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사람 포항시청 농식품유통과 권태흠(56)과장

  • 입력 2016.05.02 00:00
  • 수정 2016.06.08 11:53
  • 기자명 김정혜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년간 묵은 문제 해결한 포항시청 공무원

지역농협과 품목농협간 갈등 해소 칭송 자자

 

경북 포항에서 사과 선별장 설치를 놓고 농협간의 다툼을 적극 해결한 공무원이 있어 화제다. 그는 서포항농협과 대구경북능금농협(이하 능금농협)이 무려 5년이나 마찰을 빚은 대규모 사과선별장 설치 문제를 단 5개월 만에 말끔히 해소했다. 포항에서 사과 생산지로 유명한 북구 죽장면과 기북ㆍ기계면의 지역농협인 서포항농협은 연간 2,400톤의 사과를 처리할수 있는 선별장(APC)을 보유하고 있다. 이곳에 능금농협이 연간 6,000톤 정도 선별 가능한 APC를 추진하려하자 양측간 갈등이 시작된 것. 농협중앙회 규정에도 농협간 상권보호와 과당 경쟁 방지를 위해 점포간 거리 기준을 정하고 있다.
그러나 선별장 추가 설치는 비단 양 농협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포항 지역 사과 생산은 해마다 10%씩 늘어 선별장 확대가 시급한 상황이다. 2014년 포항지역 사과 생산량은 1만7,000톤 이었으나 2015년에는 1만9,000톤 이상 늘었다. 반면 사과 선별장은 5곳으로 처리가능한 양도 5,500톤에 불과한 실정이다. 새 선별장 건립에 필요한 국비와 도비, 시비까지 책정됐지만 정작 농협간 갈등은 갈수록 깊어만 갔다. 양쪽 누구도 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자 권태흠 과장이 나선 것. 그는 “농협들의 이익 다툼보다 중요한 건 사과 보관도 제대로 못해 썩혀야 하는 농민들의 어려운 사정이었다”며 “더 이상 두고 볼 일은 아닌 것 같아 팔을 걷었다”고 말했다. 권 과장은 우선 능금농협을 찾아가 양보를 제안했다. 서포항 농협 관할구역에 능금농협의 신용점포나 현금자동인출기를 개설하지 않는 조건 등을 제시했다. 이후 서포항농협을 찾아 협상 테이블로 끌어 들였다. 수 십 차례 실무자들을 만나 설득한 결과 도무지 풀리지 않을 것 같았던 이들의 갈등은 지난 3월 18 일 양측 조합장이 상호업무협약에 서명하면서 협의 5개월 만
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는 양측이 행여 약속을 지키지 않아 또 다시 갈등을 일으킬 것에 대비, 협약서에 변호사 공증까지 받도록 함으로써 확실하게 마무리를 지었다. 권 과장의 노력으로 두 농협간 오랜 다툼이 해결된 것은 물
론 해마다 사과를 팔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지역 농민들의 시름도 덜게 됐다. 6,000톤 규모의 추가 선별장 설치로 포항지역은 연간 1만1,500톤의 사과를 처리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서포항농협과 능금농협간 협약으로 능금농협이 보유한 전국 최대 규모의 사과주스공장(경북 군위 소재)에 포항지역 농민들의 낙
과 사과도 보낼 수 있게 됐다. 서포항농협이 판매하는 가축분퇴비도 능금농협에서 연간 10만포 이상 구입하기로 했다. 사과 APC를 놓고 수년간 다퉜던 원수사이의 두 농협이 상부상조하는 관계로 180도 바뀐 셈이다.
권태흠 과장은 평소에도 부지런하고 적극적인 일처리로 주위 모범이 되고 있다. 4월 26일 농림축산식품부가 선정한 대한민국 대표브랜드에 포항시의 농특산물 공동상표인 '영일만친구'가 대상을 수상한 것도 권 과장의 노력 덕분이다. 앞서 지난 3월 2일에는 포항 북구 죽장면 소재 전통장 제조업체인 ㈜죽
장연이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대한민국 우수문화상품 브랜드로 선정, 이 역시 권 과장의 공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성과로 그는 주위 칭찬이 자자하지만 그동안의 노고를 자랑하기보다 지역 농민들을 돕는데 더 큰 각오를 다지고 있다. 권태흠 과장은 “제 할 일을 할 뿐인데 주변에서 잘했다는 말을 많이 해줘 힘은 난다”며 “사과 선별장 문제가 해결돼 다행이지만 사과 재배 면적이 늘고 판로는 점점 줄어드는 상황으로, 앞으로도 농민들이 웃는 일만 가득하도록 더 많이 애쓰겠다”고 말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저작권자 © 대구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