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갑 격돌 2인의 선거전략 ‘눈에 띄네’
“김문수는 다릅니다”, “김부겸 일하고 싶습니다”
현수막 문구, 헤어스타일, 복장, 이미지, TV 출연 모두 제각각
올 총선 전국 최대의 격전지인 대구 수성갑의 두 유력 주자가 서로 다른 선거전략으로 민심을 파고들고 있다.
김문수(새누리) 전 경기도지사가 ‘능력과시형’이라면 김부겸(더불어민주) 전 국회의원은 ‘읍소형’에 가깝다.
고교 선후배 사이인 김 전 지사와 김 전 의원은 범어네거리 인근 빌딩에 나란히 선거사무소를 열었지만 현수막부터 대조를 보이고 있다. 림스빌딩 꼭대기 3개층에 내걸린 김 전 지사의 현수막은 커다란 얼굴을 강조하면서 이력도 빼곡히 표시하고 있다. ‘김문수는 다릅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건 김 전 지사는 가로, 세로 배너 현수막을 통해 ‘1번 김문수’를 재차 강조하며 “기성의 모든 것으로부터의 차별화하겠다”고 말했다. 기존 국회의원들이 해내지 못한 것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현대증권 건물 5개 층을 모두 덮고 있는 김 전 의원의 현수막은 김 전 지사의 현수막보다 두 배 가량 크지만 당명은 왼쪽 아래에 작게, 이력은 아예 표시하지 않았다. 당명과 이력이 새누리당 텃밭인 대구지역 정서에 호소하지 못하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예비후보 등록을 위해 들고 온 서류 봉투도 다르다. 김 전 의원은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대구 수성갑 선거구 김부겸 예비후보 등록 서류’라고만 적었고, 김 전 지사는‘제20대 국회의원 선거 수성구 갑 선거구 새누리당 예비후보자 김문수’라며 자신의 이름과 같은 크기로 당명을 봉투 겉면에 적었다.
김 전 의원의 슬로건인 ‘일하고 싶습니다’는 호소를 넘어 읍소에 가깝다. ‘삼세판’을 강조하는 김 전 의원은 “세 번째 도전인데, 이번에는 진짜 되야 한다”고 유권자들의 감성에 호소하고 있다.
방송활동에 대한 입장도 크게 다르다. 김 전 의원 측은 잦은 노출에 따른 피로도를 우려해 선별적으로 나서겠다는 입장이지만 김 전 지사는 자신을 알리기 위한 기회를 많이 갖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김 전 지사 측 관계자는 “14일 한 아침방송 출연했을 당시 선관위가 해당 제작진에게 상대 후보도 함께 출연해야 한다는 주의를 줬다고 한다”며 “김 전 의원이 출연을 계속 거부하면 우리는 정책 얘기도 못하고 답답하다”고 말했다.
두 사람 스타일 변화도 느껴진다. 엘리트 분위기를 풍기는 김 전 지사는 부드러운 인상을 주기 위해 지난달 중순부터 파마 머리도 선보였다. 또 외부 활동에는 빨간색 패딩 점퍼를, 실내 행사에는 정장에 빨간 목도리를 매는 등 유세 복장도 꼼꼼히 챙긴다. 김 전 지사 선거캠프 관계자는 “많은 사람들이 스타일링과 스피치 등에 조언을 주고 있으며 대부분 부인이 챙겨주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소탈한 인상을 주는 김 전 의원은 ‘있는 그대로’가 스타일링 전략의 핵심이다. 김부겸 선거캠프 관계자는 “선거유세에는 정해진 복장원칙이 어느 정도 있지만 김 전 의원은 본인이 편한 옷을 입고 나오는 편”이라며 “둥글고 털털한 이미지가 대구 정서에 맞는 듯해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범어네거리 아파트에 사는 이모(39)씨는“현재까지는 몸을 낮춘 김 전 의원에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지원하고 있지만 전통적으로 새누리당 텃밭인 대구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박진감 넘치는 대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ㆍ사진 배유미기자 yum@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