뿍 받았는데, 음력 생일에도 인정 많은 분들께서 축하를 많이 해주셔서 고마움과 쑥스러움과 더불어 또 다른 느낌을 받게 됐습니다.

- 생일 축하, 존재의 무게를 실감하는 날

나이가 들다 보니,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스스로가 위축되기도 하고 자신감이 떨어지기도 하더군요. 특히나, 젊은 분들한테 실례가 되지 않으려고 별 필요도 없는 눈치를 보기도 하는 제 자신을 발견하고는 쓴웃음을 짓기도 합니다. 그런 제가 “생일 축하합니다”라는 메시지를 여러 사람들로부터 받은 그날에는 “나라는 존재성이 아직은 살아있고 쓸만하구나” 싶은 안도감을 가지고 되었고, 축하해 주시는 그분들이 무척 고마웠습니다.

아마, 아이들도 마찬가지일겁니다. 부모께서 아이에게 귀한 생명이 이 세상에 태어난 그 자체를 축하해주고 지극히 사랑한다는 표현을 해주고 앞으로 이러이러한 사람이 되기를 빌어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줌으로써 그날의 주인공인 그 아기는 자신의 자존감과 이 사회에서의 자기 역할을 크게 인식하게 될 겁니다.

우리나라의 전래동요 한편을 소개드리자면, ‘우물가엔 나무형제, 하늘에는 별이 형제, 우리 집엔 나와 언니, 나무형젠 열매 맺고, 별형제는 빛을 내니, 우리 형젠 무얼 할꼬’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바로 모든 생명체의 존재성과 역할성을 삼재사상(三才思想)을 통하여 전달한 노래라고 보겠습니다. 땅에도 하늘에도 이 인간 세상에도 곳곳에 각 생명들이 존재하고 있으며, 미물일지라도 각 존재들은 나무와 별들처럼 각각 제 할 일을 최선을 다하여 잘하고 있으므로 우리 사람은 무엇을 하면 가장 훌륭하게 존재성을 발휘할 수 있을까라는 뜻으로 불리는 노래입니다.

아이들에게 존재감을 심어주는 일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옛적 이야기를 하나 더 하자면, 외국의 경우와는 달리 우리 조상들께서는 사람의 이름을 부를 때, “찬비 야(亞)” 또는 “재성 아(亞)”라고 부릅니다. 즉, 이름 뒤에 ‘아(亞)’를 붙여서 불러주었고 오늘날에도 이와 같이 하고 있습니다. 이름의 끝 자에 닿소리가 없으면 ‘야’로 발음되지만 ‘아’의 의미와 같습니다. ‘아(亞)’의 의미는 ‘너야말로 이 세상 천지좌우의 가장 중심이 되어 이 크나큰 우주공간과 수많은 만물을 관장할 최고의 존재가 되거라’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아이의 이름을 많이 불러줄수록 좋다고들 해왔고, 교육현장에서도 선생님들은 아이의 이름을 자상하게 자주 불러주곤 한답니다.

- 자존감은 가장 큰 정신적 에너지

아이의 존재감을 평소에도 키워야 하지만, 특히 생일날에는 더욱 정성들여 축하해주어야겠습니다. 제가 컨설팅해주는 한 어린이집에서는 아이의 생일을 친구들한테 미리 말해주고 당일에는 친구들이 어린이집에 오자마자 조리사 선생님께서 내어주시는 쌀가루와 과일이나 야채들을 찜기에 시루떡처럼 켜켜이 깔아주면서 생일축하노래를 불러준답니다. 친구들이 만들고 조리사 선생님이 쪄주신 생일떡을 생일상의 중심에 두고 제철 과일들을 접시마다 수북이 담아냅니다. 그날의 주인공이 한복을 멋있게 차려 입고 나타나면 친구들이 여러 가지 노래와 춤과 말로써 생일을 축하해줍니다. 어린이집의 선생님은 아이가 잠을 잘 때도 쑥쑥 잘 자라라고 잠옷을 선물로 준답니다. 그날의 주인공은 스스로가 이 세상에 참으로 잘 태어났다는 자존감을 얻게 되고, 이 좋은 세상에서 무언가 훌륭한 역할을 다 하여서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겠노라고 다짐하게 될 겁니다.

부모님들께서는 아이의 생일에 물질적 선물을 사주기 전에 먼저 사랑의 눈빛과 표정, 스킨십과 따뜻한 말을 아이에게 선물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소박하지만 정성을 들인 생일상을 차려 주시기 바랍니다. 그래도 생일축하하기에 무언가 부족하다 싶으면 우리 아이가 나중에 살아가다가 힘들 때 펼쳐보고 큰 힘을 얻을 수 있는 생일축하의 글이나 그림을 선물로 주고 길이 남기도록 배려해주어야겠습니다. 그래도 부족하다 싶으면 물질적인 선물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아이의 자존감이야말로 자신이 살아가는 가장 큰 정신적 에너지가 될 것이므로, 아이의 존재감이 늘 살아있고 활성화되도록 부모님들께서 각별한 관심과 격려를 부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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