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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종수, 인문학과 음악 버무린 공연으로 2,400석 매진

  • 입력 2016.07.05 00:00
  • 수정 2016.07.07 17:44
  • 기자명 김광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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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공연은 다양한 이야기와 노래가 적절하게 버무려져 관객들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든다.

“전석 매진에 흥행 대박요? 수익은 제롭(0)니다, 하하!”

불황이다. 성인가요도 예외가 아니다. 아이돌은 한류 바람을 타고 세계로 뻗어가고 있지만 국내 공연 시장은 침체기다.

티켓이 안 팔린다. 유명 가수도 야심 차게 2회 공연을 기획했다가 흥행이 안 돼 공연을 1회로 줄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가수 이종수 씨의 매진 사례는 주목할 만하다. 벌써 몇 해째 빈자리 없이 공연장을 꽉꽉 채운다. 올해는 영천 시민회관과 수성 아트피아에서 2회 공연을 펼쳐 2,400석을 매진시켰다. 그것도 유료(3만 원)객석이었다. 그렇지만 흑자를 기록한 건 아니라고 말한다.

“공연에 어마어마하게 투자를 하거든요. 입장료 수익에서 대관료, 10인조 악단의 밴드비(이종수 밴드), 코러스비 등을 빼고 나면 남는 게 없습니다. 어차피 돌려드린다는 생각으로 기획하는 공연이니까 전혀 아쉽지 않습니다. 오히려 뿌듯하죠.”

관객의 90%는 노래교실 회원들이다. 노래 교실이 포항, 경주, 안강, 경산, 영천, 대구까지 모두 15군데다. 15년 넘게 노래교실을 하면서 차곡 차곡 다진 기반이 정기콘서트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 노래와 인문학이 어우러진 노래교실

노래교실이 비결이라곤 하지만 이 씨처럼 노래교실을 운영하는 가수는 많다. 그럼에도 이 씨만큼의 흥행을 기록하는 가수는 드물다. 이 씨는 그 비결을 “남다른 노래 교실 운영”으로 꼽았다.

“80년대 노래교실을 처음 시작하셨던 분들은 줄곧 노래만 가르쳤습니다. 저는 노래와 함께 다양한 이야기를 삽입합니다. 요즘 인문학이 열풍인데, 인문학적인 노래 강의를 해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시사, 행복, 유머 등 다양한 강의를 겸하는 거죠. 기업체나 금융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강의를 하기도 합니다. 전국에서 강의 초청이 들어옵니다, 하하!”

이 씨는 고교 시절 처음 기타를 접한 이후 업소에서 노래하다가 90년대 초반에 노래교실을 열었다. 회원들과 공감하는 노래 강의를 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강의 내용이 다양해고 웅숭깊은 소통이 가능해졌다.

그의 노래 교실에는 보통 5년, 길게는 10년 넘게 회원으로 남아 있는 경우도 많다. 긴 세월 노래교실에서 함께 웃고, 울고, 노래하고 소통하다 보니 이제는 세상 둘도 없는 친구가 됐다. 장기 회원들은 집안 대소사까지 챙길 정도로 사이가 각별하다. 말 그대로 정과 의리로 똘똘 뭉친 사이다.

▲ 무대에서 열창하고 있는 이종수 씨.

- 노래교실 회원들과 신명 나는 마당놀이 한판

회원들과 오랫동안 노래로, 강의로 교감해온 까닭에 공연 내용이 깊고 풍성하다. 노래만 부르고 막을 내리는 여느 콘서트와는 차원이 다르다. 이 씨를 중심으로 특별한 공감의 무늬를 완성해간다. 마당놀이처럼, 아무도 소외되지 않는, 누구도 지겹지 않은, 이를테면 모두가 주체가 되는 특별한 공연이다.

“공연의 주체는 관객입니다. 출연자가 주체가 되어선 곤란합니다. 출연자의 만족을 위한 공연은 극단적으로 말하면 관객모독입니다.”

그는 장르를 불문하고 공연자를 위한 공연이 아직도 많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이를테면 클래식 같은 경우도 금난새처럼 관객을 위주로 공연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것. 그는 “연출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관객을 어떻게 이끌어 내고 같이 어울릴 것인지 늘 고백한다”고 밝혔다.

여름에는 특별한 공연을 기획 중이다. ‘서머 페스티벌’이다. 노래 교실 회원뿐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공연을 구상하고 있다. 객석 규모는 300석 내외, 7~8회에 걸쳐 공연을 이어갈 계획이다.

“밑그림이 거의 완성되어가고 있습니다.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공연으로 알차게 꾸밀 계획입니다. 소극장 만원사례도 기대해 주십시오!”

그는 “지금은 소규모 관객으로 공연을 펼치지만 언젠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관객들과 함께 이문세의 ‘나는 행복한 사람’을 합창해보고 싶다”는 꿈을 밝혔다.

김광원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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