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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황보관현 동우물산 대표

구룡포 드림오케스트라의 든든한 후원자

  • 입력 2015.12.01 00:00
  • 수정 2015.12.30 16:17
  • 기자명 김정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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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판매로 수백 억 원 대 매출을 올리는 경북 포항 남구 구룡포읍 동우물산 황보관현(57) 대표는 요즘 어획량이 신통찮아 걱정이다. 하지만 여전히 회사보다 인근 아동복지기관인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사무실에 더 오래 머문다. 지난 2012년 말 구룡포지역 초등학생들로 결성된 구룡포 초록우산 드림오케스트라를 챙기기 위해서다. 오케스트라의 최대 후원자인 그는 방과 후 떠돌다시피 했던 이 지역 아이들이 하나 둘 악기를 들고 연습에 열중하는 모습을 볼 때면 오징어가 안 잡혀도 흐뭇하다.
초록우산 드림오케스트라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포항 구룡포아동복지위원회, 구룡포초등학교가 ‘아이들이 행복한 마을 만들기’ 프로젝트로 시작해 결성된 관현악단이다. 포항서도 벽지에 속하는 구룡포의 아이들이 방과 후에도 갈 곳 없어 방황하거나 탈선 위험에 놓여 있자 이를 예방하기 위해 시도된 사업이다.

 



구룡포에서 태어나 자란 황보 대표는 초록우산 재단의 취지에 공감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는 현재 드림 오케스트라를 후원하는 구룡포 아동복지위원회의 위원장이다. 황보 대표가 2013년 위원장에 맡은 뒤 오케스트라 활동도 활발해졌다. 그의 열정적 활동으로 드림오케스트라에 관심이 쏠리면서 지원이 많아진 덕분이다. 지난 2013년 초 30명이던 구룡포 아동복지위원회 위원 수도 60여명으로 2배 늘었다.
황보관현 대표가 어린이 오케스트라에 누구보다 열정적인 건 그동안 고향 아이들이 방치되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던 탓이다. 초록우산 재단과 프로젝트를 실시하기 위해 가진 설문조사에서 아이들이 장래희망으로 ‘깡패나 다방아가씨를 써 냈다’는 말에 충격을 받았다. 그는 “돈보다 중요한 게 사람인데 방과 후 할 일 없이 떼 지어 돌아다니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늘 마음이 편치 않았다”며 “아이들이 더 이상 방치되지 않기만을 바라고 본격 후원했다”고 말했다.
황보 대표의 바람대로 드림 오케스트라는 일취월장했다. 단원을 구하지 못해 고민이던 오케스트라는 이제 ‘우리 아이가 왜 오디션에 탈락했느냐’는 학부모 항의를 받을 정도다. 지난 8월 15일에는 3번째 정기연주회를 열었고 지난 9월 23일에는 기성 음악가도 갖기 어려운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했다.

 



황보 대표는 무엇보다 음악에 열중하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게 돼 기쁘다. 본래 구룡포 지역 아이들은 초등학교 졸업 후 대부분 교육 환경이 나은 포항시내 중?고교로 진학하는데 요즘은 ‘구룡포 중•고교에 가고 싶다’는 얘기가 자연스레 나온다.
이제 그의 바람은 초등학생을 중심으로 시작된 구룡포 오케스트라가 중고교생에 성인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아이들이 성장해 다시 아이들의 연주를 가르치며 성인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하길 소원하고 있다. 이러한 그의 바람은 실현되고 있다. 드림오케스트라에서 활동했던 아이들이 구룡포 중학교에 진학해 오케스트라를 탄생시켰다. 황보 대표는 “어느 날 시내로 중학교에 간 아이가 창 너머로 연습을 몰래 훔쳐보는 것을 보고 많이 안쓰럽고 안타까웠다”며 “어른들이 우리 아이들에게 사랑과 관심을 듬뿍 줘 구룡포전체가 음악으로 하나 되고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누구나 행복한 마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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