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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은 고객… 선택받기 위해 대학도 변신해야”

[인터뷰] 노석균 영남대 총장

  • 입력 2015.12.06 00:00
  • 수정 2015.12.07 11:37
  • 기자명 전준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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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석균 영남대 총장이 대학의 생존을 위해 변화를 주문하고 있다. 영남대 제공

 

변호사시험 합격률 전국 1위 등

각종 지표 높지만 학생수는 줄어

“구조조정은 생존의 문제

교수들도 외부 사업 찾아 나서야”

속칭 잘 나가는 대학의 총장으로부터 “안전한 대학은 없다”는 말을 듣는 것은 뜻밖이었다. 대학구조개혁평가 최상위 A등급, 법학전문대학원의 변호사시험 합격률 전국 1위, 대학특성화사업 전국 최대 국비 지원 등 각종 지표에서 전국 으뜸인 경북 경산시의 영남대 노석균(60) 총장은 현재 대학의 상황을 ‘위기’라고 단정했다.

그는 학생을 ‘고객’으로 모시기 위한 ‘변신’을 강조했다. 노 총장에게서 생존을 위한 영남대의 몸부림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_국내 대학과 영남대의 현실부터 짚어달라.

“2018년이면 학생수가 급감한다. 영남대도 최근 3년간 학생수가 4%나 줄어들었다. 국립대와 수도권 10개 사립대 정도를 빼고는 안전한 대학이 없다. 대학이 학생을 선택하는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 학생들로부터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대학도 변신해야 한다. 국책사업을 더 따기 위해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 아니다. 생존의 문제다.”

_총장 재임 3년동안 영남대에 대한 평가를 해달라.

“지난 8월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구조개혁평가 결과 최상위인 A등급을 받았다. 전국 4년제 대학 모두 교육과 연구, 행정 등 총체적인 경쟁력을 심층 평가했는데 100점 만점에 97점을 받았다. 올 초 제4회 변호사시험 발표에서 우리 대학 법학전문대학원이 전국 1위의 합격률을 보였다. 지난해 2위에서 마침내 1위로 오른 것이다. 로스쿨 3기 졸업생의 법조인 취업률도 전국 1위를 차지하는 등 명문 법대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 지난해 대학특성화사업에 8개 사업단이 선정됐고, 산학협력선도대학(LINC), 국제협력선도대학, 학부교육선진화대학(ACE) 등 교육부 핵심지원사업에서도 두각을 보이고 있다. 2013년부터는 연구력 상위 30%의 교수 25명을 선발, 4년간 40억원을 지원하는 ‘연구 기자재 지원사업’을 유일하게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사학의 취약한 재정기반을 안정화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건전한 재정기반 확보가 남은 과제다.”

_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하시는데, 어떤 인재를 키워야 하나.

“머리만 있는 인재는 쓸모없다. 따뜻한 가슴이 필요하다. 인간성과 전문성을 갖춘 인재는 성실하고 전문적이며, 소통을 잘 해야 한다. 영남대 창학정신은 경산 압량벌에서 신라통일의 위업을 준비한 ‘화랑정신’과 교육을 위해 전 재산을 희사한 ‘노블리스 오블리주’, 그리고 ‘애국정신’이다. 창학정신이 바로 영남대의 인재상이기도 하다.”

_결국 대학은 재정과 사람의 문제인가.

“재정이 튼튼해야 좋은 대학이 된다. 기부금과 법인전입금에만 기대서는 안된다. 교수 스스로 외부 연구와 사업 등을 따내야 한다. 이를 위해 대학 구성원 모두 변화해야 한다. 교수와 직원들이 학생들을 고객으로 대해야 하고, 취업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올해는 취업률 60%는 달성할 것 같다. 앞으로 대학 간판보고 입학하는 시대는 끝났다. 교수도 좋은 시절 끝났다. 대학이 변화해야 학생이 찾는다.”

_바람직한 대학교육이란 어떤 것인가.

“우리 교육은 오로지 좋은 대학 보내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고교때까지는 사회적으로 엄청난 관심과 투자를 하다 대학진학 후에는 거의 방기하다시피 하고 있다. 그 결과 수준 이하의 대학이 양산되고, 대학교육의 질적 저하를 초래했다. 대다수에게 대학교육은 마지막 교육 기회기 때문에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대학졸업생의 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인 것이다. 중고교때 수학과 물리학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우리 학생들이 졸업 후 노벨상 하나 받지 못하는 현실을 바로 잡아야 미래가 있다.”

_학생 창업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제 대기업에만 목을 매는 취업 줄서기는 지양해야 한다. 젊은이들의 창업을 지원하고, 실패하더라도 재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영남대는 2013년부터 종합설계 교육프로그램으로 특화된 창업동아리를 운영 중이다. 아이디어는 풍부하지만 비즈니스 마인드가 부족한 이공계열 학생 140여명이 20개 팀을 꾸려 창업을 꿈꾸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2년의 창업휴학제를 도입했고, 올해는 창업 대체학점제도 실시하고 있다.”

_총장으로서 포부가 있다면.

“남은 1년의 임기를 잘 마쳐서 성공한 총장으로 기억되고 싶다. 대학순위나 입학성적을 끌어올리는 일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구성원들이 총장의 노력을 인정해주면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대학을 물려주기 위해 구조개혁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경산=전준호기자 jhjun@hankookilbo.com

●약력

연세대 화학과(학사) 카이스트 화학과(석사) 미 University of North Carolina 화학과(박사) 영남대 화학공학부 교수, 산학협력단장, 연구처장, 영남학원 기획조정실장, 대구경북지역발전협의회 의장, 영남대 14대 총장

▲ 영남대가 학생 중심의 대학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영남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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