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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년 역사 황남빵, 변한 것은 가격뿐

  • 입력 2016.01.28 00:00
  • 수정 2016.01.29 09:56
  • 기자명 김성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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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100년 기업 황남빵

장인정신으로 3대 100년 넘어 천년 기업 넘본다

최근 새로 단장한 경북 경주시 황오동 황남빵 본점 전경./그림 2최상은 대표가 직접 빚은 황남빵을 오븐에 담고 있다.

경북 경주시에는 첨성대 불국사 등 신라천년의 유적과 함께 빼놓을 수 없는 명물이 있다. 국가대표급 빵인 황남빵이다.

천안 호두과자와 함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유명하다. 올해 창업(1939년) 77주년을 맞아 3대 100년 기업을 넘어 천년 기업으로 발전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황남빵은 한마디로 계란으로 반죽한 밀가루에 팥소를 듬뿍 넣고 고유의 국화문양을 찍어 노릇노릇하게 구운 달콤한 빵이다. 전체 빵 무게에서 팥이 70%나 되다 보니 빵 껍질이 얇아야 하면서도 터지지 않아야 하고, 동시에 딱딱하지 않으면서 촉촉해야 한다. 유사품이 범람하지만 황남빵처럼 빵 껍질이 얇고 촉촉하면서 달콤한 맛을 내는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 얇은 만큼 터지기 쉬워 반죽과 빵을 빚을 때 고도의 노하우가 필요하다.

팥도 국산만 고집한다. 1980년대 ‘팥파동’이 벌어졌을 때 수입 팥을 사용해보기도 했지만 바로 그만두었다. 팥소를 만들 때 손이 벌겋게 되는 것을 보고 비싸더라도 줄곧 신토불이 국산 팥만 쓴다.

경북 경주시 대릉원 북쪽 계림로 72(황오동 347의1) 황남빵 본점에는 10여 명의 제빵사들이 쉼 없이 빵을 빚고 구워낸다. 고유의 맛을 유지하기 위해 밀가루는 제분회사에서 황남빵용으로 특별 제조한 것을 쓴다. 핵심 재료인 팥은 국산만 고집한다. 전국 최대 팥 소비 기업답게 지역 농가와 계약재배를 통해 안정적으로 공급받는다. 정확한 매출과 팥소비량 공개를 꺼렸지만, 웬만한 중소기업 이상이라는 후문이다. 경주 본점과 서울 롯데월드몰점 등에서 근무하는 제빵사와 판매사원 등 정식 직원만 해도 100명이나 되는, 제빵업체로는 ‘중견’기업이다.

1939년 창업… 변한 것은 가격뿐

황남빵의 역사는 1939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창업주인 고 최영화씨가 21살 되던 해 경주시 황남동에서 빵가게를 차린 뒤 각고의 노력 끝에 명품 반열에 올랐다. 2차 대전 등 물자가 부족하던 시절에는 일시적으로 폐업하는 등 부침을 거듭한 끝에 1955년 무렵부터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초기엔 변변한 간판도 없었지만, 황남동에서 유일한 빵집이라고 해서 황남빵으로 불렸고,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따로 광고선전을 한 것도 아니었지만 입소문을 타고 그 명성은 전국적으로 알려졌다. ‘주전부리’ 거리가 부족하던 시절, 황남빵은 최고의 먹거리였다. 황남빵 10개를 먹고 물 한 바가지 들이키며 한끼를 해결했다는 학생도 있었다. 수학여행이나 신혼여행객들의 필수 선물구입코스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황남빵은 창업 후 지금까지 가격 외에 변한 게 하나도 없다. 재료와 만드는 법은 그대로다. 오로지 최고의 빵을 만들어야 한다는 장인정신으로 오롯이 그 명성을 잇고 있다. 맨 처음 1개에 50전 하던 것이 해방 직후에는 2환, 5ㆍ16 직전엔 20환으로 올랐고 화폐개혁으로 다시 2원으로 시작해 1993년엔 200원, 지금은 800원에 판매 중이다. 크기와 만드는 방법, 재료가 변한 게 없으니 우리나라 물가 변천사를 보여주는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제조는 경주본점ㆍ서울 전국 2곳… 판매 9곳뿐

음식사업이 대개 그렇듯이 유명세를 타면 전국 곳곳에 분점을 내고 프랜차이즈로 확장하는 경우가 많지만 황남빵은 다르다. 고유의 맛과 품질을 유지하려면 투철한 장인정신이 필요하고, 그러려면 문어발식 확장은 필망이라는 신념에서다. 현재 황남빵을 만드는 곳은 전국에서 경주 본점과 서울 롯데월드몰 5층 두 곳뿐이다. 판매점으로 경주시내 4개 특산품판매점과 동대구역, 경주역, 신경주역 등 3개 역사, 온라인이 전부다. 온라인도 맛을 유지하기 위해 택배 수거ㆍ배달을 하지 않는 일ㆍ공휴일과 월요일 등 휴일 바로 다음날은 받아볼 수 없다. 유사품이 100개도 넘지만 독보적 위치를 잃지 않는 이유다.

창업주 최영화 옹의 뒤를 이어 둘째 아들인 상은(64)씨가 현재 가업을 잇고 있다. 대기업에 다니다 그만두고 1978년부터 빵 제조에 투신했다. 이제 그는 황남빵 3대를 준비 중이다. 상은씨의 아들 진환(40)씨가 아버지 밑에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최상은 대표 체제 이후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1994년엔 경주시 향토음식 지정 후 국내 유명 백화점과 유통업체가 러브콜을 날렸지만 경주를 지키고 있다. 1998년엔 현재 본점 자리로 확장이전했다. 그 해 처음 열린 경주세계문화엑스포를 시작으로 매회 엑스포를 후원하고 있다. 명품화에 나서 ‘황남빵’ 을 상표등록했고, 1999년엔 제조특허 출원, 2000년 의장등록과 함께 상표를 둘러싼 송사도 마무리했다. 2002년 철탑산업훈장 수상, 2005년 전통산업 선정, 2013년 경북도 향토뿌리기업으로 선정되면서 대한민국 대표 먹거리임을 재확인했다.

김성웅기자 k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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