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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후죽순 지역주택조합 된서리 맞는다

  • 입력 2015.12.22 00:00
  • 수정 2015.12.23 18:35
  • 기자명 김강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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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부지ㆍ학교용지 확보 문제로 곳곳서 삐걱

조합원 중도 탈퇴요구 빗발쳐도 탈퇴는 원칙적으로 불가

무자격자 마구잡이 모집해 놓고 “탈퇴 안 돼” 반발 수성구에 사는 A(50)씨는 지난 봄 범어동의 한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했다 최근 탈퇴의사를 밝혔지만 거절당했다.

다른 조합원을 구해 오고, 이미 낸 분담금 중 1,000만원을 포기할 것을 요구해 수용했지만 온갖 이유를 들며 들어주지 않고 있다. 다른 조합원들의 탈퇴 도미노를 우려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무자격자인 B씨는 모집인 말만 듣고 가입했다가 납입금조차 돌려받지 못하는 등 낭패를 보았다. 1가구 2주택이어서 망설였지만 “아무 문제 없다”는 조합원의 말만 듣고 5,000만원이나 되는 납입금을 낸 게 화근이었다. 조합 측은 납입금 반환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둘 다 사정은 딱하지만 A씨는 조합측이 양해해 주지 않으면 사망 등 특별한 사정이 생기거나 조합측의 ‘선처’가 없는 한 법적으로 탈퇴할 방법이 없다. 대체조합원 구하기가 쉬울 때면 몰라도 요즘처럼 너도나도 발을 빼려고 할 때는 조합이 수용해 줄리 만무하다. B씨처럼 무자격자는 정식 조합설립인가 과정에서 탈락, 저절로 탈퇴할 수 있지만 조합원 부족에 허덕이는 지역주택조합들이 납입금을 제때 돌려줄지 미지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몰아친 지역주택조합 열기가 급랭하고 있다. 광풍이 미풍으로 전락하고 있다. 공급과잉에다 지역주택조합이 태생적으로 안고 있는 불안정성, 향후 부동산시장에 대한 불안감 등이 겹쳐 상당수가 사업지연 내지 무산될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역주택조합의 장점은 사업이윤을 나눠가질 주체 중 시행사가 빠져 ‘분양가(분담금)’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사업 지연과 이에 따른 추가분담금 등 모든 위험도 조합원들이 떠안아야 하는 단점이 있다. 게다가 복잡한 사업절차를 실제로 수행하는 업무대행사들이 과거 시행사의 변신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업무추진비’와 ‘대행료’ 형태로 절감한 ‘이윤’이 다 빠져나가기 일쑤다. 최근 대구지역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는 것은 지역주택조합의 난립하면서 단점이 부각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역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미 일부 조합은 수 천만 원의 추가 분담금이 생겨 조합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또 다른 조합은 학교용지를 확보하지 못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조합원이 당초 목표의 20~30%에 불과, 정상적인 사업추진이 불투명해졌다. 또 다른 지역주택조합에서는 업무대행사가 수시로 바뀌어 조합원들을 불안케 하고 있다.

이는 근본적으로 수요에 비해 공급이 지나치게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1일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지역에서 본격 추진 중인 지역주택조합은 12월 현재 조합설립인가 6곳, 신청 중 1곳, 조합원모집 22곳 등 29개 단지 1만5,000가구에 이른다. 준비 중인 곳을 더하면 50곳이 넘는다. 하지만 정상적으로 추진 중인 곳은 만촌동 신동아 파밀리에(92가구) 1개 단지 뿐이다. 또 나머지도 상당수는 일반분양 전환을 추진 중이고, 달성군의 D, 수성구 E, 남구 F조합 3곳은 절반 이상을 일반분양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시공사들조차 선뜻 나서길 꺼려하고 있다. 사업 실패시 법적 책임과 무관하게 기업 이미지실추와 조합원들의 반발을 고스란히 덮어써야 하기 때문이다.

지역 건설업체 한 관계자는 “지역주택사업자의 시행의뢰 요청 건이 쇄도하지만 확인 결과 믿고 뛰어들 만한 곳이 드물다”며 “지역주택조합이 취지는 좋지만 위험부담이 커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 대표적 건설업체인 서한은 수성구 지역의 한 지역주택조합에 서울지역 대형건설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했지만 사업이 지연되자 발을 뺐다.

대구시관계자는 “대부분 사업계획 및 토지 소유권 미확보 상태에서 조합원을 모집해 조합을 설립함에 따라 향후 사업 추진과정에서 토지 확보가 늦어질 경우 사업지연, 사업무산, 조합원의 추가분담금 발생 가능성도 커진다”며 “조합원의 피해가 발생해도 관련 법령 상 조합원에 대한 보호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아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강석기자 kimks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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