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초대석] 안이정선 희움 일본군’위안부’역사관 관장

  • 입력 2016.01.24 00:00
  • 수정 2016.01.26 10:18
  • 기자명 배유미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인권과 명예회복을 위한 공간입니다”

시민의 힘으로 6년여 만에 역사관 결실

“일본군 위안부는 우리 모두의 문제”

안이정선 희움 일본군’위안부’역사관 관장.

대구 중구 중부경찰서 맞은편에 일본식 2층 목조건물인 희움 일본군’위안부’역사관이 지난달 5일 개관했다.

대구 중구 중부경찰서 맞은편의 오래된 일본식 목조 건물이 지난해 12월5일 희움 일본군’위안부’역사관이란 이름으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희움은 ‘희망을 모아 꽃피움’이란 뜻으로, 일본식 건물에 역사관이 오히려 의미있다는 판단에서 이렇게 조성됐다. 1층에는 상설전시실과 영상관, 2층에는 기획전시실과 야외전시장이 있는 연면적 273㎡의 2층짜리 건물이다. 광주, 서울, 부산에 이어 전국에서 4번째로 설립된 위안부 역사관인 이곳은 ‘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의 20여 년 활동의 결실이다. 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의 안이정선(61) 대표가 관장을 맡았다. 안이정선 관장을 만나 역사관의 가치와 의의, 위안부 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에 관한 생각을 들어봤다.

_희움은 어떤 곳인가.

“위안부 할머니들이 한 분씩 세상을 떠나면서 이들의 아픔을 기리기 위한 역사관을 세우자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2009년 일본군위안부자료교육관 건립추진위원회를 발족하면서 본격적인 건립을 추진했다. 우리 역사관은 20여 년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인권과 명예회복을 위해 달려온 시민들의 땀과 눈물로 만든 결실이다. 위안부에 대한 각종 기록물과 할머니들의 증언, 피해회복을 위한 활동 등 다양한 이야기가 빼곡히 담겨있다. 많은 시민들이 한 번쯤 이곳을 찾아 할머니들의 아픔을 함께 슬퍼하고 이것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하는 기회를 갖기 바란다.”

_역사관이 문을 열기까지 6년이 걸렸다. 과정이 순탄치 않았던 것 같다.

“고 김순악 할머니가 남긴 5,400여 만원이 종자돈이었다. 그 후 대구시, 대구시교육청, 여성가족부 등에 지원을 요청했으나 성과가 없었다. 대구시가 관리하는 부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꾸준히 문을 두드렸는데 팔공산 자락 폐교를 제안하더라. 우리는 시민들이 쉽게 찾아올 수 있는 중구에 역사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지원을 거절하고 모금활동을 시작했다.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2013년 역사관 부지를 일부 매입했고 그 해 5월 ‘희움’이란 브랜드로 팔찌를 팔기 시작하면서 탄력을 받았다. 이렇게 시민들의 힘이 모아지자 여성가족부와 대구시에서 각 2억 원, 대구 중구청이 근대건축물 리노베이션 사업의 일환으로 4,000만원을 지원했다. 총 사업비는 13억5,000여만 원이다.”

_지자체나 정부기관에서 나서서 추진했어야 하는 일 아닌가.

“가치관의 차이다. 지자체는 살림살이가 어려워 위안부 문제와 같은 이슈는 중앙정부 몫이라고 했다. 국가가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나 그렇지 못하다. 지난달 28일 한일 위안부 협상안 채택도 마찬가지다. 가장 중요한 피해자 할머니들의 목소리는 하나도 반영하지 않았다. 많은 ‘시민’들의 힘으로 국제사회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알려졌다. 우리나라가 위안부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는 지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단 것을 ‘국가’가 알아야 한다.”

_운영비가 빠듯할 것 같다.

“개관 후 한 달은 무료로 개방했고 이번 달부터는 어른 2,000원, 청소년 1,000원의 입장료를 받는다. 어린이는 무료다. 하루 평균 100명 이상이 방문하고 있지만 이것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희움’이 역사관을 먹여 살리는 원동력이다. ‘희움’의 의식팔찌가 11만개가 넘게 팔렸다.‘Blooming their hopes with you’란 문구가 새겨진 팔찌는 ‘당신의 참여로 할머니들의 희망을 꽃피운다’는 뜻이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희움’의 생각을 반영한다. 희움 수익금 중 7억4,069만원이 역사관 건립기금으로 사용됐다. 총 사업비의 절반을 넘는 금액이다. 많은 분들의 참여 의미를 새기고자 역사관 이름에 ‘희움’을 붙이게 됐다. 또‘정신대할머니를 위한 시민모임’을 후원하는 분들도 꾸준히 매달 5,000~10만 원 씩 보내줘 큰 힘이 된다.”

_‘희움’은 사회운동에 비즈니스를 접목한 성공사례다.

“희움은 ‘정신대할머니를 위한 시민모임’ 산하 브랜드다. 할머니들이 원예치료 과정에서 만든 압화작품을 화보로 만들어 발간했는데 이것을 보고 고려대 경영학과 학생들이 찾아왔다. 이 작품들을 이용해 상품을 만들어 시민단체 활동을 위해 쓰자는 제안이었다. 의식팔찌에서 시작해 지금은 파우치, 가방 등 다양한 상품이 나온다. 주로 온라인으로 판매되는데 홈페이지에 수익금 사용내역을 일일이 공개한다. 마음을 보태준 분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_역사관을 꾸미면서 특별히 신경 쓴 점이 있다면.

“뜻 있는 사람이라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게끔 숨은 공간을 많이 활용했다. 단순한 전시대처럼 보이지만 그 아래 촘촘히 서랍을 달아 칸 마다 귀한 자료를 배치했다. 태블릿PC를 곳곳에 배치에 다양한 영상자료를 감상할 수 있게 하고 자세한 설명도 찾아볼 수 있다. 작지만 꽉 찬 공간이다. 할머니들의 사진은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전시하고 있다. 일본에 의해 엄청난 상처를 입고 삶도 힘겨웠지만 이분들이 어둡고 슬픈 단편적인 이미지로 비춰지는 것을 지양했다.”

_역사관 차원에서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청소년 교육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날씨가 풀리면 야외 공연장에서 작은 공연이나 전시회도 가질 예정이다. 비용부담은 있지만 더 좋은 전시를 위해 큐레이터를 배치할 생각도 있다.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역사학 인문학 강좌도 준비하고 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역사관을 찾아 이 문제를 잊지 않을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겠다. 위안부 문제는 누군가의 문제가 아닌 ‘우리’의 문제임을 기억해달라.”

배유미기자 yum@hankookilbo.com

●약력

대구여성회 전 회장

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대표

대구 위안부역사관 희움 대표

저작권자 © 대구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