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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성주 민심, 총리에 물병 던지며 반발

  • 입력 2016.07.15 00:00
  • 수정 2016.07.18 14:54
  • 기자명 정광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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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국무총리, 물병ㆍ계란 세례에 대피

중고생 400여명도 학교 결석하고 집회 참가

▲ 경북 성주군청에서 15일 열린 사드 배치 관련 황교안 총리 설명회 도중 물병이 날아가고 있다. 한국일보 영상 캡쳐
▲ 15일 오전 경북 성주군 성주군청 현관에서 황교안 총리 경호원과 경찰관들이 성난 주민들이 던지는 물병과 계란을 방탄복과 손바닥 등으로 막고 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성주 배치에 반발한 성주군민들이 15일 주민 설명을 위해 군청을 찾은 황교안 국무총리 일행에게 계란과 물병을 던지며 거세게 반발했다.

군청사 현관 앞은 금세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주민 반발에 놀라 30분도 되지 않아 귀경길에 나선 황 총리 일행은 미니버스 앞을 막아선 주민들 때문에 수 시간 동안 차 안에 갇혔다.

황교안 국무총리와 한민구 국방장관 등이 15일 오전 11시쯤에 군청을 방문한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자 이날 오전 9시부터 군청 광장으로 주민들이 집결하기 시작했다. 이날 오전 10시까지 600여 명이 모였다. 이 중 중고생들만 400여 명이나 됐다. 무더기 등교거부 사태는 없었지만 초등생 22명 등 40여 명의 초중고생이 결석했다. 나머지 집회 참가 학생들은 대부분 조퇴하거나 외출증을 끊어 나왔다. 한 고교생은 “우리 학교는 선생님께서 조퇴를 해 주지 않아 몰래 나왔다”며 “우리의 미래가 걸린 일인데 가만히 교실에 앉아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집회 시작과 함께 주민들은 정부의 사드 성주배치를 성토하기 시작했다. 경북도의원 등 5명의 주민이 삭발했다. 14일에도 5명이 머리를 밀었다. 사드 성주배치 반대 범군민대책위원회는 정부의 납득할만한 조치가 있을 때까지 매일 5명씩 릴레이 삭발을 이어갈 계획이다.

삭발식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헬기로 성산리 방공포대에 내린 총리 일행이 미니버스로 갈아타고 오전 11시쯤 군청에 도작하자 장내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의 안내를 받아 다가오는 총리에게 일부 주민들은 계란을 던지기도 했다.

계란에 옷을 버린 총리가 마이크를 들었지만 금세 험한 욕설에 묻혀버렸다. 곧이어 한 두 개씩 날아들던 물병과 계란은 소나기처럼 쏟아졌다. 경호원들이 우산과 옷가지, 방탄복에다 휴대전화까지 꺼내 막았지만 역부족이었다. 성난 민심은 비대위 관계자의 자제 요청도 누그러뜨리지 못했다. 비대위 일부 간부들과 취재진들도 물병에 맞아 멍이 드는 일이 속출했다. 현관 앞 계단과 바닥에는 이내 생수병과 계란으로 얼룩졌다.

황 총리는 “미리 말씀을 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정부는 주민 여러분들이 아무런 걱정 없이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안전에 문제가 있다면 배치하지 않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김항곤 군수로부터 마이크를 넘겨 받은 한민구 국방장관이 입을 열자 물병세례가 더욱 거세졌고, 주민설명회 30분도 되지 않아 청사 안으로 대피, 쫓기듯 미니버스에 올랐다.

성난 성주군민들과 총리 일행이 탄 미니버스는 이날 오전 11시30분쯤부터 오후 2시20분 현재까지 대치 중이다. 성산포대에 헬기로 도착한 총리는 주민설명회를 마친 뒤 헬기로 귀경할 예정이었다.

버스 앞을 막아선 주민들은 버스를 향해 “박근혜(대통령)한테 전화해서 (사드 성주배치를) 포기할까 물어봐라. 지금 몽골에 전화해라”고 다그쳤다. 또 일부 주민들은 버스를 잡고 마구 흔들기도 했다. 또 농업용 대형 트랙터 3대를 동원, 군청사 후문을 차단했다.

한편 이날 우려됐던 집단 등교거부는 일어나지 않았다. 등교거부 방침이 논의됐으나 14일 오후 학교운영위원들이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등교 후 집회참석을 위해 조퇴하기로 뜻을 모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학부모들은 개별적으로 등교를 시키지 않아 12개교 930여 명의 초등생 중 22명이 결석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고생들은 성주 읍내 학교를 중심으로 대부분 이날 오후 1시까지 외출증을 끊고 나와 집회에 참가했다.

성주=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 황교안 국무총리 일행이 성주군청을 방문하자 성난 주민들이 물병과 계란을 투척, 군청 현관 앞이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 황교안 국무총리 일행이 성주군청을 방문하자 성난 주민들이 물병과 계란을 투척, 군청 현관 앞이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 전날에 이어 15일에도 성주지역 도, 군의원 등 5명이 군청 현관 앞에서 삭발식을 하고 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 600여 명의 성주군민들이 15일 오전 성주군청 주차장에서 사드 성주 배치 반대를 외치고 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 한복 차림의 성주 주민들이 군청 주자창에 자리를 잡고 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 황교안 국무총리와 한민국 구방장관이 김관용 경북도지사의 안내로 15일 성주군청을 방문하고 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 사드 성주 배치에 반발한 성주군민들이 15일 주민설명회를 위해 성주군청에 온 총리 일행이 탄 미니버스를 가로막고 농성을 하고 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 사드 성주배치에 반발한 성주군민들이 15일 주민설명회를 위해 성주를 방문한 총리 일행이 탄 미니버스를 막기 위해 성주군청사 후문을 대형 트랙터 3대로 차단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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