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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화 교수의 유아 교육 이야기 '모래놀이의 신비로운 효과'

  • 입력 2015.12.01 00:00
  • 수정 2016.03.24 16:32
  • 기자명 김정화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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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화 교수의 유아 교육 이야기 '모래놀이의 신비로운 효과'

▲ 김정화 수성대학교 유아교육학과 교수

어린이집에서 자주 겪어온 바이지만, 저는 놀이터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생명력 넘치는 목소리를 듣게 되면 저절로 웃음꽃이 피어나면서 행복감이 솟아 오르곤 합니다. 여느 때나 마찬가지로, 그날도 하던 일을 손 놓고 차 한 잔을 마시면서 아이들의 신나게 놀고 있는 놀이터의 진풍경을 감상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 불현듯 신기한 장면을 발견하고서 제 자신도 깜짝 놀랐습니다. 아이들이 놀이기구에서는 한명도 놀지 않고 놀이기구 아래와 주변에 깔려있는 모래터에서만 놀고 있다는 거지요. 새삼스럽게도, 어린이집을 개원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아이들이 거의 놀이기구에서는 놀지 않고 모래에만 집중하면서 놀아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가끔씩 선생님이 아이들의 멋진 모습을 사진 찍기 위해서 미끄럼틀이나 정글짐을 타도록 권유하기도 하였지만, 또 다시 아이들은 모래놀이에 몰입하였던 사실도 회상되었습니다. 제가 친환경 놀이기구를 구입한다며 수선을 부렸던 저의 행적이 무색할 정도였습니다. 놀이터가 꽤 넓은 데도 불구하고 놀이기구를 없애버리고 모래를 더 깔아주었다는 어느 유치원 원장님의 혜안에 공감이 갔습니다. 지난 일이지만, 그 뜨거운 여름날에 아이들이 땀범벅이 되도록 몇 시간 동안이나 모래놀이에만 집중하여서, 저는 아이들이 일사병이 걸릴까봐 종일 걱정하다가 그 다음 날 조심스럽게 아이들의 상태를 살피며 체온계로 체온을 재어보았던 일도 떠오릅니다.

아이들이 모래에 집착하는 모습들이 신기할 정도입니다. 두 살배기와 세 살배기 아이들이 어린이 집에 자박자박 걸어 들어오다가 모래를 발견하는 순간, 건물에 들어오지는

않고 모래터에 아예 펄썩 주저앉아 몇 시간이나 놀기도 합니다. 하원 길에 어머니가 데리러 오는 경우에도, 아이가 모래터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모래와 재미있게 노는 아이

의 모습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눈빛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아이의 즐거움이 어머니의 가슴에도 전달된다는 거지요. 그러고 보니, 아이들의 모래놀이 수준도 점차적으로 발전해왔다는 느낌이 듭니다. 처

음에는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알들의 모습을 재미있게 바라보거나 손가락과 손으로 느껴지는 모래알의 촉감에 매력을 느끼더군요. 그러다가 점점 손으로 모래를 파

헤치거나 끌어 모으는 등의 다양한 모래장난질이 일어나더군요. 아이들은 모래놀이를 더 재미있게 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도구를 필요로 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크고 작은 모

래놀이도구들을 여러 가지 사주었지요. 아이들은 더욱 신명나게 모래놀이를 했습니다. 삽으로 모래를 퍼서 쌓거나 나르기, 양동이에 퍼 담아서 친구와 함께 들고 옮기기, 갈퀴

로 모래를 살살 긁으며 모래판 위에 그림을 그리다가 발로 슬슬 지우고 다시 그리기, 모래 위에 뒹굴다가 운동화와 양말을 벗어 버리고 발가락으로 느껴오는 모래알의 촉감에 너무나 기뻐하는 아이들의 순수 무구한 그 표정들 등등으로 아이들의 모래놀이에 심취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교육적 효과만이 아니라 아이들의 심리적 만족감, 성취감, 행복감 들을 키워낼 수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심지어, 얼마 전에는 비가 그친 후에 곧 바로 놀이터에 나가서는 운동화와 양말을 벗고 바지를 둥둥 걷고는 혼자서 놀기도 하고 여러 명이 함께 놀기도 하면서 모래놀이를 하더군요. 물기가 채 가시지 않은 모래의 접찹력으로 아이들은 더욱 신이 났더군요. 미끄럼틀은 이미 그 목적을 상실해 버렸습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미끄럼틀 위에 모래성을 쌓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그릇에 모래를 넣고 힘껏 꽉꽉 누른 후에 팍 엎어서 나오는 형태의 것들로 집을 짓는 거지요. 선생님의 유도는 전혀 없었고,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여럿이 단합하여 땀을 뻘뻘 흘리며 영차영차 소리를 내면서 모래놀이를 하는 모습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나 ‘백설공주와 난장이’ 그 이상으로 멋진 동화의 한 장면이 되었습니다. 사실상, 놀이기구 아래에 모래를 깔아서는 아니 된다는 이론이 지금까지 대세를 이루어 왔습니다. 위생 문제와 안전성 문제 등을 거론하면서 현재로는 거의 모든 유아교육기관에서는 놀이기구 밑에 고무매트를 깔아놓고 있습니다. 그 고무매트는 친환경 소재라고 하더군요. 우리는 ‘친환경’의 규정을 어디까지 두어야할지 다소 애매합니다. 우리는 아이들의 본성을 존중해야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아니 되겠습니다. 분명한 사실은 아이들은 고무매트가 깔린 놀이터에서는 놀이기구에 관심을 가질지는 몰라도, 적어도 모래가 깔린 놀이터에서는 놀이기구보다 모래를 훨씬 좋아한다는 사실을 주시해야겠습니다. 아이들은 모래를 제일 좋아하고 그 다음에 놀이기구를 좋아한다는 겁니다. 아이들은 몸과 자연과의 교감을 가장 좋아합니다. 그 다음에 문명적 도구와의 교류가 일어납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놀이기구보다 자연성이 백배 높은 흙을 더 좋아하고 모래를 더더욱 좋아한다는 겁니다. 저는 오늘도 ‘아이들의 본성을 존중해야겠다’ 는 마음으로 ‘독일에서는 아이들이 입는 모래놀이복이 있다던데…’ 라면서 아이들을 위한 또 다른 행복거리를 만들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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