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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시] 그리움에 대하여 - 이건청

  • 입력 2015.10.06 00:00
  • 수정 2015.10.07 09:21
  • 기자명 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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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에 대하여 - 이건청

 

산초 열매를 터뜨리면

잊혀지지 않으려는

그리움처럼,

진한 향내가 사람을 감싼다.

 

아주 먼 곳의

산굽이 길 하나가

파르르 떨린다.

지워지지 않으려는

그리움처럼,

 

며칠 후

산초열매 장아찌는

식탁에도 오르겠구나,

그래, 그래, 우리 모두

그리움의 향내

아련한 식탁에 앉으리니,

 

산초 열매여,

우리 여생의 길도

그리움의 향기 아찔한

저 풀 섶 쪽으로

아득히, 멀리

열려 있기를…….

 

이건청은 196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 ‘굴참나무숲에서’, ‘반구대 암각화 앞에서’, ‘소금창고에서 날아가는 노고지리’ 등이 있다. 현대문학상, 한국시협상, 목월문학상, 현대불교문학상, 고산문학대상 등을 수상했다. 한양대 명예교수와 한국시인협회 회장 역임했다.

 
<해설> - 제왕국

영원한 침묵의 그림자요, 명징한 원형적 변형의 표출인 고향 산천. 그곳에 아련히 들려올 것도 같은 산초 열매 톡 쏘는 그리움이 있다.

지난 시간들은 우리들의 기억 속에 반석처럼 앉아있다. 잊혀지지 않으려는 고향처럼….

산굽이 하나, 보얗게 이는 잔물결같이 아득히 밀려오는 우리의 여생을 저 아람처럼 염원하는 화자 삶의 우렁잇속 같은 피카소적 난해시 세상에, 이처럼 가슴속 비릿한 서정의 졸가리에 아찔한 감동이 있다. 여남은 살적의 까칠한 서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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