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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도리사 주지 묘장스님(더프라미스 상임이사)

  • 입력 2016.06.06 00:00
  • 수정 2016.06.21 10:51
  • 기자명 김윤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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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첫 약속'지키려 세계 재난현장으로

▲ 출가 때부터‘죽음’이라는 화두를 참구했던 도리사 묘장 주지스님은 전 세계 재난현장으로 달려가 긴급구호 활동을 벌이며 눈앞에서 죽음이라는 화두와 싸우고 있다.

긴 숲의 동안거가 끝난 지 엊그제인데 숲은 곧 여름이다. 또 하나의 화두를 품어 깨친 숲의 녹음은 날로 짙다. 경북 구미시 태조산 정상 무렵에 신라 최초의 가람 도리사(桃李寺)가 있다. 1,600년전 아도화상(阿道和尙)이 한겨울에 복사꽃과 오얏꽃이 만발한 터에 지었다는 절이다. 이름부터 설화의 세계로 향기롭게 열려 있다. 도리사에는 국보 208호 금동육각사리함이 발견된 석조부도와함께 곳곳에 아도화상의 흔적이 남아있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묘장 도리사 주지 겸 더프라미스 상임이사를 만났다.

더프라미스를소개하면.
“2008년에 설립된 국제구호단체다. 부처님이 태어나면서 하신 말씀 중에‘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이라는 말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더 중요한 뒷부분은 잘 기억하지 못한다. 부처님은‘삼계개고 아당안지(三界皆苦我當安之)’라고 약속했다. 삼계가 고통 받고 있으니 내가 마땅히 편하게 하리라는 뜻이다. 부처님이 왜 이 땅에 오셨는지 밝힌 부분이다. 이 가르침에 따라 불제자들은 부처님의 약속을 마땅히 지켜야 한다는 뜻에서 단체의 이름을 ‘약속(the promise)’이라고 했다. 네팔, 동티모르, 마셜군도, 말라위, 미얀마, 인도에서 지진과 홍수 등 재난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긴급재난 구호사업과 인도적 구호사업을 벌이고 있다. 베트남, 스리랑카, 아이티, 중국 지원사업은 완료했고, 부탄과 북한 지원 신규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은사인 법등 스님이 이사장을 맡아주셨다.”

재난현장에설때심정은.
“지진을 200번 이상 겪었다. 규모 5.0이상도 10번쯤 겪었다. 이번에 네팔에서는 7.4의 여진을 겪었다. 큰 산이 흔들리고 땅이 쫙 갈라지면서 꿀렁꿀렁했다. 태풍에 흔들리는 배 위에 서 있는 느낌이었다. 다 흔들리는 땅에서 도망 간다는것이 무의미했다‘. 이러다죽겠구나.’ 극심한 공포가 몰려왔다. 나도 모르게 마음 속으로 죽음을 준비했다. 다행히 무사히 살았다. 새벽 3시쯤에 5.6의 여진이 다시 덮쳤다. 어둠 속에서 공포는 훨씬 컸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마음의 준비고 뭐고 살아야겠다는 본능만 남았다. 많은 훈련과 이미지 트레이닝을 거쳤지만 그랬다. 부끄럽지만 그랬다. 귀국 후에도 며칠 잠을 자지 못한다. 그동안 이런 공포를 여러 번 느꼈다. 그래도 또 간다. 끝까지‘약속’을 지킬것이다. 재난의 현장에 가장 가까이 달려가야 하기 때문에 늘 위험하고, 현장의 작업 조건은 늘 최악이다. 죽음의 공포를 무릅쓰고 함께 달려가주는 대원들이 대견하다. 헌신한다는 말이 어울리는 사람들이다.”

그런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왜 또 달려가나.
“안 가면 안 되겠다는 생각$. 한국에 있으면 오히려 불안하다. 가서 그 사람들에게 뭐라도 해줘야 마음이 편하다. 안 그러면 괴로워진다.”

