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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화 교수의 유아 교육 이야기 “미안해, 아가야!”

  • 입력 2016.07.04 00:00
  • 수정 2016.07.07 17:42
  • 기자명 김광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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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화 대구 수성대 유아교육과 교수.

유아교육관련으로 학부모 강연을 할 때마다 언뜻언뜻 ‘과연 내가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새삼 옛날 일이 생각나면서 저의 자식들한테 이만저만 미안하지가 않곤 합니다.

연년생인 두 아이를 키우면서 표현력이 좋은 맏이의 요청을 급급하게 들어주다보니, 순하고 어진 둘째 아이의 마음과 눈빛을 충분히 살피지 못 했습니다.

그것이 늘 마음에 걸렸습니다. 맏이는 바이올린 연주를 곧잘 했는데 천성적으로 몸이 약하다보니 자신의 의욕만큼 해낼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 제가 좀 더 위로하고 격려해 주지 못했던 점이 해가 갈수록 미안하게 느껴집니다. 제가 너무 바쁘게 돌아다니느라 두 아이의 정서를 편안하게 해주지 못 했던 것도 정말 미안하고 제가 집에 없을 때 불상사가 생긴 점을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질듯합니다.

- 돌아가시기 며칠 전 “미안하다” 하신 어머니

오래된 일이지만 저의 어머니께서 저 세상으로 가시기 며칠 전에 저를 지그시 바라보시다가 갑자기 “미안하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뜻밖의 말씀에 무척 당황스러웠지만 그동안 제 가슴 속에 머물러 있었던 응어리가 다 사라져버린 듯 했습니다. 저와 어머니는 그야말로 애증의 관계였습니다. 제가 조금 얄미운 짓을 했습니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와 이른 타계로 남은 가족들이 힘겹게 살아가야 했지만 저는 제 욕심만 차려 하고 싶은 공부를 다해버렸습니다. 그 바람에 어머니는 경제적으로 더 힘들었고 때로 저를 원망했습니다. 저는 저대로 어머니에게 아쉬운 마음이 있었습니다. 모녀 사이에 오래도록 얽힌 아픔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결국 어머니가 백기를 들었습니다. 어머니께서 해주신 ‘미안하다’의 말씀에 저는 제가 꽤 잘 살아왔다고 생각하면서 떳떳한 마음조차 들었습니다.

그런데 많은 시간이 흐른 후, 어느 한 분이 ‘자식에게 미안하지 않은 부모가 어디 있겠느냐’는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저는 속으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의 어머니가 저한테 충분히 잘 해주시지 못해서 미안했던 그 마음을 제가 미처 헤아리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입니다. 그 어리석음이 몸 둘 바를 모를 만큼의 부끄러움으로 다가왔습니다.

- 엄마의 미안한 그 마음, 언젠가는 알아줄 것

가끔 학부모 상담을 하다 보면 어머니들이 상담 중에 우시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그지없이 사랑스러운 자식한테 마음껏 잘 해주지 못하고, 옳지 않은 방법으로 가르쳐온 점도 미안하고, 더 좋은 환경에서 기르지 못하는 점을 수없이 미안해하는 겁니다. 부모들은 아이를 키우면서 갖은 시행착오를 겪다가 어느 날엔가 정신 차려 보면 아이가 훌쩍 커 버렸고 후회만 가득히 남게 됩니다.

그러나, 최선을 다했다면 괜찮습니다. 언젠가는 자식이 부모의 한량없이 미안한 그 마음을 알아주겠지요. 최선의 방법으로 열심을 다하여 정성껏 길렀다면, 당신은 가장 훌륭한 어머니입니다.

조금 사족을 달자면 부모는 아이한테 미안한 마음을 가지면서 발전해갑니다. 아이가 잠을 잘 안 잘 때, 아이가 밥을 잘 먹지 않을 때, 이유 없이 자주 울어 댈 때, 장난감을 마구 던져댈 때, 다른 아이를 자꾸 때릴 때, 감기에 걸릴 때,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혹시 부모가 잘못한 것이 없는지, 그릇된 방법으로 훈육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본다면 그것이 부모로서의 발전을 가져옵니다.

도올 김용옥 선생님은 ‘아이의 인성교육은 바로 그 아이의 어머니가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우리 아이가 참된 사람으로 무럭무럭 자라도록 어머니들께서는 더욱 힘내시기 바랍니다. 미안한 마음이 들더라도 그것 때문에 슬퍼하거나 좌절하지 말고 훌륭한 부모가 되라는 자극으로 여기고 ‘지금부터’ 더욱 분발하시면 됩니다. 아이에게 미안한 세상의 모든 부모님들의 건투를 빕니다. 뒤늦게라도 미안한 마음으로 열심히 살아온 부모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감사할 날이 올 것입니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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