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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화 교수의 유아 교육 이야기 정원사와 부모의 공통점

  • 입력 2016.06.15 00:00
  • 수정 2016.06.21 16:20
  • 기자명 대구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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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화 수성대학교 유아교육학과 교수

저는 요즈음 제가 컨설팅하는 한 어린이집 마당의 화초와 나무에 물주기를 가끔씩 도와주면서 새로운 습관이 하나 생겼습니다. 제가 어릴 적, 아버지께서는 꽃밭과 텃밭에 물주는 일을 저에게 자주 시키셨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물을 주면서 호스를 통하여 시원하게 나오는 물줄기가 각 나뭇잎이나 나무둥치와 꽃잎 등에 닿거나 흙바닥을 튀길 때에 들려오는 그 소리들을 듣기 좋아하였습니다. 마치 타악기들의 연주를 듣는 듯 했습니다. 요즈음은 물을 주면서 각 풀들과 꽃들과 나무 등의 외적 상태를 살펴보거나 그 존재들의 마음 상태와 내적 세계를 들여다보며 그들에게 이런저런 말을 건네는 즐거움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각 풀들과 나무들은 고유한 그들만의 세계가 있더군요. 어떤 풀은 향기내기를 좋아하고, 어떤 꽃들은 금방 피고 지는가 하면 또 어떤 꽃들은 여러 날을 거듭하면서 자신의 자태를 드러내기도 합니다. 어떤 풀은 살짝만 닿아도 금방 꺾여버리는데, 어떤 나뭇잎은 누렇게 변해서 떼버리려고 잡아당겨도 꿋꿋이 붙어있어서 할 수 없이 떼 내기를 포기했습니다. 저는 어느 날 문득 꽃과 나무들도 아이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꽃과 나무를 키우는 정원사와 아이를 키우시는 부모님이 많이 닮은 것 같습니다. 제때 물을 먹지 않으면 화초가 시들어 버리듯이 아이들도 마찬가지로 제때에 외적 또는 내적인 제공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제대로 성장할 수 없습니다.

이웃집 따라 하기, 위험한 교육법입니다!
풀의 특성에 따라 어떤 풀은 물을 매일 한두 번씩 주어야 하고 어떤 풀은 며칠에 한번씩 주어도 됩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들의 기질과 성향이 저마다 달라서 그에 맞는 지원과 제공이 있어야 합니다. 아이지도에 자신이 없는 어머니들께서는 이웃 어머니들의 방법을 자신의 자녀에게 적용하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이러한 행위는 매우 위험합니다.
그러나 모든 식물들에게 공통적인 본성이 있듯이 아이들에게도 보편적인 성향이있습니다. 제때 먹어야 기분이 좋아지고, 먹고 나면 배출해야 되고, 놀고 나면 자야되고, 칭찬해주면 의기양양해져서 더욱 잘 하려고 노력하게 되고, 실패를 거듭하게 되면 의기소침해져서 도전이나 시도를 두려워하게 됩니다. 이런 아이들의 일반적인 본성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물을 주다보면 대를 세워서 꽃의 모양이 더욱 돋보이도록 해주어야 할 때도 있고, 흙을 돋우어 주어야 할 때도 있고, 다른 곳으로 옮겨주어야 하기도 하고, 가지를 쳐야 할 일도 생기더군요.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성장과정 중에서 발견되는 아이의 잘한 점은 제때에 칭찬해줘서 더욱 능력을 발휘하도록 도와주어야 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보충해주어야 하고, 시도한 바대로 잘 되지 않으면 더 나은 방법을 찾아서 수정해 주어야 하고, 고쳐야 할 부분이 있으면 즉시 교정해주어야 합니다. 아이에 대한 지도는 적시적소에서 적절한 방법으로 해야 됩니다.

잘 자라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아이들
저에게 일어난 또 한 가지의 변화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텃밭에 관심이 많았는데, 요즘은 정원에 더 매력을 느끼게 된 점입니다. 텃밭에는 어떤 목적을 두고 심어서 수확을 기대하게 되고 그 수확물을 여러 방법으로 활용을 하게 되는데, 정원에서는 잘자라고 있는 꽃과 나무들의 모습을 기쁜 마음으로 감상하면서 있는 그대로를 감상하게 됩니다. 정원 식구들이 더욱 아름다워지기를 기대하고 그 아름다움을 감상할수 있도록 잘 자라고 있는 것에 고마움을 가지게 됩니다. 자식도 마찬가지일 테지요. 자식이 잘 자라면 잘 자라주어서 더할 나위 없이 고맙다는 마음이 들기 때문입니다. 꽃씨를 뿌릴 경우에는 더욱 그러합니다. 싹이 올라올 때까지 언제 싹이 나올까 탐색하면서 물을 어느 정도로 주어야할지, 햇볕의 세기가 어느 정도이어야 할지 고민하게 됩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들의 잠재성이 언제 어디에서 솟구칠지 꾸준히 관찰하면서 지속적으로 격려하고 지원하는 사이 아이들은 쑥쑥 자라게 될 겁니다. 말 못하는 식물보다는 건강상태로나 언어로나 행동 등으로 표현을 하는 아이들을 키우기가 더 쉽
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정원사와 같은 마음으로 아이들의 내적 모습을 찾아내면서 부지런히 돌보면 우리 아이들은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서 행복하고 밝은 아이로 성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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