출가동기는.
“사춘기 중1, 2병을 심하게 앓았다. 마음의 갈등이 극심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이 힘든 시기를 이겨냈는지 배우고 싶었다. 인물 위주로 책을 많이 읽었는데 인생의 결론이 나더라. 어떤 사람이든 결국은 죽는 것으로$.아무리 잘난 사람도 죽음을 넘어설 수는 없었다. 숙제가 바뀌었다. 죽음의 문제를 누가 해결하나. 큰 궁금증을 품고 있던 중 우연히 스님 출신 소설가 김성동의 수필집 <부치지 않은 편지>를 읽었다. 출가 시절 이야기와 스승들의 삶 이야기 등이 실려있었다. 거기에서 스님들은 앉거나 서서 열반송을 남기기도 하면서 열반에 든다는 것을 알고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 아, 죽음의 문제를 넘어서는 분들이 여기 계시구나. 그러면 나는 이 길이다. 고1때였다. 조계사에 전화를 걸어 출가를 문의했다. 학교는 마치고 오라고 했다. 이후 불교 관련 책들만 읽으며 3년을 보냈다. 고3 때 직지사로 출가했다. 몸에 꼭 맞는 옷을 입거나 발에 꼭 맞는 신발을 신은 느낌이었다. 말할 수 없이 편안했다. 행자 시절이 너무 힘들다고 하는데 나는 하도 좋아서 맨날 웃고 다녔다. 지금까지 한 번도 출가를 후회한 적이 없다.”

 

스님 말씀을 들으면, 운명이란 있다는 생각을 자연스레하게 되는데….
“사람은 태어날 때 기본적으로 업식안에 잘하고 못하는 것이 남아 있다고 본다. 다만 그것은 다양한 방식으로 드러난다. 내가 전생에 누구한테 빚을 졌다면, 반드시 갚는다. 그러나 어떻게 갚을지는 정해져 있지 않다. 갚는 방법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지금의 삶 속에서 분명히 바꿀 수 있는 여지가 그만큼 많다. 평소에 좋은 일을 하고 공덕도 쌓고 마음을 모으는 수행도 하면, 회초리가 오더라도 내가 견딜 수 있을 만큼 온다. 고난을 꼭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다. 고난이 삶의 방편이 되고 고난 속에서 삶을 바
꿀 수 있기 때문이다.”

불교에서는 고난과 고통을 여의기 위해 윤회를 벗어나야 한다고 가르친다. 어떻게 윤회를 벗어날 수 있나.
“부처님은 중도(中道)로서 수행했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것이다. 신심명(信心銘)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지도무난 유혐간택 단막증애 통연명백 至道無難唯嫌揀擇但莫憎愛洞然明白(지극한 도는 어렵지 않으니, 오직 가려내고 골라내는 것을 싫어할 뿐이다. 다만 미워하고 이끌리는 마음을 여읜다면 막힘없이 트여 밝고 환하리라). 좋고 나쁨, 미움과 끌림, 아름다움과 추함, 깨끗함과 더러움과 같은 간택심과 분별심, 욕망과 집착에서 떠난 세계, 중도에 머물라는 말이다. 중도에 머문 시간이 길면 길수록 인간계에서 벗어나 윤회의 번뇌를 끊을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이렇게 깨닫는 것은 알음알이(머리 속으로 아는 지식)가 아니라 체득한 지식(실천을 통해 삶을 바꾸는 지식)이다.”

시도민에게드리고싶은말씀은.
“삶의 고통의 질량은 누구나 같다. 문제는 돈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나에게 있는가 이다. 예라고 할 수 있다면 나는 행복할 수 있다. 가난한 부탄 사람들이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한 이유는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항상 잊지 않기 때문이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온누리에 나날이 좀더 행복한 삶이 어우러지길 축원한다.”


김윤곤기자 seou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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