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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최상대의 ‘공간에서 산책하는 삶과 인생’ 23

  • 입력 2016.04.04 00:00
  • 수정 2016.07.06 18:33
  • 기자명 대구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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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안식처, 종교건축은 환영 받는 건축인가?

▲ 공사 완공을 앞두고 최근 모습을 드러낸 천주교 대구대교구 범어성당 이미지 스케치

교회 사찰 성당 등의 종교건축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변하지 않는 고정된 규범, 일정한 양식과 모습을 갖고 있다. 따라서 사람들은 오랫동안 경험하고 보아왔던 규범 양식 모습에 따라서 불문율처럼 여겨지는 고정 관념을 갖고 있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종교건축 특히 교회건축에 대해 나름대로의 생각을 이야기한다. 외국 어디에 가보니 참 대단하더라. 우리는 왜 그렇게 못 짓느냐? 관광명소로 이름난 수백 년 전의 중세 유럽의 성당들과 가우디가 설계한 명품건축을 보고서는 자책과 비난을 한다. 부정적 시각으로 비춰지는 우리건축 형식에 대해서는 인정 하지만, 종교적 역사 문화적 배경은 도외시한 채 비교 적용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은 것이다. 이 땅에 첫 교회(서울정동교회, 1885년)가 세워진지 131년이며, 첫 성당(서울약현성당,1892년)이 세워진지 124년 역사에 불과하다.

그런데 1900년에 세워진 성공회강화성당은 전통기와집을 변용한 한국식 성당이다. 그런데 지금 이시대의 성당과 교회는 유럽 고딕양식과 서양식 이미지 틀에서는 거의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교회는 석조건물 십자가 높은 첨탑이어야 하고, 경사지붕 붉은 벽돌집의 성당, 사찰은 전통기와 지붕’이라는 고정관념인 것이다. 어쩌면 술 담배 육식이 금기시되고 있는 종교적 절대 룰을 벗어날 수 없음과 동일한 것이다. 기독교문화의 유럽에서는 도시의 중심 광장 공간에 교회 성당이 세워졌다. 지금 우리의 복잡한 도심지 비좁은 골목 상가건물에도 교회 첨탑만 높아지고 밤이면 건물 옥상 십자가 불빛들을 숫하게 보아왔다. 주변은 주차장화 되고 주민들의 민원이 발생으로 인허가도 어렵다. 최근, 지역을 대표하는 대규모 성당 건립 공사가 완공을 앞두고 모습을 드러냈다.

시민들에게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새로운 성당 모습과 대단한 규모에도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성당은 고딕양식 로마네스크 이미지의 절충으로 대형 성당의 mass를 세분화하여 주변과 도시적 스케일에는 거부감을 줄이려는 노력이 보인다. 그러나 시대를 표현하는 건축형식인가? 도시적 공간, 종교적 공간은 나중 살펴봐야할 듯하다. 외국 여행에서 수백 년 역사의 성당 교회 앞에서 마냥 부러워 할 일만은 아니다. 우리 땅의 부석사 봉정사 불국사 해인사 등의 전통사찰은 외국인들도 부러워하는 수백 년 역사의 우리의 문화유산이다. 과거 양동마을 초입의 십자가 첨탑의 교회를 기억하는 이들은 누구나 양동마을에 부조화로 생각했었다. 언젠가 새로 지어진 교회는 오래된 마을의 관가정 아래에서 겸손히 엎드린 작은 모습이었다. 붉은 벽돌도, 뾰쪽 첨탑도, 십자가를 높게 내세우지도 않았다. 겸손한 교회를 설계한 건축가의 제안을 수용한 양동교회 신도들과 목사님을 존경하게 한다. 문화유산으로 남겨진 전통 사찰건축에는 진입로의 과정적 공간, 가람배치의 짜임새, 시간의 켜가 쌓인 석탑 석등 목조건축의 아름다움이 있다. 지금은 사찰 규모가 커지면서 가람배치는 흐트러지고 콘크리트 사찰 대형석불 석탑들은 난잡해지고 고졸(古拙)한 운치는 찾아보기가 어려워졌다. 훌륭한 종교건축들은 도시와 지역의 랜드 마크이자 관광자원이요 문화적 유산이기도 하다. 아름답고 좋은 이미지 종교건축은 당연히 그 본질인 선교 포교에 기여하게 된다. 그것은 종교인 신자 신도 시민들의 건축 문화적 식견과 안목이며 그리고 실천의 결과인 것이다.

▲ 최상대/ 한터건축대표, 전 대구건축가협회회장, 전 대구예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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