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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서향의 살아가는 이야기 (12)

웃어라, 그러면 세상도 그대와 함께 웃으리라

  • 입력 2016.01.05 00:00
  • 수정 2016.03.29 11:53
  • 기자명 조남선 성광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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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남선/ <문학세계> 신인문학상으로 등단(2004년), 대구수필문학회 회원, 성광고등학교 교사

입꼬리수술이란 게 있답니다. 말 그대로 입꼬리를 살짝 올려주는 수술인데 젊은 여성들뿐만 아니라 중년층 사이에서도 인기라고 하네요. 입매를 조금만 교정해 주면 인상이 부드럽게 변하고 귀여운 이미지를 만들어주기 때문에 요즘 뜨고 있는 동안(童顔) 만들기의 한 방법으로도 인기가 높습니다. 실제로 좌우 입꼬리를 살짝 올리면서 윗니가 많이 보이게 웃으면 5~10년 정도 젊어 보인답니다. 수술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이해가 됩니다. 무조건 믿을 수는 없겠지만 관상학적으로도 처진 입꼬리는 궁핍해 보이고 재물이 새어 나가는 관상이라고 하니 그런 인상을 가진 사람들이 들으면 성형을 고민해 볼만도 하겠지요? 굳이 관상학까지 거론하지 않더라도 그냥 보기에도 입술이 처져 있으면 심술궂어 보이고 화가 나있는 것 같기도 하니 남들에게 괜한 오해를 사기도 할 것입니다. 분명한 한 가지는, 환한 미소는 그 사람의 이미지를 좋은 방향으로 끌어 올릴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웃음은 감기처럼 전염되고
제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는 스마일선발대회를 몇 해 동안 열었습니다. 학생들의 웃는 얼굴 사진을 게시해 어려웠습니다. 미소가 특별히 아름다운 사람이 있긴 하겠지만 사람마다 그 사람만의 어울리는 미소가 있는 것 같습니다. 열일곱, 열여덟 살 남자아이들의 웃는 모습은 제각기 다르면서도 모두가 멋졌습니다. 공부에 지친 그들이 그 순간만큼은 세상 근심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가 되어 해맑게 웃고 있었거든요. 웃음은 바이러스처럼 강한전염성이 있나 봅니다. 참가한 학생들은 카메라를 향해 웃었겠지
만 그들의 웃는 얼굴을 본 사람들은 마법에 걸린 사람들처럼 그들의 미소를 흉내내며 따라 웃게 됩니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으니까 행복해진다는 말처럼 웃는 그들도, 보는 우리도 모두가 행복해졌습니다.

 

웃음은 햇볕처럼 따뜻하고
저는 인도차이나 반도에 있는 가난한 나라 라오스를 좋아합니다. 텔레비전을 통해 지금은 우리나라에도 꽤 알려진 나라가 되었지요. 여러 해전에 책에서 우연히 그 나라에 대한 여행기를 읽게 되었는데 무작정 그곳이 가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렇게 찾아가기를 연거푸 세 번. 세계 최빈국(最貧國)에 속하면서도 행복지수는 세계 1, 2로 거론되는 나라, 문맹률이 40%를 넘고 평균수명이 60세를 넘지 못하는 나라. 하지만 그들은 행복했습니다. 라오스를 다녀온 사람들은 한결 같이 그들의 미소를 잊지 못합
니다. 그래서 그 나라를 소개하는 말 중 가장 흔한 것이 ‘아름다운 미소의 나라’, ‘조용한 미소의 나라’입니다. 어느 해에 아름다운 미소를 뽑는 사진전에서 라오스의 소녀를 모델로 한 작품이 대상을 받았다는 기사를 본 적도 있고, 어느 사진작가는 ‘라오스의 미소’라는 사진전을 열기도 했습니다. 라오스 사람들은 눈만 마주쳐도 웃습니다. 이방인에 대한 경계심도 없이 순박한 미소로 인사합니다. 스튜어디스나 연예인들은 아름답게 웃는 연습을 한다고 하는데 라오스 사람들의 미소는 어떤 훈련이나 연습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닐 것입니다. 웃는 모습에서 우리는 그 사람의 본성을 짐작할 수 있지요. 영혼이 맑고 아
름답기에 그들의 미소도 티없이 순하기만 합니다. 햇볕처럼 따뜻하고 친근합니다. 경제적으로는 궁핍해도 그들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부자인셈입니다. 인간이 만들어낸,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보석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웃음꽃이 온 세상을 봄날로 만들 수 있기를 꽃 중의 꽃은 웃음꽃이라 합니다. 때에 맞춰 잠시 피었다가 곧시들어 버리는 꽃이 아니라 웃음꽃은 사시사철 지지 않는 꽃입
니다. 새해가 밝았습니다. 웃음은 웃을 일을 또 생기게 한다고 하니 모두들 활짝활짝 웃는 한 해가 되기를 바라며 엘라 윌콕스 시 ‘고독’의 첫 구절로 새해인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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