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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없는 영주 국립산림치유원

  • 입력 2016.06.01 00:00
  • 수정 2016.06.03 16:55
  • 기자명 이용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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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증진센터 등 건물 주변은 온통 풀밭

▲ 8월 개원을 앞둔 국립산림치유원의 중심시설지구 주변이 목장 초지를 방불할 정도로 황량하다.

산림치유원이라고 하면 우거진 숲이 연상되지만 8월 개원 예정인 경북 영주시ㆍ예천군에 걸쳐 있는 소백산 옥녀봉 백두대간 국립 산림치유원은 전혀 딴판이어서 논란이다.

치유원의 핵심시설 주변에 숲은커녕 온통 풀밭에다 최근에 심은 작은 나무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립산림치유원은 산림청이 지난 2010년부터 1,480억 원을 들여 조성중인 곳으로, 8월에 준공할 예정이다. 여의도 면적의 5배에 달하는 2,889㏊의 산림에 건강증진센터 산림치유수련센터 수치유센터 연구센터 산림치유마을 등 시설을 지어 최근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산림청은 산림치유효과를 통해 국민 삶의 질 향상과 산림치유 체험 및 연구 교육 기능을 통합한 산업화와 백두대간지역 균형발전 기반 마련을 사업목적으로 밝혔다. 도시생활에 지치고 병든 현대인들이 숲 속에서 하루 또는 며칠 몇 개월씩 머물며 심신을 다스리는 시설이다. 이곳의 명칭도 산림치유의 뜻을 담은 ‘다스림’이다.

하지만 개원이 임박한 산림치유원은 산림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진입로 양쪽엔 키 낮은 사과를 심은 과수원이 즐비했고 입구 오른쪽 152㏊ 규모의 중심시설지구에는 건강증진센터와 수련센터 주치마을(숙박시설) 등 크고 작은 건물이 산비탈 곳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결정적으로 건물 주변엔 숲은커녕 풀밭처럼 돼 있었고, 공터에는 어른 키 크기의 작은 나무만 심어놓은 것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우거진 숲 속에 자연친화적인 치유원을 생각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밖에 없다.

주민들은 “시설이 들어선 곳은 대부분 과수원이었는데 건물 짓는데 급급하다 보니 조경이나 숲 대신 황량하게 방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산림치유원의 특성을 생각했다면 건물보다 숲 조성을 먼저 착수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영주시 관계자는 “나무가 너무 없다는 지적에 따라 산림청과 별도로 올해 4월에 산수유 700그루와 산딸기 300그루를 심었다”고 전했다. 산림청도 지난해부터 과수원과 밭을 일구던 곳곳에 나무를 심기 시작했지만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뻗기까지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중심시설지구를 지나 도로 양쪽으로 숲이 우거졌지만 워낙 산세가 험해 사람이 들어가기는 불가능해 보였다. 산등성이를 넘어 예천 쪽도 마찬가지였다. 길 왼쪽으로는 방치된 과수원이 수백 미터 뻗어 있다. 관리되지 않는 사과나무는 보기에도 흉하고 바닥은 잡풀로 무성했다.

홍청원 산림청 국립산림치유원 운영관리부장은 “중점시설지구를 벗어나면 등산로와 임도로 숲이 우거져 있고 계곡도 있다”며 “건물 지은 뒤 작년부터 조경했으니 3년 정도 지나면 숲으로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산림치유원에 변변한 계곡 하나 없어 제 기능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두 줄기 계곡처럼 꺼진 곳이 있지만 폭이 워낙 좁은데다 수량도 부족해 말 담그기조차 민망할 지경이었다. 산속의 음이온은 숲과 계곡이 만나면 발생량이 월등하다는 연구결과도 있지만 고려되지 않았다.

개원에 앞서 산림치유원을 체험한 한 관광객은 “치유원 주변에 숲이 우거지지 않았고 숲도 수종과 수림이 다양하고 풍부하지 못했다”며 “산림치유를 하러 갔는데 감동을 주는 숲이 없다면 실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애초에 위치선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홍 부장은 “국립공원소백산 구역을 피하고 정치적 역학관계 등을 고려하다 보니 산림치유원을 이곳으로 선정하게 됐다”고 말해 위치선정에 문제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한편 국립산림치유원의 운영은 산림복지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최근 출범한 산림복지 전담 국가기관인 산림복지진흥원이 맡는다.

이용호기자 lyho435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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