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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성주 ‘처녀 농군’ 박수진

기적을 일구는 ‘처녀 농군’입니다!

  • 입력 2015.12.01 00:00
  • 수정 2015.12.30 16:09
  • 기자명 김광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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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도 기적이라고 하네요.”
성주 하면 명품 참외로 유명하지만 최근 들어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품질에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다. 생산 물량이 늘어나면서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까닭이다. 성주에서 ‘처녀농군’ 으로 이미 유명한 박수진(37)씨는 이같은 위기의 성주 농업을 되살릴 개척자로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 젊은 농업인답게 이런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새로운 소득원 개발에 적극 나섰다. 그 결과 3년 사이 두 가지 성취를 이루어냈다. UN이 주목한 최고의 건강식품으로 알려진 스피루리나 배양 성공과 중국에서 황제에게 진상한 과일로 유명한 하미과를 성주에서 처음으로 재배한 것이 그 성과다.
“스피루리나 같은 경우 아무도 배양을 가르쳐주지 않았고 관련 전공 교수님들도 불가능 할 것이라고 단언했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성취감이 느껴집니다.”

 

 

3년 만에 스피루리나 배양 성공 ‘기적’

 

 

스피루리나는 국내에서 배양에 성공한 두 곳뿐이다. 박 씨의 농장과 (주)카이로스다. 카이로스는 얼마 전 홈쇼핑에서 생(生)스피루리나를 판매해 대박을 친 전문 업체다. 박 씨는 ‘시골’에서 혼자 힘으로 150억을 투자한 카이로스와 맞먹는 생산 시스템을 구축했다. 스피루리나는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조류(藻類 · algae)로 5대 영양소를 비롯해 50여 가지 필수영양소가 함유돼 있다. 항산화 작용을 해 노화를 방지하고 피부건강과 혈당 조절, 면역력 증강, 콜레스테롤 저하, 암 예방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건강 식품으로 각광받고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UNFAO)는 스피루리나를 ‘미래식량’으로 지목했고, 세계보건기구(WHO)는 안전하고 이상적인 식품으로 꼽기도 했다.
배양에 성공하기까지 그야말로 가시밭길이었다. 3년 전 세계기후변화전략센터에서 10리터의 종균을 구매하면서 스피루리나와 첫 인연을 맺었지만 배양법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었다. 센터에 문의했지만 역시 정보를 얻는데 실팼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담당자가 배양법을 몰랐더라고요. 하는 수 없이 혼자 했죠. 해외 사이트와 논문을 뒤져가면서 3년 동안 다양한 실험을 한 끝에 넉 달 전에 성공했어요. 제가 생각해도 기적입니다.”
활용법은 다양하다. 농축시켜 그냥 먹어도 되고 참외 등의 이파리에 뿌리면 ‘스피루리나참외’가 된다. 스피루리나 배양에 성공했으니 8할은 성공한 셈이다. 충북 단양에서는 클로렐라를 활용한 기능성 사과 등을 재배하고 있다. 2016년부터 학생들의 체험 학습장도 연다. 체험에 참여한 학생들은 UN 산하 기관인 세계기후변화전략센터에서 발행한 체험학습 증명서를 발급받는다.

 

 

황제에게 진상한 하미과, 성주 특산품 될 것

박 씨가 성공한 두 번째 품목은 하미과다. 하미과는 위구르의 하미 지역에서 생산하는 멜론과의 한 품종으로 원산지가 사막 지역이어서 물이 많이 필요 없고 당도도 높다.
“하미과를 처음 본 건 텔레비전에서였어요. 중국에서 하미과 하나가 5,000만 원에 팔렸다는 뉴스였죠. 겉보기에는 멜론하고 똑같았어요. 나도 키울 수 없을까 싶더라구요. 하미과도 참외의 일종이니까 못할 것도 없겠다 싶었죠.”
농가 소득에도 도움이 될 것이었다. 참외는 초겨울에 농사를 시작해 이듬해 5월에 모두 수확한다. 참외 농사가 끝나고 나면 일 년 농사가 끝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참외를 끝낸 후 하미과를 이어 재배하면 해가 갈수록 떨어지는 참외 농사 소득을 상쇄하고도 남을 거란 판단이 들었다.
쉽지는 않았다. 씨앗을 구하는 데만 2년이 걸렸다. 2012년 5월에 첫 파종을 해서 3달 만에 수확을 했지만 당도가 시원찮았다. 싹쓸이 도둑을 맞은 적도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당도가 18이상 되는 하미과를 재배하는데 성공했다. 동생과 함께 성주 지역에 하미과 재배 성공 사실을 알렸고, 내년에는 50집 정도가 재배에 뛰어들기로 했다. 그동안 기록해둔 재배 일지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공개할 계획이다.
“현재 3~4kg 내외 하미과가 4만 원 정도 하는데, 본격 생산에 들어가면 가격이 떨어질 겁니다. 참외만큼이나 국민 과일이 될 걸로 기대하고 있어요. 농사짓기 시작한 뒤로 최고의 성과인 것 같아요.”

