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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벌꿀, 진짜 꿀맛이네… 육지산 4배 가격에도 없어 못 팔아

  • 입력 2016.03.16 00:00
  • 수정 2016.03.17 18:36
  • 기자명 김정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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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통 옮기지 않고 채밀… 자연숙성으로 토종꿀 버금

공해물질 배출 없는 청정 자연환경도 강점

육지 양봉농가 진입 금지 조례 제정해 품질ㆍ브랜드 가치 제고 추진

▲ 울릉도의 한 양봉 농민이 집 옥상에서 벌통을 들여다보고 있다. 울릉군 제공.

 

울릉도 꿀이 진짜 꿀맛이다. 같은 양봉 꿀인데도 육지산의 4배나 비싸지만 없어서 못 팔고 있다.

최고의 품질과 공해배출이 없는 청정환경, 한정된 생산량으로 울릉도 벌꿀의 주가가 치솟고 있다.

울릉군 등에 따르면 섬 내 양봉농가는 20여 곳에 벌통 수는 200~300군으로 추정된다. 육지에 비하면 비할 바가 못되지만 품질과 가격에 이르면 생각이 달라진다.

울릉도의 양봉 역사는 일제강점기 말부터라는 게 정설이다. 대부분 농가에서 두 세 통을 부업 삼아 치고, 50통 내외로 키우는 전문 양봉농가는 3, 4곳에 지나지 않는다. 섬 면적이 여의도 9배 가량에 불과해 밀원이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연간 울릉산 벌꿀은 1만2,000㎏ 정도가 한계다.

울릉산 벌꿀이 단지 귀하다는 이유만으로 대접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일단 울릉도에는 공해물질 배출업소가 거의 없다. 신비의 섬이라는 이미지에다 청정환경이 일단 꿀 가격을 올린다. 게다가 육지산은 아까시꿀이나 유채꿀이 많지만 울릉도는 특정 꽃 꿀 보다는 ‘잡화꿀’이 대부분이다. 꿀벌이 헛개나무와 피나무, 산딸기, 더덕까지 온갖 꽃을 날아다니며 채취해 온 꿀이다. 약초로 쓰이는 꽃 꿀이 많이 포함돼 있어 맑은 노란색의 아까시꿀이나 갈색의 밤꿀과 달리 붉은 빛이 강하고 한약재에서 나는 향과 맛이 일품이다.

꿀을 뜨는 횟수는 날씨와 개화상태에 따라 연간 4~6회로 육지와 비슷하지만 육지와 달리 5, 6월 헛개나무꽃에 이어 더덕 꽃이 만개하는 8월에 많이 채취한다. 울릉도산 꿀에 더덕향이 진하게 배는 이유다.

무엇보다 울릉도는 개화기에 맞춰 벌통을 트럭에 싣고 옮겨 다니는 이동식 채밀이 아니고 1년 내내 한 자리에 두고 치는 고정식이란 점도 큰 장점이다. 양봉업자들에 따르면 고정식 벌통에선 꿀벌들이 벌집에 꿀이 차면 밀봉을 하는데, 꿀을 뜰 때까지 자연숙성과정을 거쳐 품질이 좋아진다. 이동식에선 이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양봉업자 신창윤씨는 “울릉도는 전부 고정 양봉으로, 이제는 육지서도 보기 어려운 토종꿀과 채밀 방식이 흡사하다”며 “육지의 양봉 농민들도 울릉도 꿀을 맛보면 ‘어디서 난 것이냐’며 감탄할 정도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울릉도산 벌꿀은 울릉도 주민들도 맛보기 어렵다. 소규모로 벌통을 키우는 주민들은 주로 일반 생수병에 2.4㎏ 단위로 담아 파는데, 1병에 10만원이나 한다. 예쁜 유리병에 담은 ‘선물용’ 포장은 20만원을 불러도 서로 사려고 한다. 육지산 아까시꿀이 보통 4만5,000원 가량인 것과 비교하면 금값이나 다름없다.

울릉양봉연구회 김태철 회장은 “울릉도 꿀을 한 번 맛 본 고객들은 꼭 다시 주문한다”며 “육지 고객에겐 보통 15만 원선에 팔지만 20만원을 줄 테니 구해달라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울릉군은 울릉도 벌꿀이 명품브랜드로 부상하자 양봉업 육성에 팔을 걷어 부쳤다. 밀원의 제약으로 생산량을 무작정 늘릴 수는 없어 품질향상과 함께 우량품종의 여왕벌 육성에 나섰다.

군은 최근 경북농업기술원, 예천군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정부 1호 장려품종으로 선정된 경북예천곤충연구소가 육종한 ‘장원벌’ 여왕벌 생산을 위한 격리육종장 설치ㆍ운영에 합의했다. 이 벌은 일반 꿀벌보다 채밀 능력이 31% 뛰어나며 개체당 수집하는 꿀의 양도 19% 더 많은데다 번식력이 뛰어나 벌통 당 일벌 수도 45%나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울릉군은 또 섬 내 우수 여왕벌과 밀원 보호를 위해 육지 양봉농가의 진입과 육지벌의 반입을 막는 조례를 추진 중이다.

울릉군 농업지원과 담당자는 “지역 명소인 나리분지는 벌의 교미 장소로 탁월한데 산란능력이 뛰어난 여왕벌은 마리 당 15만원을 호가해 양봉 농가의 또 다른 소득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국내 벌꿀 육종의 최적지인 울릉도가 안정적으로 우수 여왕벌을 대량 증식하게 되면 양봉산업의 전진기지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그림 2최수일 울릉군수와 이현준 예천군수, 박소득 경북농업기술원장이 지난 9일 울릉 나리분지에 조성될 ‘우수 여왕벌 대량 생산을 위한 격리 육종장 설치 및 운영’을 위한 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갖고 있다. 울릉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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