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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ㆍ의회, 특정 사찰에 혈세 퍼주기 논란

문화재와 무관한 사업에 ‘펑펑’

  • 입력 2015.12.21 00:00
  • 수정 2015.12.22 10:36
  • 기자명 김정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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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경사 입장료 폐지조건 지난해 5억, 올핸 약속 어겨도 6억 원

시의회, 예산 심의 중 도자기 선물 받아… 로비 의혹

경북 포항시가 예산 지원 전제조건인 입장료 폐지 약속을 지키지 않은 포항지역 특정사찰에 문화재와 무관한 시설 보수를 위해 거액을 지원키로 했고, 시의회는 이를 증액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포항시의회 일부 의원들은 예산심의 과정에서 이 사찰로부터 도자기를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돼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포항시에 따르면 포항 북구 송라면 보경사에 내년에 국비 7억7,650만원 등 11억2,500만원의 예산을 지원키로 했다. 문화재인 보물 제1868호 적광전 방재설비에 2억4,000만원, 적광전 정밀실측 2억 원, 적광전 경비 인력 배치 5,500만원, 보물 제252호 원진국사비 보존처리 3,000만원 등 절반 가량은 보경사가 보유한 문화재 유지보수 관리비다.

문제는 6억 원이나 되는 예산이 문화재와 전혀 상관이 없는, 승려들의 수양공간인 ‘원응료’ 개축 설계비라는 데 있다. 원응료 개축 설계비는 이전에도 문화재관람료를 징수하고 있는 보경사에 문화재와 무관한 시설을 위해 지원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있었다. 당시 포항시의회는 보경사가 성인 기준 1인당 2,500원인 문화재관람료를 받지 않을 경우 예산을 집행한다는 조건으로 5억 원을 반영했지만 보경사 측이 끝내 입장료를 포기하지 않았다. 시는 당연히 약속에 따라 예산집행을 보류했다.

하지만 보경사 측은 이번에도 문화재관람료 징수를 포기하지 않은 채 되레 1억 원이 많은 6억 원을 요구했다. 포항시는 지난해와 같은 조건도 달지 않고 그대로 내년 예산안에 반영해 의회에 넘겼다.

당연히 포항시의회에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담당 상임위원회인 자치행정위원회는 격론 끝에 전액 삭감했다. 하지만 지난 18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특위)에서 대반전이 벌어졌다. 삭감된 예산안을 자치위로 되돌려 보냈고, 삭감된 사업비는 부활해 결국 예결위를 통과했다. 불과 1년 전 문화재와 무관한 시설에 시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문제라고 인식하고 조건부로 통과시켰던 예산안을 사정이 바뀐 게 없음에도 그대로 통과시킨 것은 자기부정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포항 남구 오천읍 오어사에 지원키로 한 10억5,800만원의 예산도 말썽이 되고 있다. 예산 대부분은 문화재와 상관없는 후원 개축과 관광객의 수행공간 마련, 전기시설 보수, 화장실 개보수, 일주문 건립 등의 용도다.

이에 대해 포항시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두 사찰 모두 가치가 높은 문화재가 있고 관광객이 많은 지역을 대표하는 사찰이라 예산 지원이 합당하다고 본다”며 “보경사는 입장료를 폐지하지 않았지만 이달부터 기존 2,500 원에서 500원 내렸다”고 말했다.

예산 심의 과정에 보경사 측이 시의원들에게 도자기세트를 선물한 것도 논란거리다. 일부 시의원들에 따르면 지난달 말 포항시의회 의장단 일행이 보경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사찰 측이 시의원 1인당 1세트씩 모두 32세트의 도자기를 전달했고, 이 도자기는 정례회가 시작될 때 시의원들 자리에 놓여졌다. 일부 시의원들은 되돌려주었지만 대부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시 도자기 전달 과정에 관여한 한 의원은 “시의회에서 얼마 전 내연산 단체 산행 후 의장단과 몇몇 의원들이 인사차 방문했다가 작은 선물로 받은 것으로, 스님이 직접 빚어 만든 도자기로 고가품도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민감한 시기에 의혹을 살 수 있는 도자기를 수수한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여론이 많아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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