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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그러운 애벌레가 이렇게 맛있을 줄이야”

  • 입력 2016.02.18 00:00
  • 수정 2016.02.19 04:46
  • 기자명 이용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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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천군 곤충요리 대중화 메카 넘본다

▲ 우리음식연구회 회원들이 예천 곤충조리교실에서 갈색거저리 곤충 애벌레인 고소애를 재료로 만든 호떡을 만들었다.
▲ 예천 곤충조리실습에서 갈색거저리 곤충 애벌레를 볶고 있다.

“어제 처음 요리하고 먹을 때는 징그럽다는 생각에 움찔움찔했는데 오늘은 고소애 볶는 고소한 냄새만 맡아도 먹고 싶네요.”

지난 17일 경북 예천군 예천농업기술센터 조리실습장. 예천군농업기술센터가 실시하는 곤충요리 실습에 참가한 우리음식연구회원들의 곤충예찬론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국내에서 대표적인 곤충요리재료로 각광받고 있는 ‘고소애’ 볶기가 시작되자 30㎡ 남짓한 실습장은 금세 고소한 냄새로 가득 찼다. 고소애는 곡류 등을 주로 먹는 ‘해충’인 갈색거저리(mealwom beetle) 애벌레로, 단백질이 풍부하고 고소한데다 먹이 자체가 깨끗한 것들이어서 곤충요리의 제1 아이템으로 각광받고 있다. 실습에 참가한 20명의 우리음식연구회원 중 일부는 조리 도중에 “참깨 볶을 때 나는 냄새하고 비슷하다”며 연신 고소애를 입으로 집어 넣었다.

회원들은 볶은 고소애를 다져 간장이나 고추장, 된장 양념장과 섞은 뒤 보기 좋게 빚은 주먹밥에 넣어 고소애주먹밥을 완성했다. 취향에 따라 주먹밥 겉에 얹어 먹어도 맛이 그만이다.

이날 요리 주제는 어린이 곤충조리교실이다. 곤충을 활용해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먹거리 만들기 강습이었다. 주먹밥에 이어 밀가루 반죽과 고소애 분말, 흑설탕, 계피가루, 물엿 등을 이용한 또띠아 호떡, 설탕시럽에 고소애를 섞는 고구마 맛탕을 만드는 실습이 진행됐다. 고소애의 고소한 맛과 바삭바삭한 질감이 함께 잘 어울리는 어린이 간식용 메뉴이다. 25일까지 계속되는 조리교실은 3일은 어린이용, 3일은 창업용 실습으로 진행된다.

이번 강습은 곤충의 고장 예천군이 애완용, 산업용곤충 생산에 이어 식용곤충을 이용한 먹거리 개발의 메카로 부상하기 위해 마련됐다.

예천군농업기술센터 김선희(48)생활육성담당은 “번데기나 메뚜기는 어릴 때부터 먹어온 음식으로 생각하기에 거부감이 없듯이 어린이들이 간식으로 먹다 보면 자연스레 대중화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예천군은 오는 7월말 시작하는 예천세계곤충엑스포 때 어린이들에게 시식용으로 제공한다.

곤충조리교실을 주관한 김수희(52ㆍ경민대 호텔외식조리과) 교수는 “곤충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여기 수강생들도 처음에는 징그럽다는 생각에 보기도 꺼려했는데 하루 사이에 먹고 싶은 음식으로 변했다”며 대중화의 가능성을 자신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곤충요리가 가능한 6가지 곤충 가운데 메뚜기와 번데기는 식품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갈색거저리유충(고소애)과 쌍별귀뚜라미는 한시적 식품원료에서 일반식품원료로 인정할 계획이다. 꽃뱅이이와 장수풍뎅이 유충도 한시적 식품원료로 지정돼 있다.

김 교수는 “곤충 식품은 단백질이 풍부한데다 식이섬유도 함유하고 있어 간기능, 항당뇨, 항비만 등에 좋다”며 “예천군의 곤충조리교실과 곤충엑스포 등이 곤충요리의 대중화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용호기자 ly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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