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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환의 미식예찬

프루스트 현상(Proust phenomenon)

  • 입력 2016.05.13 00:00
  • 수정 2016.06.23 10:27
  • 기자명 대구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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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 현상(Proust phenomenon)

▲ 경북대학교 겸임교수, 음식 칼럼니스트

냄새가 어린시절의 기억을 되살리게 하는 현상을 말한다. 후각은 기억의 재생을 통한 판단력 제고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프루스트 현상은 냄새를 통해 과거의 일을 기억하는 과정이다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대하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찿아서(la recherche temps perdu)’에서 유래 되었다 14년이라는 세월에 걸쳐 완성된 이작품은 시간에 대한 소설이다. 망각과 기억에 대하여 그리고 사람들이 과거와 습관을 상실하는 것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이야기다.  일상적인 경험들을 소재로 인간의 내면을 분석하고 진정한 ‘나’를 기억하고 찿아갈수 있도록 self-examination하는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책에서 주인공 마르셀이 마들렌을 곁들여 홍차를 마시는 순간 그 맛과 향에 이끌려 유년 시절의 일요일 아침 레오니 아주머니가 홍차나 보리수차에 적셔주던 마들렌 맛을 기억 하는 등 과거의 순간들을 회상하고. 과거에 경험한 특정 냄새에 자극받아 기억을 재생한다.

이 현상은 2001년 미국 필라델피아의 모넬화학감각센터의 레이첼 헤르츠(Rachel Herz) 박사팀에 의해 과학적으로 입증 되었다 후각은 대뇌연변계에서 감정과 결합되기 때문에 단순히 과거의 사실이 아닌 그 당시 감정 까지도 되살리는 추억을 떠오르게 만든다고 한다. 연구팀은 사람들에게 사진과 특정 냄새를 함께 제시한 뒤 일정시간이 지난 뒤 사진을 빼고 냄새만 맡게 하였다 그 결과 냄새를 맡게 했을 때가 사진을 보았을 때보다 과거의 느낌을 훨씬 더 잘 기억해낸다는 사실이 확인 되었다 미국 조지아주립대 팜 엘렌(Pam Scholder Ellen)교수는 “후각을 제외한 나머지 감각들은 뇌에 정보가 입력되면 먼저 이성적 사고를 하게 되는데 반해 후각은 우리가 생각하기도 전에 무의식적으로 먼저 반응하게 된다.”고 말한다. 경험한 냄새의 기억은 시각이나 청각 등의 다른 감각보다 더 빠르고 확실하게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냄새는 의식적인 사고 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다른 감각으로는 불가능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누구에게나 기억이 존재 한다 기억을 이루는 여러 가지 인자 중에서 가장 유효한 인자는 맛이다 음식과 먹는 행위는 기억의 재생을 더 쉽고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음식이 준 강렬한 맛의 경험은 오래시간이 지나도 쉽게 되살아나고 그날의 식탁위의 음식모습은 물론이고 오갔던 대화까지 생생하게 재현하게 된다. 시각이 청각보다 맛은 기억의 생명력을 훨씬 오래 진하게 보존한다.

맛은 냄새에 의한 기억이 가장 먼저 떠오르게 한다. 맛있게 경험 했던 음식의 익숙한 냄새가 나면 나도 모르게 입안에 침이 고이게 된다. 특히 기억에 딱 맞는 냄새를 맡게 되면 맞아 떨어지는 퍼즐처럼 황홀감까지 어느 찰나에 가슴 깊숙한 곳에 까지 다가온다. 음식의 맛은 기억에 의한 익숙함의 산물이다 후천적으로 학습으로 다져진 기억의 데이터이다 똑같은 맛을 내는 음식이라도 주관적인 해석만이 가능하다 맛은 인문학이나 감성의 영역이지 과학의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맛에는 정답과 기준이 없다 그러나 어떤 음식을 만들 때 지향하고자 하는 맛의 기준점은 있다 기준점을 잃게 되면 그 음식은 만족스러운 맛을 내지 못한다. 그 기준은 재료 본연의 맛에 충실할 수도 있고 우리가 기억하는 맛을 재현하는 것도 될 수가 있다. 흔히 엄마표 밥상을 최고로 친다 어릴 시절부터 먹어오던 음식이 우리의 뇌를 단순히 반복적으로 자극하여 기억을 만들고 추억을 만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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