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뮤지컬 배우 홍본영 “거대한 아시아 뮤지컬 시장이 열리고 있다”

  • 입력 2016.06.29 00:00
  • 수정 2016.06.30 10:27
  • 기자명 김광원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홍본영은 한중일 모두에서 주연급 배우로 활동한 뮤지컬 배우로, 일본 최고의 뮤지컬 극단 ‘사계’에서 첫 주연을 맡았고, 한국을 거쳐 지금은 중국 창작 뮤지컬 ‘상해탄’에서 여주인공 역을 맡아 열연 중이다

중국 상하이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상해탄’이 지난 5월에 300회 연속공연으로 기록을 갱신했다.

기념 공연에는 2년 전 오프닝 무대에 섰던 주연 배우를 비롯해 ‘상해탄’을 거쳐 간 수많은 배우들이 함께 무대에 올랐다. 한 배역에 여러 명의 배우가 장면을 나누어 출연했는데, 배우와 관객 모두 손에 땀을 쥔 긴장의 시간이었다. 그러나 공연이 끝난 후의 감동은 평소 공연의 300배였다.

뮤지컬 ‘상해탄’은 중국 창작 뮤지컬 사상 최초로 사설 극장에서 공연 중이고 중국에서 유일하게 300회 연속 공연에 성공했다. 누적 관객 수가 20만을 넘었다. 중국 내에서도 관심이 뜨거웠다. 2015 중국 송연 시장 연말결산에서 ‘최고 영향력 있는 뮤지컬 공연’으로 뽑혔고, 2016년 4월에는 ‘2015 중국 대극장 뮤지컬 티켓 판매 수익’에서 전체 6위를 기록했다. 중국 창작 뮤지컬의 기록을 다시 쓰고 있다.

- 상하이 디즈니랜드와 함께 진격한 영미 뮤지컬 작품들

‘상해탄’ 장기 공연 성공에서 알 수 있듯이 중국의 뮤지컬 시장은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뿐이 아니다. 미국 브로드웨이, 영국의 웨스트앤드에서도 적극적으로 시장 조사를 하고 오리지널 작품과 중국 현지 캐스팅으로 중국 시장에 활발하게 진출되고 있다.

일례로, 얼마 전 상하이에 디즈니랜드가 개장하면서 브로드웨이의 장수 뮤지컬인 ‘라이온 킹’도 공연을 시작했다. 그뿐 아니라 디즈니랜드 곳곳의 극장에서 ‘타잔’, ‘피터팬’ 등 무대 장치와 기술이 어마어마한 작품들이 중국 관객을 만나고 있다. 필자는 정식 오픈 전인 지난 6월11일 디즈니랜드에 가서 공연을 직접 관람했는데, 모든 자원이 넘치는 나라에서 디즈니라는 초능력 거인이 들어와 문화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 뮤지컬 시장의 확장 속도는 무서울 정도다. 2013년 겨울, 필자가 처음 오디션 심사를 위해 상하이에 갔을 때 ‘오페라의 유령’ 오리지널 팀이 들어와 공연 중이었다. 그 당시 표가 없어 못 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그 작품을 계기로 상하이 시민들이 뮤지컬의 맛을 알아가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이후로 들어온 여러 오리지널 뮤지컬들도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관객들의 수준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 6월24일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개막축하공연에서 세계적인 뮤지컬 스타 브래드 리틀(Brad Little)과 함께 ‘오페라의 유령’을 열창했다.

- 뮤지컬 관객층 형성에 한중일 힘을 모아야

그러나 아직은 미완이다. 지금도 숫자 면에서는 어마어마하기는 하지만 아직 관객층이 두텁지는 않다. 이를테면 관객은 구경꾼과 다르다. 그저 보러 오는 것이 다가 아니다. 뮤지컬 작품에 진심으로 감동을 받고 무대 위의 극을 내면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관객이다. 이런 진정성이 관람 문화를 형성할 것이다. 뮤지컬 문화는 배우나 공연 제작 회사가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아니라 그런 감동을 받은 관객들이 주체가 되어 이끌어 나가는 것이다. 중국은 역사가 짧은 만큼 아직 그런 관객층 형성이 미흡하다.

중국에 두터운 뮤지컬 관객층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먼저 출발한 이웃 나라들이 힘을 보태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한국이나 일본의 팀들이 중국의 뮤지컬 시장에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지만,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 같다. 좋은 것들을 공유하면서 어떻게 하면 그들이 좋은 것을 좋게 받아들이게 할 것인가를 더 연구해야 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사족을 달자면, 한중일은 외모나 문화, 먹는 음식이 비슷하지만 다른 부분은 많이 다르다. 필자가 일본에서 5년 동안 뮤지컬 배우로 활동할 때도 문화적 차이 때문에 힘든 시간들 겪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 자체가 힘들었다기보다 나라마다 문화가 다르기 마련이라는 자명한 이치를 받아들일 마음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나’를 극복하고 열린 마음과 통 큰 마인드로 이웃 나라 사람들을 만나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내 결론이다.

- 아시아 뮤지컬의 전성시대가 코앞

조금 넓게 봤을 때, 분야를 막론하고 중국인들은 ‘꽌씨’ 즉, 정을 중요하게 여긴다. 중국인들은 처음 만난 사이라도 그 사람과 말과 마음이 통하면 친구가 된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말하는 ‘친구’의 의미는 가볍지 않다. 자신의 것을 재지 않고 무조건 줄 수 있는 사이가 된다는 것이다. 설사 사업을 위해 만나더라도 이득을 생각하기에 앞서 먼저 친구가 되길 바란다. 그것이 중국인이다.

그들과 우리의 차이를 받아들이고 친구가 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무턱대고 “이것이 정답”이라고 하기보다 그들의 정서와 방법에 맞게 제시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관객 문화 형성도 그런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소위 ‘팬 문화’나 ‘관람 문화’도 서양의 클래식이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왔을 때처럼 어떤 기준을 제시해 강요하기보다 우호적인 관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흘러 들어 중국만의 스타일이 형성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중국인들의 관광문화처럼 팬덤 문화도 서서히 세계화 할 것이다.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의 뮤지컬이 급성장하고 있다. 어느 시점이 되면 미국과 유럽의 뮤지컬 시장에 버금가는 아시아의 뮤지컬 시장이 형성될 것이다. 아시아 뮤지컬의 황금기가 눈앞에 닥쳤다. 어느 나라 어떤 팀이든,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시대를 정성껏 준비한다면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전성시대를 구가하게 될 것이다.

저작권자 © 대구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