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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수 없는 2015년 - 전국장애학생음악콩쿨에서 금상 수상한 김민종 군

생명줄 같은 노래부르기로 상까지 탔어요

  • 입력 2015.12.01 00:00
  • 수정 2015.12.30 15:42
  • 기자명 권정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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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파란 검색창에 ‘바텔증후군’을 써넣으면 웹문서 코너 젤 앞자리에 실명을 밝힌 게시글 제목이 뜬다. 문서를 열고 들어가 보면 첫머리에 예닐곱 살쯤 되어 보이는 소년의 사진이 보인다. 입을 붕어처럼 모은 장난스런 표정으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바텔증후군’을 앓고 있는 소년이다. 소년의 사진 아래 병에 대한 정보를 소상하게 밝혀놓았다.
‘바텔연합증후군은 국내에 2명밖에 없다. 이 증후군은 사산하거나 출생 직후 숨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생존하더라도 척추기형과 신체조직 괴사 등으로 고통 받는다.’

 

 

중환자실에서도 노래 부르던 아이

소년의 나이는 사진에서 짐작되는 것보다 많다. 열세 살.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두명의 바텔증후군 환자 중의 한명인 소년도 숱하게 수술을 받았다. 7살 때 바텔연합증후군 진단을 받은 후 머리 삼각두 성형 수술을 비롯해 심장판막증 수술, 신장괴사절개술, 대장괴사 절개술, 항문폐쇄증 수술, 양쪽 하지 관절교정술, 후두 및 편도 수술, 턱관절 수술, 잇몸과 치아교정술 등 열거하기도 벅찰 만큼 많은 수술을 받았다. 소년의 이름은 김민종. 올해 열여덟 살이다. 안동에 있는 영명학교에 3학년에 재학 중이다. 저렇게 많은 수술을 받고 거동이나 제대로 할까 싶지만, 요즘 학교에서 ‘제일 잘 나가는’ 친구다. 얼마 전 제8회 전국 장애학생 음악콩쿠르에서 발달장애 성악부문에서 금상을 차지했다. 김 군이 출전한 콩쿠르는 TJB대전방송이 2008년부터 열고 있는데, 전국의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정통 음악경연대회로는 전국에서 유일하다. 대전방송 공개홀과 대전문화예술의 전당 등에서 3~5일까지 시각, 발달, 지체
3개 장애 영역별로 서양(성악 피아노 관현악)과 한국(성악 기악)음악 부문에서 열띤 경연을 펼쳤다. 김군은 이 대회에서 이탈리아 가곡인 ‘토스티의 기도’를 호소력 깊은 목소리로 열창했다.
“좋아하는 노래를 평소 연습 때처럼 힘껏 불렀어요. 관객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가 들리는 순간 눈물이 날 뻔했어요.”

 

 

방송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 꿈

김 군 곁에는 어머니(김윤순ㆍ40)가 눈시울을 붉히고 있었다. 김 군에게 음악이 어떤 존재인지 가장 잘 알기 때문이다. 김 군과 음악의 인연은 중환자실에서 시작됐다. “중환자실에서 고통스러울 때도 노래 소리가 들리면 갑자기 눈빛이 빛나면서 노래를 따라 불렀어요. 민종이가 지금껏 건강하게 지내는 것도 노래 덕분이라고 믿어요.”
김 군은 몸도 불편하지만 지적장애 2급으로 기억력이 좋지 않다. 부족한 부분을 극복하려고 다른 친구들보다 몇 배 더 연습했다. 방과후 특기적성 시간은 물론이고, 매일 2, 3시간씩 전담교사의 개별지도를 통해 실력을 닦았다. 방과후레슨을 하고 있는 황현숙 교사는 “민종이는 일반 수업시간에는 힘들어 하다가도 성악시간만 되면 저절로 힘이 나는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주치의가 지금까지 살아있는 것만 해도 기적이라고 했는데, 노래에 빠져 사는 덕에 건강하게 잘 지내는 것 같다”면서 “민종이에게음악은 생명줄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군의 다음 목표는 성악가가 되어 방송 무대에서 노래를 해보는 것이다. 어머니는 “꿈을 가지고 열심히 노래하면서 즐겁게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너무 행복하다”면서 “언제까지가 될지 알 순 없지만 민종이가 좋아하는 노래를 마음껏 부르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권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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