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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정창교 포항농협 조합장

  • 입력 2015.12.20 00:00
  • 수정 2015.12.21 09:22
  • 기자명 김정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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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사업만으론 한계… 경제사업 확대”

규모 커도 농민 급감하는 도시농협 ‘위기’

2009년 첫 당선 후 주유소 열어 수익 증대 도모

재선 뒤 주거 밀집지로 마트 및 본점 이전 추진

정창교포항농협조합장

총 자산 약 1조원, 조합원 수 3,800명의 경북 포항농업협동조합은 전국 939개 지역농협 가운데 자산 규모나 조합원 수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농협이다.

준조합원만 해도 9만1,000명이 넘는 포항농협은 9개 포항지역 농협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하지만 정창교(63ㆍ사진) 포항농협 조합장은 늘 위기를 느낀다. 그는 “농협은 농산물 판매 등 경제 사업이 활성화돼야 하는데 갈수록 금융사업에 의지하고 있다”며 “수익 구조를 바꾸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 조합장은 경제사업 확대를 위해 2009년 첫 당선 후 주유소를 열었고 본점과 함께 죽도시장 안 하나로마트 이전을 진행, 올해 재선에 성공한 뒤 오픈했다. 온화한 인상에다 강력한 추진력으로 호평 받는 정창교 조합장을 만나 앞으로의 조합 운영 구상 등을 들어봤다.

_포항농협 본점을 조합 설립 46년 만에 이전했다. 이유가 궁금하다.

“본점이 있던 포항 북구 죽도동 오거리는 포항에서 최대 유동인구를 자랑한다. 하지만 낮 시간뿐이다. 오전부터 병원이나 은행들이 문을 닫는 오후 4, 5시까지만 사람들이 많이 다닐 뿐이다. 도심공동화 현상이다. 오래 전부터 24시간 상주인구가 많은 곳으로 옮겨야 한다는 생각을 해 왔다. 그래서 2009년 당선 후 본점 이전을 추진했다. 본점 이전은 1969년 조합 설립 후 46년 만에 옮기는 큰 작업이었다. 본점을 옮기면서 경북 동해안 최대 전통시장인 죽도시장에 있는 포항농협 하나로마트도 27년 만에 함께 이전했다. 변하지 않으면 버텨낼 수 없다.”

_46년 만에 이전이라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어려웠던 점은.

“조합원 수가 3,800명이나 돼 조합원 설득이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의외로 조합원들은 잘 따라줬다. 물론 ‘지금도 잘 돌아가고 있는데 왜 옮기느냐’는 목소리도 있었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부지 확보였다. 좋은 위치를 찾는 것부터 너무 어려웠다. 마트까지 새로 지어야 했기에 건축 가능하고 넓은 부지가 필요했는데 상주인구가 많은 동네를 찾다 보니 땅 구하기 쉽지 않았다. 현재 포항 북구 장량동 땅 6,000여㎡를 골라 확보하기까지 5년이나 걸렸다. 설계와 건축 때도 많은 고민을 했다. 마트 소비자들과 본점 금융점포 고객들의 동선을 고려하고 차량 진출입이 쉽도록 했다. 조합원들이 많은 아이디어를 내 줬다. 힘들 때가 많았지만 지금 생각하면 덕분에 직원들과 조합원들이 더 단결한 것 같다.”

_본점 이전과 함께 하나로마트를 열었는데 반응은 어떤가.

“지난달 25일 하나로마트를 열었는데 기대 이상이다. 평일에도 하루 3,300만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마트라고 하지만 매장 면적은 약 1,200㎡로, 흔히 말하는 SSM(기업형슈퍼마켓)급이다. 첫 날에만 2억700만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포항 북구 장량동 인구가 8만 명이고 인근 두호동, 우창동까지 합치면 15만 명에 달한다. 일단 기본적으로 상주인구가 많은 덕분에 판매도 잘 되는 것 같다. 조합원들과 직원들이 많이 애쓰고 있다. 마트를 새로 오픈하고 인력을 30명 정도 더 뽑았는데 자원 봉사로 참여하는 조합원들이 이보다 더 많다. 영농회와 부녀회에서 출근해 주차관리와 매장관리, 안내 등을 하고 있다. 직원들도 업무를 마치고 자원봉사로 참여한다. 목표는 하루 평균 매출 5,000만원인데 모두 힘을 쏟고 있어 잘 될 것 같다.”

_이번 조합장 선거 때 불법선거 운동 혐의로 기소돼 얼마 전 첫 재판이 있었다. 본점 이전과 겹쳐 개인적으로는 힘들었을 텐데.

“부끄러운 일이다. 1심 판결에서 당선 무효형에 못 미치는 벌금 80만원을 받았다. 기소되면서 몇 가지 오해가 풀린 것도 있다. 포항농협이 지역농협치고 몸집이 크다보니 오랜 역사와 큰 규모만큼 선거 때마다 잡음이 있다. 그동안 억울한 소문도 있었는데 오히려 재판과정에서 확실하게 밝혀진 부분도 있다. 예전에 대한해운 채권에 투자해 30억 원의 손실이 난 적이 있다. 그런데 그밖에 다른 투자로는 100억원 이상 수익을 냈다. 하지만 손실만 부각되고 이익을 낸 건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일을 계기로 더 잘해야 한다는 각오를 다졌다.”

-앞으로 계획은.

“농산물 판매 등 경제사업 비중을 확대하는데 노력할 것이다. 지금까지 포항농협의 금융과 관련한 신용사업 비중은 90%에 달했다. 경제사업 비중이 10%가 안 된 적도 있다. 신용과 경제 비중이 8대 2정도는 돼야 한다. 점차 늘려나갈 것이다. 포항농협은 9개 지역 농협 중 가장 규모가 크다. 본보기가 돼야 한다. 지역 우수 농산물 판매에 주력하고자 한다. 하나로마트에서 포항 시금치, 부추와 같은 포항의 농업인이 생산한 우수하고 품질 좋은 농산물이 판매되고 있다는 말을 듣고 싶다. 그렇다고 신용사업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다. 조합원들과 직원들이 열심히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애쓴 만큼 좋은 결과가 있도록 조합장으로서 더 많은 고민을 하겠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약력

포항고 졸업

농협대 협동조합경영대학원과정 수료

포항농협 상무

오천농협 전무

현 UNESCO 경북도협회 이사

현 한국스페셜올림픽 경북위원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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