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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배려하는 설명회

[윤일현 교육칼럽]

  • 입력 2015.11.01 00:00
  • 수정 2015.11.09 11:00
  • 기자명 윤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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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시험이 끝나고 나면 다양한 입시설명회가 쉴 새 없이 열릴 것이다. 그런데 그 설명회라는 것은 대개의 경우 상위권 대학 위주이기 때문에 중하위권 대학에 지망하는 학생과 학부모는 정보의 범람 속에서 빈곤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나는 설명회를 준비할 때마다 어느 아버지가 하신 말을 늘 기억하려고 애쓴다. “우리 아이는 A 대학에 지원하려고 하는데 이 대학에 대해서는 왜 설명도 안 해주고 자료도 없습니까? 학교가 좋지 않아서 생략한 것인가요? 오랜만에 시간이 있어 한 번 와 봤는데 기분이 안 좋네요.” 거의 모든 입시 설명회는 상위 20% 안에 드는 대학들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나머지 대학에 가야하는 학생과 학부모에 대한 배려는 별로 없다. 수험생과 학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상위 20% 대학과 관련된 정보는 범람하고 있는데, 나머지 80% 대학에 관한 정보는 극심한 갈증을 느낄 정도로 부족하다. 필요에 의해서라고 변명할 수 있지만 늘 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입시설명회를 하는 필자 자신이 부끄러웠다.

1906년 이탈리아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는 이탈리아 전체인구 20%가 국토의 80%를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파레토는이 현상을 좀 더 깊게 연구하여 통계학적으로 상위 20%가 국부의 80%를 차지한다는 소위 20:80 법칙을 발견했다. 정치경제학적으로 효율성을 중시하여 20%에 치중하면 자본주의이고, 분배 정의를 중시하여 80%에 치중하면 사회주의라고 학자들은 말한다. 상위 20% 학생이 교육적 관심과 투자의 80% 이상을 독점하고 있다. 상위 20%는 학교생활이 즐겁고 자신감과 의욕이 넘친다. 반면에 나머지 80%는 수업 시간이 별로 재미없고 학교생활이 괴롭다.

학교에서 80%에 해당하는 학생들은 늘 차별을 받고 있으며, 상위20%를 위해 희생당한다고 생각한다. 잘못을 저질러도 상위 20%는 가벼운 꾸중 정도로 넘어가지만, 나머지 80% 는 비슷한 잘못을 저
지를 경우 과거의 잘못까지 소급하여 혹독한 질책을 받는다고 불평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우수한 상위 20%와 주목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80% 사이에는 일종의 계급 분화가 일어난다. 자존감에 상처 받고, 무시당한다는 느낌이 누적되면 어느 순간 분노가 폭발한다.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하는 학생 중 상당수는 분노조절장애를 가지고 있다. 이런 학생들이 많은 학교에서는 왕따나 폭행 사건이 보다 빈번하게 발생한다.

80%에 해당하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위해 특별한 관심과 배려가 있어야 하며, 이를 실천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설명회에 참석한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면서 80%에 속하는 대학들도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비전을 제시하며 그들의 교육방침을 성실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떤 영역에서든지 소외된 80%의 행복에 대한 배려 없이는 20%의 행복과 안정도 지속될 수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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