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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한국일보사 출범 특집 인터뷰 남재일 경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입력 2016.03.09 00:00
  • 수정 2016.03.17 14:47
  • 기자명 김윤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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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신문 살아야 지역민 삶이 산다”

지역면 강화 높이 평가… 지역민 관심 기사로 승부해야

지역 정서 편승하기보다 비판적 개입 정보·식견 제공을

▲ 남재일 경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지역 신문은 신문과 지역이라는 두 영역의 위기가 중첩한다. 지역 신문의 위기는 민주주의의 위기다.

대구한국일보는 독립법인으로 새로 출발함으로써 이 위기를 돌파하려 한다. 독립법인화는 신뢰의 위기에 신뢰로 거듭 나려는 것이다. 독립법인화는 지역지 또는 중앙지가 아니라 지역지이자 중앙지, 중앙지이자 지역지로 거듭나려는 것이다. 대구한국일보는 독립법인 출범에 맞춰 남재일 경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를 만나 지역 신문의 현재와 지역 신문이 나아가야 할 길을 살펴보고 내다본다.

_다매체, 뉴 미디어, 스마트 미디어의 시대다. 지역 종이 신문의 존재 이유,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기본적으로 신문의 존재이유는 민주주의 공론장을 활성하는 것이다. 학자들이 지역 신문의 존재이유로 가장 많이 꼽는 것도 풀뿌리 민주주의의 활성화다. 지자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역주민들이 알고 있어야 풀뿌리 민주주의가 활성화한다. 이 역할에 가장 적합한 것이 지역 신문이다. 지방자치가 성숙한 선진국은 지역 신문이 잘 발달돼 있고, 상당한 역할을 한다. 앞으로 우리나라도 민주화할수록 지역자치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지역의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본다. 이런 분위기를 만들고 이끌어 나가는 중심에 지역 언론이 있어야 한다. 디지털 미디어 환경이 조성된다고 해서 지역 신문의 중요성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_지역 신문의 위기는 곧 ‘지역 신문을 안 보고 안 믿는다’는 말이다. 지역민은 왜 지역 신문을 보지 않는 이유가 뭐라고 보는지.

“지역주민들이 지역 신문을 안 읽는 것은 믿지 않아서라기보다 관심이 없기 때문인 것 같다. 한국 사회는 지나친 중앙집중사회여서 자기 지역 소식보다 서울 소식에 더 관심이 많은 게 보통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민이 지역 신문을 보게 하려면 관심을 끌 수 있는 콘텐츠를 특화해야 한다. 그나마 지역에서 성공하는 신문들은 지역소식이 심층적이다.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한국의 지역 언론은 관변기사가 많다. 이런 기사로는 지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지역민의 관심사에 부합하는 소재를 발굴하는 한편, 관심사를 언론이 창출해서 던져주기도 해야 한다. 자신을 대변해주기를 간절히 원하는 지역민들이 많다. 그들을 기사 소재로 발굴하면 지역민의 관심을 모을 수 있을 것이다.”

_언론 또는 신문의 혁신을 수없이 말하지만, 현실은 “기승전‘생존’”이다. 곧 수익이다. 이 냉혹한 자본의 논리 속에서 지역 신문이 생존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전세계 신문이 생존을 고민하고 있다. 디지털 미디어 환경이 조성되면서 종이신문의 몰락은 기정사실이 됐다. 30년 안에 종이신문이 모두 사라질 거라고 예측하는 학자도 있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나는 아닐 거라고 본다. 종이신문의 매체성격이 지금과 달라져도 생존은 할 걸로 본다. 좀 더 고급스러운 형태의 상품으로 진화할 거로 본다. 지금 신문의 변화방향을 보면 신문이 어디로 가는지 짐작 가능하다. 과거에는 신문이 정보를 주력 상품으로 내세웠지만, 지금은 의견으로 전환하고 있다. 단순소식보다 심층해설과 여론면이 강화되는 것은 전세계적인 추세다. 앞으로 속보는 인터넷 기반으로 다수의 독자를 대상으로 하고, 종이신문은 별도의 고급독자를 대상으로 한 이원화 전략도 생각해 볼만하다.”

