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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배우 홍본영 “16만 중국인이 관람한 딤프!”

  • 입력 2016.08.08 00:00
  • 수정 2016.08.11 10:19
  • 기자명 김광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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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본영(洪本英, HongBonYoung)은 한중일 모두에서 주연급 배우로 활동한 뮤지컬 배우다. 일본 최고의 뮤지컬 극단 ‘사계’에서 첫 주연을 맡았고, 한국을 거쳐 지금은 중국 최고의 창작 뮤지컬 ‘상해탄’에서 여주인공 역을 맡았다.

“딤프는 어마어마하게 성장할 겁니다. 딤프가 어떻게 되나 한번 지켜보십시오!”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축제에서 평소에는 좀체 만나기 힘든 한국과 중국의 유명 뮤지컬 제작자를 여러분 만났다.

그들은 한결 같이 딤프의 가능성을 높이 샀다. 그 중 한 분은 상기된 목소리로 “국제 뮤지컬 딤프의 진짜 시작은 10주년을 맞이한 지금부터다. 앞으로 세계적인 뮤지컬 축제로 반드시 성장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 말에 한국 출신 뮤지컬인의 한 사람으로서, 딤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한 배우로서 벅찬 기대감이 몰려왔다.

- 배우들이 인정하는 최고의 축제 “딤프여 영원하라!”

나는 오래 전부터 딤프 무대에 서보고 싶었다. 그 바람이 이번 딤프 10주년에 이루어져 개막식에서 브래드 리틀과 ‘오페라의 유령’을 불렀다. 나는 그를 관객으로 처음 만났다. 몇 년 전 오페라의 유령 내한 공연 때 그의 공연을 보고 온몸이 전율했다. 오페라의 유령만 200회 이상 본 내게 그날의 공연은 최고 중의 최고였다. 마음속으로 ‘나도 저 배우랑 노래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 버킷리스트가 딤프 무대에서 실현된 것이었다. ‘기쁨 두 배’였다.

무대 위의 그는 특별한 힘이 있었다. 무대에 서기 전, 나는 ‘오페라의 유령’ 중 크리스틴의 후반부 고음에 대한 부담이 있어서 연습을 많이 했다. 고음을 더 민감하게 전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결과적으로는 기우였다. 공연이 시작되자 브래드 리틀은 마술사처럼 내 속의 또 다른 나를 이끌어냈다. 무대에서 노래한 건 내가 아니었다. 크리스틴이 내 몸을 빌려 노래하는 듯한 짜릿한 경험을 했다. 내 안의 크리스틴을 불러낸 것은 다름 아닌 브래드였다. 무대에서 그는 나의 음악의 천사였다.

폐막식에서 만난 브래드 리틀도 그 무대를 복기하면서 “무대에서 수많은 여배우들과 노래했지만, 그날 무대는 너무 부드럽게 주고받는 특별한 무대였다. 당신은 정말 크리스틴이었다”고 했다. 이심전심이었다. 내 음악 인생에서 잊지 못할 순간이다.

딤프는 내게 특별한 경험과 만남의 연속이었다. 오프닝 무대에는 나와 브래드 리틀 외에도 기라성 같은 뮤지컬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뮤지컬 계의 대모 윤복희 선생님을 시작으로 전수경, 홍지민, 신영숙, 이건명, 리사, 김보경, 리차드 샤레트, 전나영 등 어마어마한 선배부터 한창 꽃피는 후배들까지 모인 까닭에 대기실은 잔칫집 같은 분위기였다.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는 자리에서 배우들은 하나 같이 딤프를 칭찬했다.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딤프는 (대회 진행이) 정말 깨끗하다”, “한국에 많은 뮤지컬 축제가 사라졌는데 딤프는 10년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대단하다”, “앞으로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뮤지컬 축제가 될 것이다”는 것 등이었다. 이번에 직접 참여해서 경험해 보니 창작 뮤지컬을 지원하고 후대를 양성하는 딤프의 아름다운 정신이 이런 호평과 좋은 결과를 낳은 것 같았다. 자랑스러웠다.

