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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서향의 살아가는 이야기 (11)

따뜻한 겨울을 보내는 법

  • 입력 2015.12.01 00:00
  • 수정 2015.12.30 16:20
  • 기자명 조남선 성광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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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아온 겨울을 견디어낼 힘이 필요했습니다. 털모자를 뜨기 시작한 것은 그 때문이었습니다. 지금 제가 뜨고 있는 털모자는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생후 28일 미만의 신생아들에게 보내질 털모자입니다. 한 아기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거창한 명분이 내걸린 일이지만 사실 저에게는 제 자신을 위한 일이랍니다.

태어난 날 죽어가는 아기들에게 생명을 

아동구호단체인 ‘세이브 더 칠드런’에서 진행하는 신생아 모자뜨기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한 보고서에 의하면 세계적으로 100만 명의 신생아들이 자기가 태어난 날 죽는다고 합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290만 명의 신생아들은 이 세상에 태어난 지 한 달 안에 죽는다고 합니다. 보고 싶었을 엄마의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한채 죽어간답니다. 그런데 털모자 하나만 씌어주면 체온이 2도 정도 올라가 저체온증으로 죽어가는 아기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답니다. 더운 나라 아기들에게 웬 털모자를 씌우느냐 의아해 하시겠지만 그런 나라들은 오히려 일교차가 심해 아기들의 체온을 보호하고 유지시켜 주는 일이 중요하답니다. 그렇게만 해주어도 사망률을 70%까지 줄일 수 있다니 털모자 하나의 사랑이 놀랍습니다. 이 캠페인은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부터 시작되어 이번 시즌이 아홉 번째입니다. 내년 3월까지 모인 모자는 아프리카 잠비아와 아시아 타지키스탄으로 보내질 예정이랍니다.

손끝에서 빚어지는 정성이라는 에너지

공장에서 기계로 짜는 모자보다 모양은 어설프겠지요? 하지만 모두들 아시잖아요. 손끝에서 빚어지는 정성이라는 에너지가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죽을 것 같은 순간에 엄마가 끓여주신 죽한 그릇으로 우리는 다시 일어나지요. 심란하거나 우울할 때 그이가 내미는 차 한 잔에 마음의 온기를 찾지요. 그 속에 담긴 엄마 혹은 그이의 마음과 정성이 함께 전해지니까요.

정성을 다해 열여섯 번째 모자를 뜨며

10월 중순부터 뜨개질을 시작한 저는 지금 열여섯 번째 모자를 뜨고 있는 중입니다. 한 올 한 올 제 나름대로는 정성을 다하고 있답니다. 색색깔 털실로 멋도 내보고 방울도 만들어 달고 꽃도 만들어 장식합니다. 신생아를 위한 모자이니 부드럽고 보풀이 잘생기지 않는 실로 준비를 했습니다. 신생아의 머리사이즈를 고려하여 둘레 35센티미터, 깊이 14센티미터를 지키려고 애씁니다. 모자를 뜨는 동안 손끝에 느껴지는 털실의 부드러움과 따스함이 온몸으로 전해옵니다. 우울도 잡념도 사라지고 마음이 평안해집니다.세상 저 건너편 어디쯤 엄마의 품에서 쌔근쌔근 잠들어 있을 아기의 숨소리가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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