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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이 사람 사비로 육사문학관 개관한 경북대 박현수 교수

  • 입력 2016.05.17 00:00
  • 수정 2016.05.26 14:20
  • 기자명 심지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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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현수 경북대교수

“학문하는 사람은 좀 남달라요. 기본적으로 자기가 연구한 것에 대해 애정이 있죠. ‘육사 시에 끼친 주자학적 영향’으로 석사 논문을 썼어요.

2005년 경북대 교수로 왔죠. 자존심이 무척 상하더라고요. 대구 출신의 유명 시인은 많은데, 변변한 문학관 하나 없다는 게 화가 났죠. 그래서 육사 문학관을 만든 겁니다.”

박현수(50·시인) 경북대 국문학과 교수가 최근 사재 3억 원을 들여 ‘264작은문학관(대구 중구 경상감영 1길 67-10)’을 개관했다. ‘264’는 대구에서 기자 생활했던 육사(본명 이원록ㆍ1904~1944)의 필명이자 수인(囚人)번호이고, ‘작은’은 15평 남짓 되는 아담한 공간에 육사를 담았기 때문이다. 1층은 커피숍과 특별전시관이, 2층은 ‘대구 중심의 육사 모든 전시관’으로 꾸몄다.

작은문학관에 ‘모든 것’을 담았다는 것은 육사 필명 ‘264’에 맞춰 264쪽 짜리 육사 포켓북(한 권에 담은 264작은문학관)을 펴내고, 이를 2층 전시물들과 연결시켰다. 각 전시물마다 숫자가 적혀 있는데, 그 숫자는 다름 아닌 포켓북 쪽수다. 육사를 모르는 일반인도 전시물 숫자를 보고, 포켓북을 펼치면 그 의미를 알 수 있도록 했다. 필요한 정보만 깡총하게 담았다.

박 교수는 “물리적 공간은 작지만, 가장 넓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문학관을 꾸몄다”며 “대한민국 최고 문학관이라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2층 전시관 천장의 상량문은 육사의 외동딸 이옥비 여사가 썼다.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육사 詩 ‘광야’ 중)’라고. 박 교수는 ‘비록 작은문학관이지만 대성하라, 대성할 것’이라는 의미라고 이해했다.

박 교수는 “육사는 남들이 뭐라고 하든 자신이 옳다고 여긴 바를 꿋꿋이 걸어간 사람”이라며 “그걸 육사 식으로 표현하면 ‘금강심’이라고 하는데, 이 시대 많은 사람들이 육사의 금강심을 이곳에서 배워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퇴계 이황의 후손인 육사는 일제강점기 때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짧은 생을 대부분 대구에서 보냈다.

심지훈 기자 s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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