하미과처럼 달달한 남자 만나면 결혼할 것

지금은 성주의 미래를 짊어진 젊은 농사꾼이지만 원래는 ‘자동차 정비사’였다. 대학을 졸업한 후 대구 3공단에서 자동차 정비를 하기도 했다. 월급이 너무 작다는 생각에 사표를 내고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그때도 농사 때문은 아니었다. 성주에서 국밥집을 열었다. 손맛이 좋아서 얼마 안가 몇 달 만에 고령에서 국밥을 먹으러 오는 손님까지 생겼지만, 장사를 1년도 못했다. 아버지가 갑자기 암으로 쓰러진 것이었다.
1년 동안 아버지의 병수발을 했지만 결국 돌아가셨다. “아버지가 남긴 농사를 제가 이어받았어요. 대학에서 농학을 전공하고 있던 동생이 졸업할 때까지요. 그런데 막상 졸업하고 난 뒤에는 동생이 농업회사법인을 차렸어요. 농사법을 배우러 전국을 다니다가 성주에서 토마토 농사를 짓는 분을 만났는데, 그분과 의기투합을 한 거죠. 결국 제가 농사꾼으로 눌러앉게 됐어요.”후회는 없다. 땀 흘린 만큼 소산을 내주는 땅의 정직성에 매료됐다.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따분하지도 않다. 늘 새로운 것을 개발하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모른다. 2013년에는 참외를 보다 다양한 방법으로 공급하려고 참외 아이스크림을 개발하기도 했다. 스피루리나와 하미과도 이런 호기심과 도전정신의 산물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바빠질 것 같아요. 스피루리나 참외에 하미과까지 성주가 참외에 이어 제2의 도약을 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해요. 농사가 너무 재미있어요.”
결혼은? 마음이 없는 건 아니라고 했다. 다만 ‘맘에 드는 남자’가 나타나지 않아서미루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하미과처럼 달달한 남자가 나타나면 바로 낚아채야죠. 하미과 같은 남자를 만나기 전까지는 농사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호호!”

 

스피루리나는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조류(藻類 · algae)로 세포벽이 얇은 다세포 생물이다. 아프리카와 멕시코 등의 지역에서 오랫동안 이용했고 최근 들어 서구사회에 알려졌다.
스피루리나에는 5대 영양소를 비롯해 50여 가지 필수영양소가 함유돼 있다. 단백질, 탄수화물, 수용성 식이섬유와 항산화성 색소 성분(클로로필, 카로티노이드, 피코사이아닌), 항산화효소(SOD), 감마리놀렌산(GLA) 등이 많이 포함돼 있다. 이 같은 성분이 항산화 작용을 해 노화를 방지하고 피부건강과 혈당 조절, 면역력 증강, 콜레스테롤 저하, 암 예방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소화흡수율이 95%이상으로 소화가 잘 되는 것이 장점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UNFAO)는 스피루리나를 ‘미래식량’으로 지목했으며, 세계보건기구(WHO)는 안전하고 이상적인 식품으로 꼽기도 하였다. 러시아에서는 방사능 치료약으로 특허를 받기도 하였다. 최근 건강보조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 하미 지구가 원산지로, 신장, 간쑤, 네이멍구에서만 재배되는 과일이다. 멜론과 유사하다. 껍질은 멜론처럼 푸르고 울퉁불퉁하지만 속은 주황빛을 띤다. 아삭한 식감에 특유의 향이 난다. 평균 당도가 15% 전후로 상당히 달콤하다. 우루무치를 비롯한 신장 일대는 무려 180개에 이르는 다양한 품종이 재배되며, 신장산 하미과는 중에는 당도가 20%에 이르는 것도 있다. 하미과는 높은 온도, 뜨거운 태양, 염분을 함유한 사막의 모래 토질에서 가장 잘 익는다. 사막에서 키우는 작물인 만큼 재배 시 물이 거의 필요없다. 청나라 때는 황제의 진상품으로도 유명했다. 운송할 때 파발을 이용했는데, 하미를 출발해서 역참마다 대기하고 있는 말과 기수들이 하미과를 이어받아 밤낮으로 쉬지 않고 말을 달려 수도 북경으로 운반했다. 그런 역사적 기억 덕에 중국인들 사이에서 아직까지도 최고의 참외 브랜드로 통하고 있고, 여행자들에게는 반드시 먹어봐야 할 별미로 손꼽힌다.

 

 


2010년, 중국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의 투루판에서 열린 하미과 경매에서 최고급 품종이 30만 위안(약 5320만원)에 낙찰됐다. 이날 낙찰된 하미과는 당도가 20.2도에 달했다. 일반적으로 멜론의 당
도는 약 15도이며, 하미과는 보통18도 정도가 나온다. 하미과는 물이 많고 시원해 여름에 특히 사랑받는데, 겉모습은 일반 멜론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당도가 월등히 높아 ‘천상의 과일’이라 불린다.

 

 

 

 

 

 

김광원 기자 jang750107@dg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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