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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수 없는 2015년 - 정연무 반미순 부부

아기가 “여기가 내 집이에요” 하고 외치는 듯했죠

  • 입력 2015.12.06 00:00
  • 수정 2016.03.24 13:36
  • 기자명 김재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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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수 없는 2015년 - 정연무 반미순 부부

아기가 “여기가 내 집이에요” 하고 외치는 듯했죠

 

“아기의 주민등록번호 뒷자리 숫자가 우리 집 전화번호와 같았어요.”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 놀라웠다. 정연무(43), 반미순(46) 부부는 그 순간을 “마치 숫자 네 개가 아기를 대신해 ‘여기가 우리 집이에요!’하고 외치는 듯했다” 고 회상했다.

- 결혼하기 전 이미 입양을 결심한 부부

부부는 당장 본가와 처가에 전화를 걸어 그 놀라운 우연을 전했다. 사실 초아를 입양하기까지 집안의 반대가 심했다. 경제적인 문제 때문이었다. 집에 데려온 초아를 보고는 마음이 많이 돌아섰지만 그래도 걱정은 여전했다. 그 기막힌 우연을 접하고는 하나같이 “초아가 자기 집을 제대로 찾아온 모양이다” 고 말했다. 그렇게 초아는 정씨 부부의 막내딸이 되었다.

입양 과정은 생각보다 험난했다. 부부는 “어두운 터널에서 저 멀리 보이는 빛을 향해 하염없이 걸어가는 기분이 들 때도 있었다”고 했다. 입양 절차를 밟던 도중 판사가 교체되면서 법적, 행정 절차가 지연되기도 했다. 초아는 생후 53일 만에 처음 정씨 부부를 만났지만 복잡한 행정 절차 때문에 7달 동안 위탁 아동으로 지냈다. 숫자 네 개가 뒤죽박죽 흘러가는 듯하던 모든 일들을 운명이라는 실로 꿰는 느낌이 들었다.

정 씨 부부의 입양은 한해 두해 고민해서 결정한 사항이 아니다. 사실은 결혼하기 전, 꼭 한명을 입양해서 키우자는 약속을 했었다.

“사랑을 실천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했어요. 결혼 이후에 꾸준히 입양에 대해 조언도 듣고 정보를 모았죠.”

그 사이 부부가 낳은 두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하루 종일 돌봐주어야 했던 아이들이 스스로 잘 해낼 수 있는 시기가 오자 입양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더 미루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리고 2014년, 드디어 본격적인 입양 절차를 밟았다.

 
 

- 밝아진 집안 분위기, 한층 의젓해진 두 아들

초아를 입양한 후 집안 분위기가 훨씬 밝아졌다. 매일 같이 부모님이 여동생을 낳아주길 기도하던 두 아들은 말 그대로 쌍수를 들고 환영했고, 집안 어른들은 초아의 사랑스럽고 깜찍한 모습에 한눈에 반했다.

“가족들이 누구랄 것도 없이 초아랑 놀아주고 싶어 해요. 부모님들은 아예 애를 맡기고 며칠 쉬다 오라고 할 정도예요. 직접 낳은 아이라도 이렇게 사랑받지는 못할 거예요.”

이제는 가정의 모든 일이 초아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두 오빠의 질투가 일어날 법도 하지만 불평 없이 초아를 챙기고 보듬어준다. 그런 두 오빠를 초아도 잘 따른다. 정 씨는 “두 아들이 의젓해진 느낌” 이라고 했다.

하루하루가 즐겁지만 걱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초아가 자라서 사춘기가 되고 자신의 입양 사실을 알게 되면 정체성의 혼란을 겪을 수도 있다. 그 부분에 관해 부부는 한 목소리를 냈다.

“친부모 이상으로 아이를 사랑하면서 정성스럽게 키우는 게 답인 것 같아요. 결혼하기 전 입양을 결심할 때부터 그 생각을 했어요. 입양을 했다는 사실 자체가 무의미하게 느껴질 정도로 사랑하면, 모든 게 다 순조롭게 흘러 갈 거라구요.”

아기수첩을 펼쳐서 주민등록번호를 확인하던 그 순간도 이야기해줄 생각이다. 심장에 번개가 내리꽂히는 듯 온 몸이 전율하던 그 순간을.

“그때 혈연보다 더 강렬한 운명의 끈이 초아와 우리 가족 사이를 묶었죠. 그 이야기를 들려주면 중학생, 혹은 고등학생이 된 초아에게도 그런 강렬한 믿음이 생길 거라고 확신해요. 초아는 긴 기도의 응답이고, 하늘이 선물해준 우리 딸이에요.”

글ㆍ사진=김재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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