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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현장] '19금 영화' 최초900만 관객 돌파 앞둔 <내부자들>

  • 입력 2016.02.01 00:00
  • 수정 2016.04.19 14:26
  • 기자명 김윤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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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정치-재벌 커넥션'

추악한 알몸 '그들은 돌아온다'

 

영화 <내부자들>이 19금 영화 최초로 누적관객 900만명 돌파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현재 상영 중인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의 누적관객은 1월19일 현재 189만 여명.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은 본판인 <내부자들>에 50분 분량을 더해 지난해 12월 31일 개봉한 러닝타임 3시간 의 오리지널 감독판이다. 누적관객 707만 여명을 기록한 본판의 바통을 이어 받아 감독판이 흥행을 이어가면서 <내부자들>은 본판, 감독판 합쳐 896만 1,785명의 관객을 모았다. 19금 영화 최초로 900만 명 관객 돌파를 2~3일 앞두고 있다. 감독판이 100만 관객을 넘어선 것도 처음이다.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내친 김에’, 19금 영화로는 ‘난공불락의 성’ 1,000만 관객 돌파 대기록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영화 <내부자들>의 흥행 돌풍이 거세지만, 메이저 언론 에서는 이 영화를 제대로 조명하지 않고 있다. 거대 언론과 유력 대선 후보, 거대 재벌로 이어지는 부패와 타락, 거짓과 위선의 커넥션을 적나라하게 폭로하고 있는 이 영화에 대한 ‘알레르기적’ 거부 반응으로 보인다. 메이저 언론들의 ‘무시 전략’ 속에서 거둔 900만 관객 동원 기록은 더욱 의미 있다.
<내부자들>의 흥행 이유는 탄탄한 시나리오와 배우들의 발군의 연기력. 시나리오는 만화 <미생: 아직 살아있지 못한 자>로 2012년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만화부문 대통령상을 받은 윤태호 작가의 미완결 웹툰 <내부자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미생>에서 보여준 작가의 ‘현실보다 더 리얼한’ 배경 설정과 묘사는 <내부자들>에서도 생생했다. 잘 나가던 깡패에서 손목 잘린 양아치로 전락한 안상구(이병헌)의 연기는 몇 번을 소름 돋게 했다. 그는 곳곳에서 지금까지의 배우 이병헌이 아니라 양아치 안상구였다. ‘연장’ 들고 ‘작업’하러 가면서 ‘봄비’를 부르는 장면, 한 손 젓가락질로 라면을 퍼먹는 장면, 착착 감기는 사투리와 ‘추리닝’ 차림, 여관방 화장실 장면…. 여기에 빽도 없고 줄도 없어 번번이 밀리는 ‘흙수저’ 검사 우장훈(조승우)은 오버하지 않는 연기로 모자란 듯 꽉 채웠다. 이에 질세라 논설주간 이강희(백윤식)의 연기는 그 어떤 적의도 드러내지 않은 채 악마의 표정과 목소리를 선명히 그려냈다. 우민호 감독은 “사실 이 이야기는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이미 익히 알고 있고, TV만 틀면 뉴스에서 나오는 이야기”라고 했는데, 1월 20일자 조선일보 ‘트렌드 돋보기’에서 김윤덕 논설위원은 같은 신문사 기자 출신 영화평론가를 인용하면서 ‘현실 비판적인’ 상업 영화에 대해 악평에 가까운 혹평을 마다하지 않았다. “‘내부자들’의 돈 냄새는 훨씬 노골적이다. 도끼로 신체 일부를 잘라내는 장면, 포르노에 가까운 성 접대 신(scene)은 감독 개인의 취향이 아닌가 싶을 만큼 역겹고 선정적이다. 벌거벗은 엉덩이를 카메라 앞에서 흔드는 백윤식과 이경영의 연기엔 혼이 담겨 있었을까. 영화평론가 이동진의 평처럼 ‘칼끝을 겨눈 대상에 대한 비판과는 무관하게 적나라하고 자극적인 효과 자체에 사로잡힌’ 별 2개반짜리 영화다.” 영화에서 안상구는 자신의 손목을 자르도록 배후 조종했을 뿐 아니라 펜대 하나로 숱한 정치적 거래와 협잡, 심지어 살인까지 저지르는 조국일보 논설주간 이강희의 오른쪽 손목을 도끼로 잘라버린다. 매우 잔인한 장면이지만, 거짓과 왜곡을 일삼으면서도 결코 반성하지 않는 한국 주류 언론에 대한 경고 내지 조롱으로 이보다 통쾌한 상징은 일찍이 없었다. ‘언론이라면 벌벌 기던’ 그런 시절이 아니
라 ‘기레기’라고 손가락질 받는 시절이다. 안상구의 복수장면은 한국 영화사와 한국 언론사에 더불어 길이 남을 명장면이 될 것이다. 언론이 ‘배후’를 캐는 것이 아니라 ‘배후’ 자체일 때, 언론과 그 사회는 죽은 지 한참이다.

김윤곤 기자
seou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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