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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화 수성대 교수의 유아 교육 이야기 “아이들이 숲에 가야 하는 이유”

  • 입력 2016.03.28 00:00
  • 수정 2016.03.29 10:06
  • 기자명 김광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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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화 대구 수성대 유아교육과 교수

한 아이가 지독한 감기에 걸렸습니다. 아이 어머니가 “오늘은 어린이집에서 숲에 가는 날인데, 감기가 걸렸으니 가지 말면 좋겠는데~” 라고 말했더니, 아이는 “내가 오늘 숲에 갔다 오면 감기가 나을 텐데~”라고 말했습니다.

아이 어머니께서는 아이의 말을 들어주셨고, 아이는 숲에 다녀와서 감기가 나았다는군요. 저는 이 실제의 일화를 숲 강의할 때 자주 활용합니다. 그러고 보니, 저도 한참 산을 오르내렸던 시절에는 감기가 거의 걸리지 않았네요.

아이들이 숲에 가야 하는 이유는 딱히 건강을 위한 것만은 아닙니다. 우주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는 숲은 아이들의 몸과 마음과 영혼에 절대적인 도움을 주기 때문입니다. 150억 여 년의 역사를 지닌 우주는 수많은 별들을 탄생시키면서 광활한 공간을 만들어주었고, 우주역사 100억여 년 만에 우주의 중심이 될 태양이 태어났나 하면 110억여 년 만에 행운의 별인 지구가 태어났습니다. 지구에는 생명의 4요소가 고스란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지구에는 흙과 물이 있고, 바람이 지구를 둘러싸고 있고, 저 멀리 있는 태양이 햇빛을 보내주어서 생명들이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이 되었습니다. 110억여 년의 흐름 속에서 생명들은 무구한 변화를 겪게 되었고, 지구 문명문화는 진보와 퇴보의 질곡을 거듭하면서 오늘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초목들이 자라던 들판에는 건물로 메워졌고, 길에는 아스팔트, 인도블록, 시멘트 등으로 덮어져 가고 있습니다. 지구덩어리는 제대로 숨을 쉴 수가 없게 되었고, 자연 속을 활주하던 짐승들은 설 자리를 잃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어느새 흙 구경을 제대로 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진정한 땅의 모습을 보려면 숲으로 갈 수 밖에 없도록 되었습니다. 흙 1g에는 1000 여종의 미생물이 살고 있고, 흙 한 줌에는 70억 마리의 미생물이 살고 있다는 군요. 숲의 바닥은 오로지 흙으로 덮여있으므로 숲이야 말로 제대로 숨쉬고 있는 곳이지요. 지구가 발달해오면서 생성했던 존재들 - 물고기, 벌레, 풀, 나무, 새들을 숲에 가야만 모두 만날 수가 있습니다.

숲에는 아름다운 소리들만이 존재합니다. 사람이 만든 도구나 기계들은 시끄럽고 거칠고 불규칙적인 굉음을 내지만, 자연에서 우러나는 소리들은 우리들의 마음을 달래주고 평안하게 만들어주고 미소가 번지도록 해줍니다. 물 흐르는 소리, 나뭇잎이 바스락거리는 소리, 비 내리는 소리들은 우리가 대자연에서 태어나 대자연으로 돌아가는 축복된 생명체임을 깨닫게 해줍니다.

숲에서 뛰노는 아이들은 위대하고도 경이로운 자연세계를 온몸으로 흡수하게 됩니다. 교실 안의 교재교구는 사람이 손대지 않는 이상 꼼짝없이 멈춰있지만, 자연은 잠시도 쉬지 않고 끊임없이 변하고 있습니다. 우주의 엄중한 질서체계에 겸손하게 따르면서 눈에 보이지 않게 부지런히 변해가는 자연의 모습은 아이들의 인성지도에 필요한 모든 요소들을 모두 껴안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특히나 유아기에는 오감이 열심히 발달되는 시기입니다. 아이들은 오감을 활짝 열고 숲을 만나게 됩니다. 맑고도 부드러운 바람결을 만나면서 아이들은 긍정적인 심성을 기르게 되고, 꽃피고 비 오고, 알록달록 단풍지고, 눈 오는 사계절의 변화를 체득함으로써 세상의 아름다움을 품게 되고, 자연물들을 만지면서 생명체들의 살아있는 느낌들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매끌매끌한 나뭇잎, 꺼칠꺼칠한 솔방울, 토실토실한 도토리, 쫀득쫀득한 진흙 등등으로 수 없는 생명들의 고유한 촉감들을 아이들은 모두 접하게 됩니다. 아이들은 자연물들의 생성과 변화를 직접 보고 의구심을 가지고 관찰, 분석함으로써 인지적 발달이 크게 일어날 겁니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은 숲을 헤집고 다니면서 몸이 절로 건강해지는 겁니다.

교실 안에 자연을 끌어넣을 수는 없지만, 교실 밖으로 나가면 자연은 언제나 두 팔 벌리고 아이들을 맞이할 겁니다. 아이들은 이제 숲으로 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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