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1필지 땅주인이 무려 91명

  • 입력 2015.12.01 00:00
  • 수정 2015.12.02 14:12
  • 기자명 김정혜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일대에 도시개발사업이 여러 곳 추진되고 있으나 사업지구마다 공동주택 부지만 골라 지분을 분할해 매입한 수십 명의 지주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1일 포항시에 따르면 흥해읍 초곡지구 도시개발사업지구에는 공동주택용지인 85의 2 블록 한 필지(1,890㎡)의 땅주인이 무려 91명이다. 한 사람이 20.7㎡의 땅을 나눠 갖고 있는 셈이다.한 필지에 많게는 100명에 가까운 땅 주인이 생기면서 아파트 사업은 물론 도시개발사업 전반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바로 옆 2개 필지에는 한 곳 당 각 42명이 소유하는 등 전체면적이 3만2,306㎡인 85의 2 블록은 48필지에 불과한데 소유자는 248명에 이르고 있다.

특히 대부분 사업지구의 지분분할은 시행 초기 사업주도권과 우호 조합원 확보를 위해 이뤄지지만 85의 2 블록은 사업이 상당부분 진척된 후 매매가 이뤄져 의혹을 낳고 있다.

초곡지구 사업 시행자인 경북개발공사 관계자는 “울산 등지의 기획부동산이 땅을 산 뒤 많은 이익을 남기기 위해 소액 투자자를 모집, 지분을 쪼개 판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초곡지구 3개 필지의 경우 울산의 한 부동산투자회사가 2013년 9월 매입했고 한 달 뒤 수백 명에 분할 매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동산투자회사는 3.3㎡를 185만원에 샀지만, 공유지분자들은 2배 이상 비싼 3.3㎡당 400만~500만원에 매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투자자들은 한 달 만에 2배 이상 오른 가격에 샀지만 1,000만원 전후의 소액으로 매입할 수 있어 쉽게 투자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 부동산투자회사들은 초곡지구 인근 흥해 이인지구 등에서도 공동주택 부지만 골라 매입한 뒤 분할 매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인지구 도시개발조합은 시세보다 비싸게 땅을 사는 외지인들에게 투자 주의를 당부하는 현수막을 걸기도 했다.

이인지구 도시개발조합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시세보다 비싸게 땅을 매입했기 때문에 정작 아파트 사업 시행사가 사들이려고 하면 더 높은 가격을 부를 수밖에 없다”며 “땅 주인도 수백 명인데 매매가 쉽게 이뤄질 리가 없다”고 말했다.

도시개발사업 조합의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초곡지구 공동주택 용지에는 사업이 진척되고 있지만 85의 2 블록은 유독 제자리다. 여기다 최근 조합원 모집을 위한 불법 현수막이 포항시내 곳곳에 내걸리는 등 지역주택조합 형태로 아파트 사업이 추진되면서 골칫거리를 키우고 있다.

초곡지구 도시개발사업 조합 관계자는 “땅에도 주인이 많아 골치가 아픈데 아파트 사업마저 수백 명의 조합원을 모아 진행하면서 포항시도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며 “준공을 코 앞에 둔 초곡지구 도시개발사업의 이미지를 흐릴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저작권자 © 대구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