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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손수건 '마니아' 수집가 장향규씨

"손수건을 보면 세상이 보여요"

  • 입력 2016.04.07 00:00
  • 수정 2016.04.15 09:13
  • 기자명 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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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며 모은 700여장 손수건, SNS에 올리자 전시 제의 쇄도
전문가들도 “예술적 가치 탁월”

 

“손수건이 좋아서, 갖고 싶어 모으다 보니 여기까지 왔습니다. 많이 모았다고 특별한 사람
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단지 버리지 않았을 뿐입니다.”
손수건 수집가 장향규(63세·주부)씨는 젊은 시절부터 여행을 통해 모은 손수건을 700여 장 소장하고 있다. 그는 선물 주고, 사용한 것까지 치면 족히 1,000여장은 넘을 거라고 귀띔했다. 혼자서 보기 아까워 페이스북을 통해 특별한 손수건은 소개하고 있는데, 주변의 반응이 뜨거워 전시회도 구상 중이다. 장씨를 만나 손수건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세상과의 소통, 손수건의 새로운 가치와 시각을 들어봤다.

중년부인에게서 얻은 손수건의 매력.

처음 손수건을 수집하게 된 계기는 30년도 훨씬 거슬러 올라간 앳된 새댁시절이었다. 종갓집 외동며느리로 첩첩산중 시집살이에 자식들 키우며 변변찮은 옷 한 벌 못 사 입던 시절, 우연히 두 여성을 만나게 되었다. 그 당시 두 중년부인은 유달리 손수건을 좋아했다. 그녀들은 언제나 TPO(시간, 장소, 상황)에 딱 맞는 손수건으로 무릎을 가리거나 손과 입을 닦을 때 자랑스럽게 손수건을 꺼내었다. 화려하고 강렬한 작은 소품은 젊은 장씨에겐 부의 상징이자 예술품이며, 선망의 대상으로 다가왔다.

“손수건은 그 나라 문명의 압축파일”
내처 여행을 다니면서 손수건을 모으기 시작했다. 여행지라야 10여 개국 뿐이었고 주로 서구권 국가에 치중되었지만, 수집 양이 늘어나고 오래 들여다보니 작은 손수건에서 그 나라의 문화가 함축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주로 종교와 인종, 기후, 지형학적인 특성이 손수건에 은은히 투영되어있음을 알았다. 손수건은 각 나라의 정신문화 소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씨는 “실제 손수건에는 각 나라의 디자인 예술, 직조, 염색 및 봉제 기술이 집약되어 있다”며 “현재 경제력이 강한 프랑스, 영국, 미국, 일본 등은 토털 패션의 개념으로 손수건을 제작·판매하며 이들국가는 대개 문화강국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손수건도 예술인가요?”

“그럼요” 예술작품의 사전적 의미는 ‘일정한 재료와 양식, 기교에 의해 미적으로 창작하여 만든 물건’이다. 에밀 졸라는 ‘예술은 예술가의 기질을 통해 보는 자연의 일부’라고 정의했다. 장씨는 손수건 이야기를 페이스북에 게시하면서 많은 예술가와 대학교수들과 교류하게 되었다. 장씨는 예술사학 교수와 화가들에게 ‘손수건이 예술품이 될 수 있는지’를 문의했고, 교수들은 ‘손수건도 예술의 한 장르가 분명하다’는 답을 주었다. 레코드나 판화처럼 제한적 금기가 없는 제품을 예술이라고 하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이들보다 더 한정적으로 제작되는 손수건은 충분히 예술품이 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한다.장씨는 “손수건을 예술이라고 할 수 있는 분명한 이유는, 뛰어난 디자이너가 창작한 손수건이 생산된다”며 “모든 예술의 모티브는 자연이며 자연은 예술가의 시각으로 걸러져 시대적 문화코드가 되며 사람들에게 공감을 준다”고 소신 있게 말했다.

 

꽃무늬형, 풍경화형 등 8가지로 분류도

수집한 손수건을 분류하다보니 도상학적 분류가 가능해졌다. 가)꽃무늬형. 손수건 문양에서 압도적인 패턴으로 약 80%를 차지한다. 그중에서 장미꽃이 80%이고 튤립과 나리(lily), 모란, 은방울꽃, 들국화 등에 이어 이름 모를 꽃들이 뒤를 잇는다. 꽃무늬도 세분할수 있다. 꽃다발형, 꽃폭탄형, 자유낙하형, 꽃담형, 대칭형, 가장자리형, 사방연속형, 모서리 배치형, 만다라 형 등이 있다. 그 다음 나) 풍경화형. 유명한 유적지나 경관이 빼어난 장소, 관광지를 사진이나 그림으로 나타낸 패턴이다. 다) 민속, 풍속화형. 미국인 짐 탐슨이 처음으로 손수건과 인테리어 소품에 태국의 에스닉((ethnic) 풍을 사용해서 유행을 시켰다고 한다. 일본제품에도 이런 유형이 많은 편이다. 라) 동물형. 주로 나비와 새, 드물게 앵무새나 코끼리, 고래, 고양이, 강아지, 곰 등의 동물형이다. 마) 디즈니 영화 만화 주인공 혹은 동화형. 백설 공주, 아기곰 푸, 키티, 테디 베어, 포켓 몬스터, 뽀빠이, 오즈의 마법사 등이다. 바) 신화형. 에르메스. 베르사체, 셀린느 등 명품 손수건의 대표적 문양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비롯된 것이 많다. 사) 추상화형. 마지막으로 아) 인물형. 드물지만 풍경과 함께 스토리텔링 된 풍속화에 나타나기도 한다.
 

“더 다양한 문화권 손수건 소장하고 파”
손수건에는 붉은색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 이유는 꽃을 주제로 한 문양이 많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손수건은 항상 휴대하기 때문에 붉은색이 동양의 부적과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 즉 길상(吉祥)과 벽사(辟邪)의 용도로 쓰였을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서구문화권의 손수건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문양은 금은보석, 꽃, 훈장, 마차, 벨트 등과 리본이나 체인이 끊임없이 연결되는 것이다. 서구인들은 이것을 인류 보편적인 바람인 장수, 부귀영화, 자손번창 등의 염원을 담은 것으로 본다. “아쉬움이라면 더 많은 문화권, 즉 인도, 이슬람, 중남미, 중화문화권의 손수건을 살펴보지 못한 것입니다. 건강이 허락한다면 페루의 마추픽추는 죽기 전에 꼭 가보고 싶은 곳입니다. 우리와 DNA가 같은 원주민의 손수건에서 영적인 교감을 느껴보고 싶습니다.”


강은주기자 tracy11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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