_대구·경북지역의 신문은 지역 신문이라는 말로 일반화할 수 없는 ‘지역 정서’라는 틀(프레임)을 지고 가야 한다. 지역 신문과 ‘지역 정서’의 관계를 어떻게 규정하면 좋은가.

“대구지역의 지역 정서는 강한 편이다. 지역 정서가 강하다는 것은 지역 신문에는 호의적인 조건이다. 서울과 지역을 구분하는 정서가 강할수록 지역 신문 구독 행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구의 지역 정서 속에서도 신문이 정도를 갈 수 있는 여지는 많다. 새누리당 국회의원이나 행정기관의 부패와 부조리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가하는 신문이라면? 지역정서를 이유로 언론이 새누리당을 옹호하는 논조를 유지하는 것은 너무 쉽게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쉽지 않지만 정도를 가는 비판적 언론의 위치에서 지역의 낡은 관행과 문화에 대한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을 때 지역주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특히 신문을 보지 않는 젊은 세대를 붙잡으려면 그렇게 해야 한다. 지역이든 지역정서를 만드는데 가장 앞장선 것도 언론이고, 바꾸어야 한다면 바꾸는데 앞장서야 할 것도 언론이다.”

_독립법인 대구한국일보는 한국일보라는 중앙지 또는 전국지의 풍부한 내용에 수적, 질적으로 일개 지역 신문사를 능가하는 맨파워로 지역지의 내용을 더하려는 것이다. 국내 언론으로는 최초의 실험이다. 그 긍정적 가능성을 어떻게 보는지.

“중앙지들이 지역사무소를 축소하거나 폐쇄하는 것이 지금까지 흐름이었다. 지역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역판을 강화하려는 시도자체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중앙지의 축적된 뉴스제작 노하우가 좀 더 나은 지역 언론을 만드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_마찬가지로 앞의 질문에서 부정적 가능성, 경계해야 할 부분에서 무엇이라고 보는가.

“중앙지가 지역판을 강화하는 데 수반되는 부작용은 지역뉴스를 중앙의 시각으로 편집하는 것이다. 지금도 지역이 출처가 되는 뉴스는 중앙의 시각으로 재단된 것이 많다. 여러 연구결과 중앙지의 지역뉴스는 지방을 타자화 하는 경향이 강하다. 범죄나 행정의 비효율, 문화적 후진성, 지역주의와 시민의식의 지체 등 지역의 전근대성을 부각시키는 것이 많다는 얘기다. 사실이 그렇다는 주장도 있지만, 상당 부분 언론이 그렇게 몰아가는 부분도 있다. 지금의 한국사회는 중앙과 지역의 격차가 날로 심화되고 있다. 정권마다 균형발전을 외치지만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다. 이런 부정적 현실을 깊이 인식하고 개선하려는 지역 언론이 나와야 한다. 지역뉴스를 지역민의 시각으로 프레임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중앙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중앙과 동등한 권리의식에 기초한 지역 언론이 지역민 전체의 이익, 즉 공공성을 준거로 일관된 편집방침을 세워나갈 때 지역민의 의식수준도 향상된다.”

_끝으로 미디어 수용자인 지역민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대구·경북지역 주민의 행복은 어떤 지자체를 갖느냐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지금 대구는 새누리당이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다. 압도적 지지를 받은 정치인은 유권자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유권자를 가장 많이 배려하는 정치인은 격려와 질책을 동시에 받는 정치인이다. 드러난 결과만 보면 대구지역의 정치인은 질책보다 격려를 동시에 받는 정치인이다. 앞으로 질책을 늘려야 대접받는 유권자가 될 수 있다. 질책은 격려보다 의정활동과 사회현실에 대해 더 많은 정보와 식견을 가져야 된다. 지역 언론이 그런 자원을 공급해주어야 한다. 제대로 된 지역 언론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본의 지자체가 제대로 돌아가는 것은 지역 신문이 튼튼하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주민들이 지역 신문을 살려내야 장기적으로 지역민의 삶도 향상된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좋을 것이다.”

김윤곤 기자 seoum@hankookilbo.com

약력

고려대학교 신문방송학과 박사

중앙일보 기자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위원

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

선거기사 심의위원회 심의위원

세명대 저널리즘 스쿨 교수

현 경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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