- 중국 갔더니, 중국 지인들이 “딤프 오프닝 무대 잘 봤어요!”

그렇게 오프닝 무대를 끝내고 일정에 쫓겨 중국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중국에서 더 놀라운 일이 있었다. 중국 동료와 지인들이 “딤프 개막 공연 잘 봤다”고 했다. 나는 깜짝 놀라서 “한국에서 한 공연을 어떻게 보았느냐”고 물었다. 그들의 대답은 “실시간 인터넷 방송”이었다. 사실 중국에서는 한국보다 더 인터넷 텔레비전, 실시간 방송이 붐이다. 개막식에 중국인 뮤지컬 마니아 한 분이 객석에서 실시간 방송을 진행했는데, 그 덕에 16만 명이 넘는 중국인들이 인터넷과 휴대폰으로 내가 ‘오페라의 유령’과 ‘상해탄’의 ‘야래향’을 부르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관람한 것이었다. 딤프가 ‘강남스타일’처럼 인터넷을 통해 본격적으로 세계를 향해 뻗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시상식 무대를 위해 다시 귀국할 때, 내게는 어떤 확신이 생겼다. 딤프의 미래나 현재의 영향력에 대한 것이었다. 윤 선생의 말대로 딤프가 앞으로 놀라운 행보를 계속해나갈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레드 카펫 행사에서 중국 리둔 감독(송레이 그룹 프로듀서)과 함께 걸었다. 그는 내게 오프닝 무대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개막공연 때 너무 감동 받았다”고 “중국에서 준비 중인 다음 작품에서 꼭 함께하고 싶다”고 했다. 더불어 “한국 뮤지컬 배우들은 대단하다!”면서 연신 엄지를 치켜들었다. 그 옆에는 베이징에서 온 한 기획자가 있었다. 그의 프로필이 특이했다. 그는 원래 중국 최고의 방송사인 cctv 기자였는데, 수년 전 한국에서 뮤지컬을 보고 반해서 기자생활을 접고 뮤지컬 기획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그는 “우리도 이렇게 수준 높은 작품과 관객을 만들 수 있을까?”, “딤프처럼 되려면 10년쯤 걸릴까?” 하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리둔 감독이 질문을 냉큼 낚아채 이렇게 말했다. “10년 안 걸린다. 3년이면 우리도 딤프처럼 축제를 할 수 있다”고 했다. 목소리에 자신감이 묻어났다.

내 생각도 그렇다 5년 안에 아시아의 뮤지컬 시장은 폭발적 성장을 할 것이다. 씨앗들이 뿌려졌고, 이제는 개화를 목전에 두고 있다. 한중이 뮤지컬로 손을 잡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말하자면, 중국 대도시와 딤프가 같은 기간에 뮤지컬 축제를 열고 공연 팀과 관객이 교류할 수 있다면 축제의 본고장 유럽이 부러워하는 축제가 될 것이다. 리둔 감독에게 그 얘길 했더니 환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의 노하우와 중국의 열정과 자본이 손을 잡는다면 무엇이 두려우랴!

폐막식과 레드 카펫에서도 소위 ‘16만 접속자’를 자랑하는 실시간 방송이 진행됐다. 나는 작은 화면을 향해 “우리 한국 무대에서 중국 무대에서 빨리 만나요!” 인사했다.

영상으로 만난 중국 관객들이 내년에는 직접 딤프 축제장으로 찾아올 것을 꿈꾼다. 다음에는 카메라로 인사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을 방문한 중국 뮤지컬 팬들과 레드 카펫에서 직접 하이파이브를 하고 싶다. 결코 꿈으로 끝나지 않을 미래라고 생각한다.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홍본영, 리둔 중국 송레이컴퍼니 프로듀서, 유희성 청강문화산업대 교수, 윤호진 에이콤인터내셔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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