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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또 고양이한테 생선…

  • 입력 2016.06.14 00:00
  • 수정 2016.06.20 16:30
  • 기자명 김정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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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 의혹으로 쫓겨난 외주사 대표 선발, 또 포항상의에 맡겨

연봉 1억 넘고 5년 임기 보장으로 정치권 줄대기 기승

‘한 번 외주사는 영원한 외주사’ 구조적 폐단 여전

▲ 경북 포항시 남구 괴동동 포스코 포항제철소 전경.

포스코가 비리의혹으로 물러난 포항제철소 외주협력사 대표를 또다시 포항상공회의소에서 뽑도록 해 투명경영 의지를 의심케 하고 있다.

근로자 수를 부풀려 포스코로부터 인건비를 더 타냈다가 물러난 K(57)씨도 포항상의가 선정했던 데다 벌써부터 정치권 등을 통한 청탁이 난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상의는 최근 포항제철소 선강조업을 지원하는 외주사인 J사의 대표 선정을 위한 공고를 지난 8일 냈다. 포스코가 ‘지역상생’을 이유로 직접 선정하지 않고 포항상의에 맡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의 인물을 선발했던 포항상의에 또다시 선발권을 준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라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외주사는 60여 곳으로, 이 가운데 포항상의가 사장을 고르는 회사는 J사를 비롯해 D사와 G사, S사까지 4곳이다. K씨 외에도 앞서 포항상의에서 뽑은 포스코 외주협력사 P사의 대표 L씨도 인건비 미지급 등의 문제로 물러났다. P사는 L씨 퇴사 이후 포스코 퇴직자가 대표직을 맡고 있다.

이에 대해 포스코 관계자는 “포항상의에서 뽑은 인물들이 잇따라 물의를 일으켜 사임한 것은 유감이지만 (포스코가) J사 대표는 지역사회 몫으로 정했기 때문에 포항상의를 믿고 맡기기로 한 것”이라며 “대신 곧바로 사장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2~3년 간 전무로 일하게 한 뒤 경영능력이 인정되면 사장으로 임명하도록 조건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의가 내놓은 자격 요건이 모호하고 선정 과정도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포항상의의 지원 기준은 1960년생 이후 출생해 포항시에 15년 이상 계속 거주한 자이면서 ▦지역사회 공헌에 소신이 있고 ▦덕망을 갖췄으며 ▦포스코에 대한 이해가 높은 자 등으로 추상적이다. 면접과 서류심사도 상공의원 3~4명과 상의에서 추천한 외부인사 1~2명이 진행, 사실상 포항상의 입맛대로 결정될 확률이 높다. 여기에 극심한 불경기에 연봉 1억 원이 넘고 최소 5년은 보장되는 자리다 보니 벌써부터 정치권 등을 통한 청탁과 로비가 극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외주사와 포스코 간 특이한 구조를 문제 삼고 있다. 포스코 외주협력사는 한 번 선정되면 계속 일감을 받고 경영진만 바뀌는 독특한 관계다. 이번에 문제를 일으킨 J사 역시 사장만 교체되는 것도 이같은 구조 때문이다. 외주사 경영진은 일정기간 머물다 나가도록 돼 있어 동일 업종의 타 업체와 경쟁할 필요 없고 기술개발 등에 애쓰지 않는다. 이러한 구조 속에 일부 경영진은 임기 후에도 물러나지 않으려고 정치권의 힘을 빌려 포스코를 압박하기도 한다. 지난해 7월 포스코는 검찰 수사로 외주사 비리 문제가 불거지자 권오준 회장이 직접 공개경쟁으로 선정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포항경실련 최동수 지역상생위원장은 “권오준 회장이 포스코의 투명성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한 지 1년도 되지 않았지만 여전히 같은 외주사가 계속 제철소 일감을 따는 등 잘못된 계약방식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며 “공개경쟁이 되면 지금처럼 회사 대표 자리만 노리는 폐단도 없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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