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금은 기술, 나눔은 예술”
"나눔의 DNA를 깨워 더불어 행복한 대구가 될 수 있도록 노력"
"남을 도울 때 행복감 느껴… 면역력 높아진다"
"남을 돕는 것이 나를 돕는 일이다"
대구 최대 번화가인 동성로가 시작하는 중앙파출소 앞 분수대. 올해도 어김없이 사랑의 온도탑이 세워졌지만 아직 수은주는 바닥을 헤매고 있다.
_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어떤 곳인가.
“빨간 사랑의 열매가 연상될 것이다. 연중 이웃 돕기 성금을 모아 투명하고 공정하게 필요한 곳에 나누는 기관이다. 과거 모금기관이 난립했을 때, 기부하는 사람들도 피곤하고 또 모금한 성금이 제대로 쓰이는지 의문이 많았다. 이를 위해 1998년 모금창구를 단일화하자는 취지로 관련법이 제정됐고 공동모금회가 출범하게 됐다. 사랑의 열매 배지를 파는 곳인가 하는 분도 있는데, 지금은 아니다. 사랑의 배지를 판매하는 게 아니라, 기부금이 많고 적음을 떠나 감사의 증표로 사랑의 열매를 달아 드린다."
_사랑의 온도탑이 낮다.
"지난달 20일‘희망2016나눔캠페인’출범식과 함께 ‘사랑의 온도탑’을 설치했다. 내년 1월 31일까지 진행한다. 지금까지 13억 9,000여 만원이 모여 20.1도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65% 수준이다. 이대론 목표(69억5,000만원)를 달성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기업 개인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한다. 지난해는 목표 80억2,300만원 중 67억7,700만원을 모금해 84도를 기록, 아쉬웠다. 올해는 수은주가 펄펄 끓기를 기대한다."
_대구 사람들이 외투를 꽁꽁 싸맨 것인가.
“대구 경기가 많이 어렵다.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나눔의 분위기도 위축된 것 같다. 그렇다고 대구 사람들이 인색한 것은 절대 아니다. 지난해 세월호 사고 당시 대기업을 제외하면 전국에서 가장 많은 후원금(15억200만원)을 낸 곳이 대구다. 정부 주도의 청년일자리 지원펀드, 통일기금모금 등 성금을 모으는 곳이 몰려 그런 게 아닌가 한다."
_불경기라서 성금모금이 저조하지만 역설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더 많을 것 같은데.
"대구에 기초생활수급대상자만 10만 명이다. 대구 인구 4%에 달한다. 총 인구는 주는데 이 숫자는 그대로다. 모두 지원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올해 저소득층 개인 7만1,017명에게 84억 2,000여 만원을 지원했고 사회복지시설 937개소에 86억 2,000만원을 지원했다. 1년 간 우리 모금회가 집행할 성금은 연말에 절반이상 모인다. 이것이 잘 이뤄지지 않으면 긴급하게 의료비, 생계비 등을 지원받아야 하는 이웃들이 힘겨운 한 해를 보낼 수도 있다.”
_성금 독려를 위해 모금회에서 하는 일은 무엇인가.
“기부와 나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늘면서 맞춤형 모금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기부 만족도를 높이는 데 힘쓰고 있다. 1억 이상 기부하여 기금사업이 가능한 개인 고액기부캠페인인 ‘아너소사이어티’, 소규모 자영업자가 정기적으로 참여하는 ‘착한가게’, 직장단위로 임직원들이 함께 동참하는 ‘직장인 나눔캠페인’, 간단한 ARS(060-700-0050) 등 다양하다. 특히 아너소사이티 회원이 올해만 18명이 느는 등 반응이 좋다. 이번 주에도 한 분이 또 동참의사를 밝혀 53호 회원이 곧 탄생할 예정이다.”
_취임 초 ‘나눔 DNA’를 강조했다.
“대구는 국채보상운동 발상지로서 나눔DNA가 뿌리깊다. 정과 의리의 고장이다. 다만 개인적으로 성금을 내는 분은 약 2만 명, 대구 시민의 0.8%로 개인의 기부문화가 자리를 잡지 못한 것 같다. 개인의 정기기부 참여를 활성화하고 고액기부자 발굴에 힘쓰겠다. 나눔의 DNA를 깨워 더불어 행복한 대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_성금이 제대로 쓰이는지 믿지 못해 못하겠다는 사람들도 많다.
“제대로 된 나눔이 가장 중요하다. 낸 돈이 이상하게 흘러갈까 우려하시는 분이 많다. 직원들에게 ‘모금이 기술이라면 배분은 예술이다’란 말을 자주한다. 한 푼도 헛되지 않게 써야 한다. 그 점에서는 모금회가 으뜸이라 자부한다. 19명의 사회복지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된 배분위원회가 엄격한 심사를 통해 우리사회 꼭 필요한 곳에 성금이 돌아갈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모금회 부회장인 김준기변호사가 배분위원장을 맡고 있다. 공동모금회에 성금을 내면 자동으로 국세청에 등록돼 기부금 영수증을 받지 않더라도 연말정산 간소화서비스에서 공제를 확인할 수 있다. 한 푼도 허투루 쓰는 일이 없다는 점을 약속한다.”
_지정기탁이 무엇인가.
“기부자가 특정 주제, 기관, 지원 영역 등을 지정하여 기부하는 것이 지정기탁이다. 기부자 의사에 맞춰 기부가 이뤄지므로 기부만족도가 높다. 2014년 기준 전체 성금 중 72%가 지정기탁이다. 시설에서는 공동모금회를 통한 지정기탁이 직접 기부를 받는 것보다 까다롭다. 성금 사용계획서와 보고서를 모두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바른 방향이다. 다만 특정한 곳에만 기부금이 쏠릴 수 있다는 점이 단점이다.”
_모금회 회장으로서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요즘 현물 기부가 전체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많다. 배고팠던 시절을 기억하며 쌀을 사서 기부하는 분, 기업에서 생산한 제품을 보내는 곳도 있다. 얼마 전에는 농기계 회사에서 트랙터를 보내기도 했다. 모금회는 이것이 꼭 필요한 사람을 찾아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 각자 잘할 수 있는 것, 내가 좀 더 가진 것을 나누겠다는 시민들의 마음이다. 보다 많은 분들이 이렇게 나눔에 함께하면 좋겠다. 사람은 다른 사람을 도울 때 가장 큰 행복을 느끼고 그러면 면역력이 강화된다. 결국 남을 돕는 것이 나를 돕는 것이다. 사랑의 온도탑이 펄펄 끓을 수 있도록 조금씩 사랑을 나눠주길 부탁 드린다.”
약력
현 경북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현 대한체육회 학교체육위원회 위원장
2010~2014년 경북대학교 총장
2012~2013년 한국대학교교육협의회 회장
배유미기자yum@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