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아름다운 동행… 경주 한화ㆍ켄싱턴리조트 상생 맞손

  • 입력 2016.03.21 00:00
  • 수정 2016.03.22 09:48
  • 기자명 김성웅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상생하는 젊은 리더들. 좌측이 한화 박광재 본부장, 우측이 켄싱턴 최경규 총지배인

경북 경주시 북군동 보문관광단지 내 대표적 라이벌 리조트인 켄싱턴리조트 경주보문(옛 하일라콘도)과 한화콘도가 선의의 경쟁을 통한 상생모델을 만들고 있어 주목 받고 있다.

보문호 북쪽 골프장에 포위된 듯한 구릉지에 진입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마주보고 있는 이들 리조트는 이웃사촌답지 않게 신경전을 벌여왔지만 진정한 이웃사촌으로 거듭나고 있다.

요즘 두 리조트는 진짜 이웃사촌 같다. 주차장과 통로를 공유하고, 부대시설 공동이용은 물론 대형행사는 연합전선으로 유치에 성공하고 있다. “불필요한 신경전을 그만두고 상부상조하기로 한 다음부터 매출이 쑥쑥 오릅니다.” 두 리조트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하지만 2년 전만 하더라도 상황은 딴판이었다. 한 마당이나 다름없는 주차장이지만 서로 상대방 고객의 주차를 하지 않을까 눈꼬리를 치뜨기 일쑤였다. 준공 시기가 비슷하고 규모도 큰 차이가 나지 않은 탓에 고객 ‘쟁탈전’을 벌여야했다.

켄싱턴은 1995년, 한화는 1996년에 문을 열어 각각 올해로 개장 21주년, 20주년을 맞았다. 객실 수는 켄싱턴이 555실로 한화(394실)보다 161실 많지만 인기도에서는 막상막하였다. 10년 전 하일라콘도를 인수한 이랜드그룹은 개인 고객과 함께 기독교 관련 행사 유치로 외형을 키워왔다. 한화도 포항 울산 부산 등지의 대규모 합숙행사를 유치해 이에 맞섰다.

하지만 해외관광이 대중화하고, 일본 관광객의 급감 등으로 보문단지에도 위기가 닥치자 상황이 달라졌다. 서비스경쟁이 아닌 상대 고객 뺏어오기와 같은 제살 깎아먹기 경쟁은 공멸뿐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신입사원 때부터 현재 직장에서 잔뼈가 굵은 박광재(49) 한화리조트 본부장과 최경규(45) 켄싱턴리조트 경주보문점장이 2년 전쯤 서로 마주 않아 양보와 배려에 합의하고 상생을 결의했다.

한화는 먼저 앞마당을 개방, 켄싱턴리조트 고객들이 위험한 큰 길을 건너야 하는 불편이 없도록 했다. 켄싱턴 측도 한화 고객들에게 넓은 주차장을 개방했다.

상대 리조트 투숙객들이 서로 상대방 부대시설을 이용해도 자사고객에 준하는 대우를 해 주고 있다. 워터파크가 없는 켄싱턴 고객들은 한화 스프링돔에서, 뷔페레스토랑이 없는 한화 고객들은 켄싱턴에서 투숙객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성수기에 예약이 다 차면 상대 리조트에 객실이 있는지 확인한 다음 보내주고 있다.

특히 두 리조트가 인접한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공동으로 대형행사도 잇따라 유치해내고 있다. 두 리조트가 손을 잡자 950실의 대형 리조트로 변신했고, 지난해 말에는 동시 투숙객이 4,000명이나 되는 전국 농민단체 행사도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부대시설 공동이용 등으로 설비투자비도 줄일 수 있고, 총 매출도 조금씩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리조트는 또 신경주역에서 리조트까지 왕복하는 셔틀버스 운행도 공동출자 형식으로 추진 중이다. 산책로와 공연장도 합동으로 개설할 방침이다.

켄싱턴리조트 최경규 총지배인은 “무한경쟁은 결국 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공멸”이라며 “본사에서도 상호협력을 적극 지원하고 있어 파트별로 더 협력할 분야를 찾아내고, 이에 따른 경비절감분 등으로 대고객서비스 질을 높이는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화리조트 박광재 본부장도 “과도한 고객 유치전은 기업 이미지 훼손을 초래할 수 있다”며 “직원간 교류활성화와 상호 음식 품평회 등 협력관계를 공고히 하겠다”고 화답했다.

김성웅기자 ksw@hankookilbo.com

저작권자 © 대구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