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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정휘 포항경실련 집행위원장

“혈세 지원에 문화재관람료까지 말도 안돼"

  • 입력 2016.01.31 00:00
  • 수정 2016.02.02 09:17
  • 기자명 김정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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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경사 문화재관람료 징수 폐지를 위한 소송 추진

포스코 포항제철소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에는 조건부 찬성

대구-포항 간 불합리한 시외버스 노선 개선 “뿌듯”

“오지랖 넓다는 말을 들으면 기분좋습니다”

포항경실련 정휘 집행위원장.

포항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포항경실련) 정휘(52ㆍ사진) 집행위원장은 경북 포항에서 ‘오지랖 넓은 한의사’로 불린다.

포항시 문화도시조성 준비위원, 포항 예술문화연구소 이사장, 멤버 수 1만7,000명의 ‘페이스북 포항’ 회장 등 이름 앞에 붙는 직함만도 손으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또 사회복지시설 의료봉사도 소홀하지 않는다. 정 위원장은 “‘하등의사는 몸의 병을 고치고 중등의사는 마음의 병을, 상등의사는 세상의 병을 고친다’는 말이 있는데 상등의사까지 아니라도 중등의사는 돼야 할 것 같아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뿐”이라고 말했다. 정휘 집행위원장을 만나 최근 포항경실련에서 추진 중인 보경사 요금 인상 폐지 운동과 지역 현안과 관련한 입장을 들어봤다.

_포항경실련이 포항 보경사 문화재관람료 인상과 관련해 폐지를 적극 주장하고 나섰다. 이유는.

“그동안 꾸준히 보경사의 문화재 관람료 징수의 부당함을 주장하다 지난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포항시와 사찰측에 항의하고 시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포항시는 어떤 연유에서인지 적극 나서지 않고 보경사 측은 대꾸조차 없다. 보경사는 지금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내연산 입구를 막고 문화재를 전혀 볼 생각이 없는 등산객이나 관광객들에게도 관람료를 받고 있다. 더구나 보경사는 문화재가 있다는 이유로 해마다 국비와 도비, 시비까지 많은 혈세를 지원 받고 있다. 올해도 11억2,500만원의 예산이 지원된다. 국민들이 낸 혈세를 받으면서 문화재 관람료를 받는 건 말이 안 된다.”

_이와 관련해 소송도 준비하고 있다고 하던데.

“내연산으로 들어가는 길이 사유지이며 일부 보경사 소유 땅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관습상의 도로라 보경사에 들어가지 않는 내연산 일반 등산객들까지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하는 것은 위법 소지가 있다’는 법률 자문을 받았다. 전라도 한 사찰도 보경사처럼 길을 막고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했는데 부당하다는 판결을 받은 것으로 안다. 게다가 보경사는 올해 많은 혈세를 지원받는데도 최근 문화재 관람료를 40%나 인상했다. 포항경실련도 더 이상 항의만 할 수 없어 징수 폐지를 위한 소송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지난 5년간 보경사에 지원된 국비와 도비, 시비에 대한 자료를 포항시에 요구했다. 내역서를 받으면 철저히 조사해 부당한 지출은 민형사상의 책임을 물을 계획이다.”

_평소 지역 현안에 많은 관심을 갖고 적극 나서는 편인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사회 구성원으로서 지역 현안에 관심을 갖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한데도 많은 사람들이 당장 자신과 상관없다는 이유로 무관심하다. 그런데 아무도 관심 갖지 않으면 이 사회는 어떻게 되겠나. 수년 간 암자에서 머물면서 인생이 무엇인지, 인간이란 무엇인지 깊게 고민한 적이 있다. 그때 내린 결론이 ‘세상이 어떻게 바뀔 지는 결국 내가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오지랖 넓다’고 얘기할 때마다 기분이 좋다. 개인적으로 불교의 ‘윤회설’과 기독교의 ‘천국’을 모두 믿는데 열심히 잘 살면 다음 생에 복을 받거나 천국에 갈 것이다. 후회 없는 인생을 살고 싶다.”

_지난해 포스코 포항제철소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추진과 관련해 찬성 입장을 밝혔다가 지역 다른 시민단체와 환경단체에 뭇매를 맞았다. 왜 그런 주장을 했나.

“정확히는 조건부 찬성이다. 포항은 포스코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데도 많은 시민들이 포스코 사업에 무조건 반대하는 경향이 있다. 포항제철이 들어서고 지역이 발전한 반면에 많은 피해가 발생한 것도 사실이다. 아름다운 영일만의 금빛 모래가 사라졌고 공기도 나빠졌다. 석탄화력발전소가 대기를 더 오염시킬 수 있다. 그러나 세계적인 철강 경기 침체로 포스코 사정이 좋지 않다. 기술 발전으로 공급은 늘어나는데 수요는 줄고 저가의 중국산 공세까지 겹쳐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하지만 포스코가 사라지면 포항은 어떻게 될까. 그렇다고 경제 논리에 환경을 포기하자는 게 아니다. 일본 요코하마 이소고(ISOGO) 화력발전시설처럼 청청 화력 설비를 바란다. 또 화력발전 시설 완공 후 환경단체와 지역민들이 함께 1년 간 시험 가동을 지켜볼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했다. 덮어놓고 반대하는 건 포항시와 포스코가 공멸하자는 것과 다름없다.”

_포항경실련 활동을 하면서 보람있는 일을 꼽는다면.

“대구와 포항을 잇는 고속도로가 생겼는데도 두 지역을 오가는 무정차 시외버스가 시간이 20분이나 더 걸리는 기존 노선을 고집한 적이 있다. 시외버스 관리 감독권은 경북도에 있는데 포항시가 경북도에 요구해도 고쳐지지 않았다. 포항경실련이 나섰고 주민감사 청구와 부당이득환수소송을 추진하자 시정됐다. 또 포항시가 서민의 발인 포항 시내버스에 해마다 100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10년간 제대로 회계 감사를 실시하지 않은 사실을 밝혀냈다. 포항경실련은 직접 감사를 벌였고 부당하게 지급된 10억여원의 혈세를 찾아냈다. 최근에는 포항 선린대 교수들의 부당해고 사실에 성명서를 발표해 전국적으로 알리고 교육과학기술부에 항의했다. 지속적으로 해고 철회를 요구한 결과 교수들은 학교로 복직하게 됐다.”

_지역 현안에 목소리를 내니 나중에 선거에 출마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이야기도 있다.

“언제나 많은 사람들과 함께 고민하고 함께 힘써 해결해 나가는 걸 생각한다. 스스로 힘을 키워 해결 해야겠다 생각은 해본 적 없다. 정치인은 국민들의 뜻을 잘 헤아리는 분들이 잘하면 된다. 정치인이 되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과 함께 더 나은 세상을 꿈꿀 수 있고 만들 수 있다. 정치인이 올바른 정치를 하도록 시민의 한 사람으로 삶의 현장에서 나오는 목소리를 제대로 알리면 된다. 정치인의 길을 걸을 생각은 없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약력

대구 영진고 졸업

대구한의과대학 한의학 졸업

정한의원 원장

포항 예술문화 연구소 이사장

포항경실련 집행위원장

노인요양시설 포항 햇빛마을 주치의

포항 성모장애원 마리아의 집 주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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